아빠 손을 닮아 예쁜 아들 손
첫째, 영웅이가 오는 주말이 왔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남편은 둘째를 데리고 한 시간짜리 물감놀이를 갔다. 보통 부모 입장료를 추가로 받아한 명만 가기도 하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영웅이를 위해 한 명은 집에 머무른다. 부모가 두 명이라 어찌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아픈 아이도 무료로 들어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다.)
모두가 떠난 듯 적막이 흐른다. 평상시 듣던 '카페 재즈 음악'에서 '아기가 좋아하는 동요'를 틀어본다. 올해를 기점으로 소멸되는 항공 마일리지를 어디다 써야지 하고 의자에 앉으려다 거실 소파에 누워있는 아들이 떠올랐다. 평상시에는 집안일을 하거나 영재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첫째는 깨어있는 시간에 맞춰 밥 챙기는 게 주요 육아일이다. 그 마저도 힘들다고 요령껏 잘 주는 남편 몫이 되었다. 이제야 둘이 같이 있게 됐는데, 너무 방치했나 싶었다.
"영웅이 뭐 해?"
영웅이의 하루는 남다르다. 24시간을 기점으로 대략 9시간은 잠을 자는 게 보통인데, 영웅이의 수면시간은 마구잡이다. 하루가 48시간인 것처럼, 종일 자고 있기도 하고, 어떤 날은 새벽까지 깨어있다. 오늘은 깨어 있는 하루가 되려나 보다. 무슨 생각을 하나 눈을 천천히 껌뻑이고 있다.
"엄마 보고 싶다 부르지 그랬어. 말 안 하면 모른다."
아주 잠시지만, 영웅이 존재를 잊은 게 미안했다. 예전에는 혼자서 이야기하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어딘가에 있을 신에게 부탁도 하고, 원망도 하고, 따져도 봤다. 영웅이가 열이 났던 그날의 하루가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어 괴로웠다. 다행히 나의 좋지 않은 기억력과 영웅이의 탄생으로 잊은 척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오늘은 특별히 노래를 불러줄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웅이의 삶 속에서 그 사랑받고 있지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안 들어서 그런지 한 구절 제대로 외워서 부르는 노래가 하나도 없다. 기독교인도 아니지만, 영웅이가 어렸을 때부터 불러주던 곡이다. 아는 부분만 무한 반복해서 부르다 보면 움찔거리다 한 번씩 노래를 흥얼거리듯이 소리를 내준다. 아주 나중에 좋아지면, 사람들 가슴을 울리는 멋진 가수가 되어도 좋을 것 같다.
"오랜만에 사진도 같이 찍을까?"
"영웅이는 손가락이 진짜 이쁘다."
둘째는 엄마를 닮아 손가락이 짧은데, 첫째는 아빠를 닮아 여자들이 좋아하는 매력적인 손을 가지고 있다. 아빠랑 같이 듀엣으로 피아노 연주를 해도 멋있을 것 같다.
"손톱이 많이 자랐네."
그러고 보니 내 손톱도 제법 길었다. 한창 집에서 보이타를 해준답시고 짧게 자르고 다녔다. 자가 치료는 포기했는데도 짧아진 손톱은 여전히 유지 중이다. 오늘은 잡일은 뒤로 하고, 영웅이랑 오붓하게 손톱이나 자르면서 놀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