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머리컷이 5천 원이에요?

2.5인분에 43,000원

by 달초롱

계절이 바뀔 때마다 머리카락이 듬뿍 빠진다. 출산 때 빠지는 머리카락은 그러려니 했다. 올해 여름이 다가올 때 두피가 간지럽고, 뾰루지가 나더니, 모발이 한 움큼씩 탈출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탈모에 좋다는 검은콩이며, 비오틴, 콜라겐 등의 영양제를 챙겨 먹었더니 차즘 좋아졌다.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자 또 시작이다. 떨리는 눈꺼풀을 잠재웠더니, 치골이 아파서 다리를 절뚝이고, 독한 감기에 구역질을 해대다 치질로 마무리하더니, '이건 또 무슨 병인가?' 이러다 내년에는 대머리가 될 것 같은 불안감에 병원에 갔다. 딱히 원인도 없고, 재발이 다분한 지루성 두피염이란다. 먹는 약, 바르는 약에 보험 청구도 안 되는 탈모치료제, 케라민, 미녹시딜로 지갑이 탈탈 털렸다.


휑해진 정수리가 눈에 거슬린다. 덕분에 나를 대학생으로 보는 사람은 없겠다.(두발 때문만은 아닌데도) 미용실을 자주 가기도 귀찮고, 아무리 꾸며도 미용실 다녀온 당일만 반짝이는 외모와 미숙한 손질 탓에 상하기만 하는 머리를 자연의 상태로 두자고 결심했었다. 작년부터 앞머리를 기르고, 염색을 멈추고, 매직을 했었다. 끊었던 미용실을 두 달 전에 다시 찾았다. 앞머리로 빈틈을 가려주고, 길어서 힘이 없는 듯한 머리카락을 어깨길이로 잘라주었다.


며칠 지나니 어깨 길이에 있는 머리카락들이 뻗치기 시작한다. 방금 감은 머리인데 자다 일어난 듯 지저분했다. 미용사는 어중간한 길이 때문에 그렇다며 c컬을 추천했다. '옳다구나. 역시 전문가는 다르네'


아이 머리가 많이 자랐다. 남편도 자르고 싶다고 했다. 마침 영재를 키즈 전문 미용실에서 우리가 다니는 1인 미용실로 바꿨기에, 같이 주말로 예약을 했다. 영재는 오후 2시, 남편은 2시 반. 주차도 어렵고, 첫째 점심이 아직 마무리가 안돼서 먼저 보냈다. 앞에 손님이 없었는지 영재 머리가 잘리고 있는 사진을 받아 보고는 서둘러 차를 가지고 따라나섰다. 미용실 문을 열자 아이는 가져간 패드로 동영상을 보고 있고, 기다리던 남편이 반겨줬다.


"벌써 끝났어? 진짜 빠르네."

"아니, 나는 아직 안 했어."


인사하는 미용사 분 앞에 여성분이 앉아 계셨다. 염색인지, 펌인지,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그게 끝나면 남편 차례라고 한다. 내가 속삭였다.


"여자분은 언제 오신 거야?"

"영재하고 있을 때 오셨지."

"근데, 왜 자기가 기다려?"

"... 몰라."


시계를 확인하니, 아직 2시 30분이 채 되지 않았다. 아들이랑 아빠라는 언급도 하고, 2시부터 3시까지 예약을 했는데, 우리가 기다리는 게 맞나? 의문이 들었지만 기다렸다. 남편 머리가 끝나고, 금세 길어진 내 앞머리도 부탁드렸다. 지난번에 선결제한 50만 원에서 처리해 달라며 나왔다. 곧이어 결재 확인 문자가 왔다.


"모두 합해서 43,000원 나왔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컷만 했는데 금액이 꽤 나온 것 같아 계산해 봤다. 아이를 어른컷으로 했던지, 앞머리컷 가격이 5,000원이었다. 확인해 보니 앞머리컷 가격이 맞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알던 가격이 3,000원 (가끔 기부처럼 500원이나 1,000원도 있었다.) 이였는데 어느새 2,000원이나 올랐었다. 안 오르는 게 없는 물가라지만 너무 올랐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입이 삐죽 나왔다.

'왜 가격 확인도 안 하고 앞머리를 잘랐을까, 왜 한마디도 못한 채 가만히 기다렸을까?'

무엇 때문에 기분이 상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다이소에 가서 3천 원짜리 미용가위를 사 오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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