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 차 상담 중_새로운 도전하기
드디어 한 달 전부터 읽던 '타이탄의 도구'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매 순간 '와,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문장들이 있어 실천 가능한 것들을 시작했다. 어제는 3천 원 거금을 들여 예쁜 저금통을 데려와 “나에게 일어난 멋진 일들”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가족들과 함께 쪽지를 적어 넣었다. (내가 쓴 글을 찾아봤다. '두 시간 만에 8.1% 5년 적금 성공, 휴우.. 집념이 이긴다!'라고 쓰여 있었다.)
상담 가는 오늘은 아침 기상 도전 3일째다. 목표 시간은 6시 30분인데, 알람이 울리기 10분 전에 눈을 떴다. 밤에 핸드폰을 안 하고 일찍 잠들어서 눈뜨는 게 쉬워졌다. 남편과 함께 아침을 맞이하고, ( 화장실 가고, 씻고, 옷 입기 등 정확히는 각자의 아침 준비이다. ) 배웅하고 돌아서는데 미소 짓고 있는 내가 마음에 들었다. 이상하리만치 내가 오히려 기분이 더 좋았다. 이게 바로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빌어주고 내가 얻을 수 있는 행복인가 싶었다. 남편에게도, 일상의 즐거움이 찾아오면 좋겠다. 인생은 짧디 짧은데 말이다. 함께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은데 울컥 눈물이 난다. 하루하루 우리 소중한 가족들을 더 아껴줘야겠다. 사랑해야겠다. 아침부터 홀로 감상에 빠졌다.
그나저나 30분이나 기상이 당겨졌는데 왜 하는 일은 똑같을까? 여유가 생긴 걸로 만족할까? 이제 영재도 아침을 10분 당겨줘야 할 것 같은데, 곤히 자고 있을 때는 차마 깨우기가 어렵다. 그래도 남편의 외로운 아침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인 것 같다! 미래를 위해 오늘을 이겨 내는 남편에게 힘이 되었길 바라본다. 덕분에 나는 늘어지게 잠도 자봤으니, 이제 부지런해보자.
12차 상담 후
예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어렸을 때는 소위 예의 바른 아이에 대한 교과서 같았다. 엘리베이터에 만나는 사람들을 시작으로, 경비원, 마트 앞 떡볶이 아줌마, 동네 책방까지 돌아다니면서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게 즐거웠다. 몸이 불편하신 분을 보거나 짐이 많은 어르신은 집까지 도와 드렸다. 중국집 배달을 시키면 그릇을 씻어 사탕 몇 개와 '잘 먹었습니다'의 쪽지를 넣어 두었다. 언제 가져가시려나, 좋아하시려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빈 그릇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다른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좋아했던 것 같다.
언제부터 바뀌었을까? 귀 닫고, 눈 감고, 내 팔자가 제일 힘들다고, 마음의 빗장을 닫았다. 남들도 괴롭고 고통스러웠으면 했던 시작이 첫째가 아팠던 시기이다. 돈은 없고, 정 없는 의사를 만나고, 치료실을 전전했다. 그 와중에 위층 신혼부부가 이사 온다고 공사하다 친정에 업혀 사는 집에 물난리가 났고, 겨우 하루짜리 피해복구 하는데 한 달이 넘게 씨름했다. 그다음 해는 아래층에서 부엌 하수구가 막힌 걸 해결하다 역으로 우리 집으로 오물이 역류했다. 공감하거나 걱정해 주는 이는 없고 자기네 손해 볼까 한발 빼는 어른들의 민낯을 봤다. 본인들은 고고하고 속이 깊은 가면을 한채 약자들을 무시하고 고통 속으로 더 몰아넣는 인간들을 보며 나도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끄고, 나를 이렇게 만든 이들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악에 빠졌다.
지금은 남편의 일이 잘되고, 새로운 집도 생겼다. 둘째는 잘 크고, 첫째는 친정과 돌보미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나에게 자유가 찾아왔다. 낭떠러지 끝에서 동아줄이 던져졌는데, 행복하면 안 될 것 같아 자신을 더 불행하게 만들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을 욕하고, 남들을 탓했다. 하지만 사연 없이 잘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지난날에 매여 있던 나는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예전 잃어버렸던 나를 따 올리며 나와 가족, 이웃들을 생각해 본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감정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는 없었지만 나의 감정을 느끼고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완벽주의 성격이라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면 아예 시작도 안 했다. 10점을 받아도 좋으니 매일 작은 도전을 해본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을 마주 보고, 좀 더 당당히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