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담 이후로 일 년이 지났다 (6)
연말 마무리로 상담을 받기로 했다. 나는 굳이 받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근래의 삶에 만족하던 참이라 남편의 개인 상담 후에 부부 상담만 함께하기로 했다. 단짝의 말을 빌리자면, 대화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알려준다는 것, 그리고 나의 말에 100프로 집중해 준다는 경험이 즐겁다고 했다. 나도 끄덕였다.
고민했던 내용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되었지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쌓여 있는 상태였다. 전날, 남편과 다가오는 해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새해는 어떤 목표가 있는지, 바꾸고 싶은 게 있는지 묻는 과정에서 나는 이미 지난 11월쯤부터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것을 알았다. 독서, 글쓰기, 운동, 식단. 무엇을 더 늘리기보다는 이 이벤트가 지속 가능하도록 습관화하고 싶다. 일 년에 한 번이 아닌 3개월마다 목표에 대한 점검을 하고 수정하면 좋을 것 같다. 이제는 상담사의 도움 없이도 긍정적인 대화들을 통해 성찰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이번 상담에는 남편과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에 대한 힌트를 얻으면 좋을 것 같다.
두 시간의 상담이 진행된 후
상담사님이 부부 상담을 진행하기 전에 나를 따로 호출했다. 이전의 상담 기록을 바탕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하셨다. 내 답은 이러했다. 종종 불 같은 화를 냈지만 분노에 휩싸여 이성을 잃지 않는다. 금방 감정이 순화되고 뒤돌아 후회가 되는 행동이 줄어들었다. 실패할 수도 있는 결과에 대한 두려움으로 상대방에게 결정권을 넘겼던 지난날과 달리 지금은 내 중심으로 결정을 하게 됐고 타인에게 결정하는 권한을 줄 때에도 스트레스받지 않는다. 부부간의 대화 시간이 양적으로 늘지는 않았지만 벽에 부딪히거나 대화가 잘되지 않는다는 느낌은 없다. 도리어 비슷한 가치관으로 함께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개인 상담이 필요 없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30분을 써버렸다. 더 물어봐 주세요. 수다스럽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겨우 잠재웠다.
부부 상담이 시작됐다. 한 해 배우자에게 고마웠던 세 가지를 구체적으로 적고, 어떻게 도움을 받았는지 말로 표현하는 시간을 갖었다. 다른 한쪽은 경청을 하고 맞게 이해했는지, 상대방의 언어 그대로 다시 표현을 해봤다.
남편 - 추가 업무로 가정에 시간을 쓰지 못했을 때, 당신이 재촉하지 않고, 수고했다고 해준 말 덕분에 일에 집중할 수 있었어.
나 - 심적으로 힘들고 긴장되는 순간이었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것을, 피해 갈 수 없다는 마음으로 했던 행동들이었다.
남편 -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 당신이 힘들게 될 수도 있을 텐데 똑같이 설레어 해준다. 내 존재의 이유를 응원해 줘서 고맙다.
나 - 단순히 그의 꿈을 응원하는 것을 넘어 내 꿈이라고 느끼고 있었구나. 새로운 도전이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진심으로 즐거웠다.
나는 혼자라면 시작도 할 수 없던 일들을 남편이 격려해 준 덕분에, 글쓰기나 영상 만들기 같은 일에 도전하고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사실 남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나를 바라봐 주고, 배려해 주었기 때문에 한 해에 비추어 달라진 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번에는 고쳤으면 하는 게 있는지 물어보셨다. 바라는 점에서 남편은 바로 떠오르는 게 없어 넘어갔고 (생각나면 알려달라고 했지만 4일이 지난 오늘까지 못 찾는 거 보면 지금처럼 잘해 보라는 거겠지? 한편으로 안도했다.), 나는 남편에게 나를 쓰다듬거나 더 귀여워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애 시절에 그의 눈에서 꿀 떨어지던 모습이 가끔 그리웠으니까. 그리고 가족과 함께 할 때는 핸드폰을 보지 말고, 집중해서 시간을 보내기를 요구했다. 남편 스스로도 핸드폰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고 있던 상태라 알았다고 하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지난번 거울 대화에서는 남편의 말을 정확하게 따라 할 수 없었다. 평상시에도 암기력에 대한 자신이 없었으므로 이번에도 힘들지 않을까 싶었지만, 긴장과 불안이 해소된 덕분에 남편의 말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더 좋은 부부가 되기 위해 서로 더 가벼워져야 한다. 시시콜콜한 농담을 던지며 잔잔한 즐거움을 함께하고 싶다. 정기적으로 남편과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내년에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