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관찰기
오늘도 어김없이 밤이 찾아왔다. 시계는 10시 30분을 막 지나고 있었다. 아이가 만지작 거리며 한 번씩 들리던 애착 토끼 인형의 방울 소리도 사라졌다. 부부의 방에서는 조용히 핸드폰 불빛만 빛나고 있다. 나는 이 시간을 기다린다. 낮에 남편은 일하러, 아이는 어린이집 가는데도 나의 정신은 어딘가에 계속 매어 긴장 속에서 하루를 보내기 때문이다. 아이가 완전히 잠들고, 고요하고 따뜻한 이불속에서 까무룩 잠들기 전까지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방의 불을 끄기 전부터 몰려왔던 졸음은 밤이 깊어 갈수록 사라지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찾은 1분 1초의 도파민을 더 느끼기 위해 눈을 껌뻑인다.
남편이 핸드폰을 충전하며, "먼저 자.." 속삭인다. 내일 기분 좋게 하루를 맞이하려면 이제는 자야 할 것 같다. 한번 더 화장실을 다녀오고, 아이방도 슬쩍 구경해 보고, 마지막으로 안방문을 조심스레, 하지만 확실하게 닫았다.
둘째가 태어나고 3년 정도는 아이와 둘이서 잠을 잤다. 이사를 하고는 아이는 침대가 생겼고, 나는 여전히 그 옆 바닥에서 잠을 청했다. 아이는 중간에 한 번씩 크게 뒤척거리거나 소리를 질렀다. 원래 그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언제부턴가 나는 소리에 굉장히 예민해져 있었다. 덩달아 새벽에 한 번씩 깨곤 했고, 늘 하루가 피곤했다. 가끔씩 떨리던 왼쪽 눈꺼풀이 이제는 쉼 없이 계속 파르르거렸다. 마그네슘 부족인가 하여 영양제를 챙겨 먹다 5개월쯤 지나서야 병원에 찾아갔다. 혈액과 소변검사 등을 했는데 다행히 이상은 없었다. '부족한 게 없는데도 이 눈은 왜 그러지? 그럼 더 이상한 건가?' 해결책으로 신경안정제와 근육이완제를 처방받았다.
남편은 번갈아 가며 아이와 밤을 보내자고 제안했다. 아이는 아직 아빠도 엄마와 똑같이 사랑한다고 하던 때였다. 하지만 그 제안은 오래가지 못했다. 먼저 잠든 아빠의 얼굴을 신경질스럽게 때리는가 하면, 아빠 몰래 슬며시 침대를 빠져나와 나에게 오더니 잠을 못 자겠다고 엉엉 울어버렸다. 왜 그랬는지 남편과 한 번이라도 같이 자본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아빠는 엄청난 코골이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몇 개월 후, 분리 수면에 성공했다. 남편과 오랜만에 한 이불을 덥고 잤다. 드디어 꿀 같은 잠을 잘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어찌나 시끄럽던지, 이런 소음 안에서 태평스레 자는 남편이 오히려 신기해 보였다. 결혼 전에 본인 때문에 잠자리가 불편해질까 코골이 수술까지 받았던 그였는데, 몇 년 사이에 다시 그만큼의 데시벨을 되찾아 시원하게 울리고 있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날이면 옆으로 눕혀보거나 팔을 꽈악 잡아 보거나, 그것도 안되면 '여보야' 애원을 해본다.
그래도 내 남편인걸, 언젠가 더 나이가 들어 내 청력도 나빠지면 그의 코 고는 소리가 백색 소음처럼 들리겠지, 자장가처럼 들릴 그날을 위해 먼저 잠을 청해 본다. 베개에 머리만 닿으면 코골이가 시작되는 남편이 오늘밤도 나를 위해 잠의 요정을 붙들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