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피어나는 꽃

에필로그

by 테라


마음의 빈터에

오래 머문 침묵 하나


차가운 백지 아래

뿌리내릴 곳을 찾아

앓던 긴긴밤.


어둠 속을 헤매던

길 잃은 말들이

제 살을 깎아내

두터운 지표를 뚫고

온 힘을 다 할 때


누가 보지 않아도

누가 듣지 않아도

스스로 향기가 되어


기어이 피어나는 꽃.





photo by 테라


상담을 진행했던 내담자분이 저를 떠올리며 그렸다는 그림 선물입니다.

본디 상담기간 동안 물질적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상담윤리적인 면에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내담자분의 정성이 담긴 선물이기에 지금도 제 자리 가까이 감사히 자리 잡고 있지요.


내담자가 그린 꽃은,

어쩌면 상담사인 저 보다도

상담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 피어나고 싶었던 자신의 마음. 그것이 아니었을까를 생각합니다.


이 시는 저의 고통스러운 창작의 기록이자,

동시에 기어이 자기 자신으로 피어나고 싶어 했던 한 사람. 그리고 모두를 위한 헌사입니다.




Special thanks to @김성수

https://brunch.co.kr/@e4195875ebe247f/207


시에 대한 갈증과

날것들이 꺼내질 때 제법 무겁고 탁한, 어둡기까지 한 조심스러웠던 마음이

시를 써보자 다정히 권유하심에 앞으로가 어찌 펼쳐질지 계획도 없이 덜컥 브런치북을 만들었네요.


오래전 잊고 있었던, 꽁꽁 얼어있던

절제된 감각들을 다시 소환할 수 있는 용기가 되었습니다.


시인의 심장, 저도.. 그 두근거림을 가져보겠습니다. :-)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