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크홀

by 테라

방향 잃은 발걸음,

내딛는 곳곳마다

생겨나는 Sink Hole.


잘못 든 길이라는

자책을 앞세우는

그 많은 시행착오.


너무 많이 돌아온 길

계산에 넣지 못한

둔탁함과 묵묵함


어둡고 긴 깊이들

하나로 연결되어

나를 담는 그릇이 될 때.


마침내 마주하는

Sink Hole,

Think Hole.





어린 시절 나를 가득 채웠던 수많은 꿈은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희미해졌습니다.

성년이라는 숫자를 넘기면서부터는 '어떤 모습의 나로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지요.


그 막막한 고민에 비례하듯, 참 겁 없는 시도들이 이어졌습니다.

어떤 시도는 나를 수(數)의 발란스를 맞추는 길로 이끌 뻔했고,

어떤 시도는 세계 곳곳을 누비는 방랑자의 삶으로 데려갈 뻔하기도 했습니다.


목적지 없이 방황하며 늘어가는 '싱크홀'을 바라보며

남들보다 너무 많이 돌아가고 있다는 자책이 앞서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정밀함도, 호기심도

그 길 위에서 마주한 수많은 시행착오가 없었다면

지금의 깊은 사유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임을.


내가 빠졌던 그 모든 구멍은 나를 무너뜨리는 함정,

sink hole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더 넓게 빚어내기 위해 꼭 필요했던

Think hole이었음을 생각합니다.


강원도 영월군 소재, 고씨동굴에서.. 2025년 photo by 테라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