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주, 목요일
아이들과 활동할 때는 간단 모드가 최고입니다.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모습보다는 깡총 머리를 묶는 것이 역동적인(?) 하루를 보내기에 훨씬 편하다고 느껴지곤 합니다.
거울 앞에서 오늘의 스타일을 어떻게 할까 분주한 시간을 보낸 하루시작에도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면 어느새 깡총, 하나로 묶은 포니스타일 머리로 변하기 일쑤입니다.
이쁘고 화려한 패셔니스트가 되기보다는 활동하기 편한 헐렁한 옷차림이 옷장을 채우고 있기도 합니다.
한참이나 기른 머리, 어깨를 지나 등을 덮을 만큼 자란 머리.
그 머리카락에는 시간과 애정이 담겨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하루 앞에서는 늘 '간단 모드'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긴 머리를 풀어 단발로 대변신을 합니다.
헤어숍 거울 앞에서 머리카락이 하나둘 잘려나갈 때, 또 다른 나의 모습과 마주합니다.
'아이들이 나를 보고 낯설어하면 어쩌나...'
산뜻하고 가벼워진 모습을 바라보는 한편,
아직 한창이나 애착관계에 섬세한 영아반 친구들은 나를 몰라볼까, 낯설어 거리감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다음 날, 단발머리를 하고 아이들과 아침인사를 나누는 시간
콩콩콩 뛰는 가슴으로 문을 열어 마주한 아이들의 반응은 따스하고 고마왔습니다.
"선생님 머리 잘랐다~"
"왜 머리 잘랐어요? 근데 이뻐요."
"멋있다."
아이들의 표현은 달랐지만 하루사이 달라진 선생님의 모습을 바로 찾아내는 그들은 레이더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순간 나는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단지 '보는' 존재가 아니라, '발견'하는 존재라는 것을.
아이들은 선생님의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고 그 안에서 감정을 읽고, 자신의 언어로 반응합니다.
아이들의 시선은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날마다 나를 새롭게 바라보고, 그 시선은 나를 다시 선생님으로 살아가게 합니다.
유아는 감각적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존재입니다.
그들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발견'하고 그 발견을 감정과 언어로 연결합니다.
선생님의 외형적 변화는 아이에게 단순한 시각적 정보가 아니라, 정서적 안정감과 관계의 신호로 작용합니다.
특히 영아기에는 애착 형성이 이루어지는 시기로, 선생님의 익숙한 모습은 아이에게 예측 가능한 안전함을 제공합니다.
선생님의 외형변화는 단순한 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라, 아이와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정서적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계기가 됩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머리 모양 하나에도 반응하며, 그 반응은 단순한 인식이 아니라 관심과 애정의 표현입니다. 또한 선생님의 변화는 아이에게 '새로운 적응'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익숙했던 모습이 달라졌을 때, 아이는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다시 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이 과정은 유아의 사회적 유연성과 정서적 안정감을 키우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선생님에게도 이 경험은 중요한 정서적 자원이 됩니다.
작은 변화에 대한 아이의 반응은 선생님으로서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관계의 깊이를 확인하게 해 줍니다.
선생님은 아이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다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선생님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되새길 수 있습니다.
결국,
유아교육은 '관계의 교육'입니다.
선생님과 아이 사이의 정서적 연결은 말보다 먼저 눈빛과 행동으로 전달되며, 그 연결은 아이의 관찰과 표현을 통해 더욱 단단해집니다.
아이의 한마디는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교사와 아이 사이의 신뢰와 애착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작지만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ㅣ 발견자로서의 아이들을 생각해 볼 때,
아이들의 눈을 통해 내가 새롭게 발현한 나의 모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ㅣ 오늘 나의 외형, 말투, 표정 중 하나를 떠올려 보세요.
그것은 아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