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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10월 4주, 금요일

by thera 테라

밥 짓는 냄새가 이리도 향기로운 걸,

유독 점심시간에 그 느낌이 강렬합니다.


12시가 되기도 전 아이들의 배꼽시계는 이미 알람을 시작했고 준비가 다 되어가는 점심 메뉴들을 맞추는 재미도 솔솔 합니다.


"오늘은 카레인가 보다"

"멸치볶음 냄새도 난다~"


아이들의 이야기는 식단표보다도 정확한 예고편 같습니다.

맛있는 밥과 반찬 내음으로 점심을 맞이하며

아이들은 자리에 앉아 내 순서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밥, 국, 반찬.

기호에 맞게 많게, 적당히..

아이들의 식판에 음식들이 채워지고도 한참이나 선생님의 분주한 손놀림은 계속됩니다.

그 와중에 한 아이가 조용히 다가와 말합니다.


"선생님, 언제 밥 먹으러 와요? 내 옆에 앉아서 먹어요."


작은 식탁, 작은 의자.

자신의 옆자리 의자를 뒤로 빼어놓고 선생님의 자리를 비워둔 모습에 이미 점심을 거하게 먹은 양 배가 부릅니다.


그 자리는 단순한 빈 의자가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건넨 따스한 관계의 초대장에 활짝 웃으며 흔쾌히 응합니다. 아이와 옆에 나란히 앉아 오물조물 먹는 점심이 왜 이리 고소하고 맛이 날까요?


아마도 그건,

함께 먹는 시간 속에서 가을빛 감이 익어가듯,

우리의 관계도 익어가기 때문 아닐까요?






식사 시간은 단순한 영양 섭취의 시간이 아니라,

아이와 선생님의 정서적 연결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식사하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며 그 안에서 안정감과 친밀감을 느낍니다.

평소에는 잘 먹지 않던 반찬도, 선생님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용기 내어 한 입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한 모방을 넘어, 신뢰하는 존재와 함께하는 경험이 아이의 식습관과 정서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선생님이 아이 옆에 앉아 식사를 함께하는 그 짧은 시간은, 아이에게는 '나는 소중한 존재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방식이 됩니다. 이처럼 식사 시간은 유아에게 사회적 기술을 배우고, 감정을 조율하며, 관계를 확장하는 시간이 됩니다.


선생님의 존재는 아이에게 예측 가능한 안정감을 주고 그 안정감은 아이가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거나 낯선 상황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심리적 기반이 됩니다.

또한 선생님에게도 이 시간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아이의 옆자리로의 초대는 그 말 한마디로 선생님으로서의 존재 의미와 아이와의 깊은 연결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 경험은 교사로서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관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식사 시간은 아이와 선생님에게 관계가 익어가는 시간이며 서로를 다시 만나는 순간입니다.

그 짧은 점심 한 끼 속에, 우리는 따스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ㅣ 오늘 우리 반 식탁 위에는 어떤 마음이 놓여 있었을까요?


ㅣ 오늘은 우리가 아이에게 초대장을 내밀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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