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주, 월요일
아침에 등원하면 가장 먼저 아이들의 손길은 자유놀이로 분주합니다.
그중에서 단연 인기가 많은 것은 소꿉, 블록등을 이용한 역할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 영유아 반 할 것 없이 가장 인기가 많은 블록놀이는 이리저리 맞추고 끼우고 쌓으면 다양한 그들의 창작의 세계가 펼쳐지곤 합니다.
여긴 우리 집, 이건 동물원, 이건 자동차 등.. 같은 모양으로 보여도 각각의 이름이 붙습니다.
어김없이 분주한 아침의 풍경들을 바라보며 교실마다 들려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4살 친구가 다가와 블록으로 만든 꽤 높은 건물을 보여주며 자랑스러운 듯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거 봐요,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여기 7층"
"우와~ 이렇게나 높은 아파트에 사는구나. 우리 00이네 집은 7층?"
"맞아요. 선생님, 우리 집에 놀러 와요~"
"정말? 언제 놀러 갈까?"
"으음... 오늘?"
"놀러 가면 우리 뭐 하고 놀까?"
"우리 집에 장난감도 많고 맛있는 것도 많~아요"
아이는 내 손을 이끌어 자신의 분주했던 놀이영역 옆에 앉기를 청하며 자신의 집을 더 꾸미기 시작합니다.
아이의 귀여운 초대가 반갑기도, 사랑스럽기도 고맙기도 하지만 조심스레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되곤 합니다.
"00야, 선생님을 초대해 줘서 고마워. 그런데 선생님이 갑자기 00랑 집에 가면 엄마가 깜짝 놀라실지도 몰라.
친구를 초대하거나 선생님을 초대하려면 엄마와도 미리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아.
엄마도 허락해 주시면 선생님이 나중에 00이네 집으로 놀러 갈게"
아이의 진심 어린 초대에 바로 응할 수 없었지만 그날 나는 아이의 특별한 손님이 되었습니다.
자유놀이 시간은 아이들에게 가장 본능적이고도 창의적인, 그리고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진실한 표현의 장입니다. 특히 블록놀이는 단순한 조작활동을 넘어, 아이의 상상력과 감정, 관계가 담기는 활동입니다.
같은 블록이라도 아이마다 다르게 해석되고, 그 해석은 아이의 경험과 감정,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관심사를 반영하기도 합니다.
"여긴 우리 집이에요"
"선생님, 우리 집에 놀러 와요"라는 말은 단순한 놀이 속의 대사가 아닙니다.
아이의 세계에 선생님을 초대하고 싶은 마음,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에서 함께 있어 달라는 다정한 청유의 표현입니다.
선생님은 이 순간, 아이의 세계에 초대받은 특별한 손님이 됩니다.
놀이를 통해 아이는 선생님에게 마음을 열고, 선생님은 그 마음을 존중하며 아이의 세계를 함께 바라보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선생님에게도 중요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아이의 놀이 속에서 내가 어떤 존재로 자리 잡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순간, 놀이 속에서 관계는 자라고 그 관계는 아이의 말 한마디, 눈빛, 손짓 속에 담겨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가장 따스하고도 특별한 손님이며, 그 초대는 선생님의 존재의미를 다시 확인하게 해주는 소중한 선물입니다.
ㅣ 아이의 세계에 초대받은 적 있나요?
그 세계 속에서 나는 어떤 존재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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