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주, 수요일
참 날이 좋습니다.
무덥던 날이 지나고 언제 가을로 계절이 바뀌었는지 창밖으로는 벌써 낙엽들의 옷들이 그 색을 달리하기 시작했고
하늘은 저만치 멀리 있습니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이 좋은 날을 놓치기 싫어 아이들과 함께 바깥놀이를 청합니다.
"야호~" 아이들의 신나는 환호성과 함께 밖으로 나오니 가을공기가 콧속 깊숙이 들어와 우리들의 마음을 간지럽히고, 한 걸음 한걸음 걸을 적마다 조잘조잘 아이들의 가을맞이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가을은 가을은 노란색, 은행잎을 보세요...' 가을마다 우리들의 애창곡은 어느 순간 합창이 되어 모두 입을 모아 함께하며 가을길을 걷고 있었지요.
그때, 갑자기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비다~"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후다닥 우리는 큰 나무 아래를 잠시 피난처로 삼습니다.
다행히 빗줄기는 굵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안전하게 자리하다 보니 어느새 내 머리와 옷은 젖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말없이 내 옆에 다가온 작은 친구.
내 머리 위로 자그마한 손길이 느껴집니다.
"선생님, 비 맞으면 감기 걸려요."
작은 손으로 만든, 그러나 세상에서 제일 큰 우산이 내 머리 위로 드리워집니다.
언제나 아이들을 지켜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던 이 자리.
하지만 오늘은 아이의 손길이 나를 지켜주었습니다.
작은 손이 만든 우산 아래에서 느꼈던 포근함이 온종일 맘에 가득합니다.
선생님은 늘 강해야 한다고 믿었지만, 아이의 마음 앞에서 나는 부드럽게 약한 속살을 내보입니다.
그 약함은,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따스한 보살핌과 사랑입니다.
유아는 발달적으로 자기 중심성이 강한 시기이지만, 동시에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고 공감하는 능력 또한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특히 만 4-5세 이후에는 타인의 생태를 관찰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정서적 공감'이 발현되기 시작합니다.
유아는 관계 속에서 감정을 배웁니다. 특히 선생님과의 안정적 애착관계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고,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며, 공감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이러한 정서적 상호작용은 유아의 사회. 정서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선생님의 민감한 반응성과 따스한 태도는 그 발달을 촉진하는
중요한 환경적 요인입니다.
한편, 선생님에게도 이와 같은 아이의 표현은 중요한 감정적 자원이 됩니다.
아이의 진심 어린 말 한마디, 작은 손길 하나는 선생님에게도 '나도 사랑받고 있구나'라는 감각을 되살려줍니다. 그 감각은 선생님으로서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힘이 되고, 아이들 앞에 따스하게 설 수 있는 회복의 경험이 되어줍니다.
선생님은 늘 아이를 보호하는 존재로 여겨지지만, 때로는 아이의 마음이 선생님을 보호해주기도 합니다.
그 순간 교육은 단순한 지식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스한 연결'로 확장됩니다.
작은 손이 만든 우산은 단지 비를 막아주는 도구가 아니라, 선생님과 아이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깊고 따스한지를 보여주는 작지만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이처럼 유아교육은 감정과 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살아있는 교육입니다.
선생님은 아이의 표현을 섬세하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 담긴 정서적 의미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선생님도 아이도 서로에게 따스한 우산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ㅣ 선생님으로 '항상 강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나요?
그 믿음이 아이들과 함께 할 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ㅣ 아이와의 관계 속에서 내가 보호받았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그 경험을 짧은 글로 풀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