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주, 금요일
아이들의 자라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신기합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계절을 참으로 많이 닮아 있습니다.
봄에는 여린 새싹처럼 조금씩 서툴고, 자그마하던 모습들이
여름 되니 활기차게 뛰어다니며 친구들과도 선생님과도 라포가 형성되어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수확의 계절, 가을을 닮아 몸도 마음도 쑥쑥 자라 이제는 형님반에 갈 준비가 되어가고 있나를 생각하게 되고
겨울 되면 마음속에 단단한 씨앗 하나씩을 담고 있어 새해가 되면 또 다른 싹을 틔우는 과정들이 되풀이됩니다.
아이들의 계절은 이렇듯 자연스러운데
어른들의 시선에는 더디게만 느껴지는 걸까요?
아이들이 모두 귀가 후, 메시지 알림이 울립니다.
'선생님, 지안이 엄마예요. 통화가능하실까요?'
잠시 후 전화를 걸자, 지안이 어머님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선생님, 요즘 지안이 어떤가요?
다른 친구들은 말도 잘하고 발표도 잘하고, 처음 만나는 아이랑 말도 잘하는데 우리 지안이는 말도 적고 부끄럼도 많고, 초등학교 가서 괜찮을까요?"
이제 초등학교 입학을 3개월여 앞두고 있는 시점이니
환경이 달라질 초등학교 생활에 대한 걱정이 살그머니 올라올 시기.
이때부터는 다른 친구와의 비교가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자꾸만 우리 아이의 부족한 점이 더 부각되는 시기기도 합니다.
지안이의 요즘 생활과 활동에 대해 안심의 이야기를 나누고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지안이를 다시 떠올려봅니다. 지안이는 조용한 친구입니다. 평소 놀이를 할 때도 동적인 활동을 선택하기보다는 책을 읽거나 소꿉, 그림 그리기 등 정적인 활동을 선택하는 편입니다. 가끔은 혼자 놀이하는 것을 즐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정적인 활동을 선호하고, 조용하고, 수줍음이 있다고 그것이 부족함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지안이는 오늘도 조용히 그림을 그립니다.
펜 끝에 집중하는 눈빛은 마치 작은 예술가처럼 진지합니다.
그림 속에는 지안이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말로 다 표현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Andante처럼 느리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생동감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자신만의 리듬으로 자랍니다.
어떤 아이는 Allegro처럼 활기차게, 어떤 아이는 Andante처럼 조용히..
중요한 것은 그 리듬이 빠르냐, 느리냐가 아니라
그 리듬이 존중받고 있느냐입니다.
우리는 아이의 음악을 함께 듣는 사람입니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흐르는 그 선율을 귀 기울여 듣고,
그 리듬에 맞춰 걸어주는 선생님이 될 수 있다면
아이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름답게 자라 날 것입니다.
아이들은 각기 다른 리듬으로 자랍니다.
말이 많고 활발한 아이도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성장합니다.
어떤 아이는 빠르게 관계를 맺고 감정을 표현하지만, 어떤 아이는 조용히 관찰하고 천천히 마음을 열며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을 받아들입니다.
이처럼 유아기는 발달의 개인차가 매우 큰 시기이기에, 아이의 표현 방식이나 속도를 단순히 '빠르다' '혹은
'느리다'로 판단하기보다는 그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지를 섬세하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적인 놀이를 즐기고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아이는 상상력, 집중력, 자기 조절 능력이 발달하고 있으며
이는 사회성과 자존감의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이는 곧 사회성과 자존감의 기반이 되기도 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활발함만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조용한 아이의 내면에는 말로 다 표현되지 않는 풍부한 감정과 사고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자존감은 비교가 아닌 존중에서 자라납니다.
선생님과 부모가 아이의 고유한 리듬을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태도는 아이가 자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안정감 있게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교실은 다양한 템포가 공존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아이와 천천히 걸어가는 아이가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선생님의 시선과 환경은 유연하고 따스해야 합니다.
우리는 아이의 느린 걸음에도 귀 기울이고, 그 속도에 맞춰 함께 걸어주는 따스한 동반자입니다.
아이의 리듬을 존중하는 공간은, 아이가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고 타인의 관계 속에서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첫 번째 사회가 됩니다.
ㅣ 다양한 리듬의 아이들이 조화롭게 지낼 수 있도록,
나는 어떤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나요?
ㅣ 느린 템포의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에 걱정이 있을 때,
나는 그 아이의 강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명해주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