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과 권력투쟁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호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생뚱맞지만 여적여가 존재한다고 가정 해보자. 그럼 두 가지 질문이 생긴다.
1)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서로 싸우는 것은 왜 남적남이라 부르지 않는가?
2) 여적여가 있다면 기호 3번 심상정 후보와 기호 12번 김재연 후보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못지않게 싸워야 하는데, 왜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왕좌를 놓고 싸우는 것이 권력투쟁이다. 권력투쟁은 왜 남적남이라 부르지 않을까? 권력투쟁은 예로부터 당연히 남자들의 몫이었기 때문에 성별을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여성들에게는 매우 제한적인 사회적 지위만이 허락되었다. 여성들이 얻을 수 있는 지위는 나라에 한 자리뿐인 국모를 제외하면, 열녀와 현모양처 정도밖에 없었다. 많은 여성들이 정작 본인의 삶과는 무관한 쓸데없는 명예(?)를 얻는 데 인생을 바친 이유는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지위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들이라고 해서 사회적 지위에 절대 무관심하지 않으며 그들도 권력에 대해서는 당연히 남자들만큼이나 진심이다.
심상정 후보와 김재연 후보가 서로 싸우지 않는 이유는 너무나 당연하다. 둘 다 대통령선거라는 권력투쟁에서 유력 후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둘을 여적여로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여자 대통령을 따로 선출하면 된다. 그럼 두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못지않게 흥미진진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여적여의 존재를 믿는 이유는 집단에서 다른 여성을 억압하고 깎아내리는 여성(이하 가해자)을 종종 목격하기 때문이다. 이 가해자들은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할까? 이 가해자들은 집단에서 여성에게만 배정된 소수의 사회적 지위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음에 승진할 여성, 가장 일 잘하는 여성, 가장 아름다운 여성 등등. 그것이 중요한지 쓸모없는지 심지어 그런 자리가 있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그러한 자리가 있다고 믿거나 의식하게 되면, 조직에서 여성들은 보통 소수이기 때문에 유력한 경쟁자를 뚜렷하게 구별해낼 수 있다. 자신의 경쟁자를 깎아내리고 싶은 마음은 남녀가 다르지 않다. (대통령선거, 경영권 분쟁 등 뚜렷하게 유력한 경쟁자를 구분할 수 있는 경우, 소위 신사적인 싸움을 본 적 있는가?)
가해자들은 왜 존재하는 지도 확신할 수 없는 그런 자리에 매달리는 것일까? 그 이유는 예전부터 여성들에게 그런 지위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주입받아 왔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런 인식을 갖게 된 것은 태어나서부터 접해 온 성차별적 환경 때문이다. (열녀가 도대체 사회적으로 무슨 효용이 있는가?) 특히, 남성들에게는 호의를 보이면서 여성에게만 적대감을 드러내는 여적여 가해자들은 남녀 불평등의 프레임이 뇌리에 깊이 박혀있는 성차별의 가장 큰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차별적 프레임에 강하게 속박되어 있어, 남성들을 경쟁상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성들의 자리가 따로 있으며, 그런 자리에는 언감생심 관심도 없다.
우리가 대통령 후보자들에게 바라는 것은 경쟁자를 깎아내리는 네거티브가 아니라 자신이 대통령감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현실은 대통령감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보다 경쟁자가 자질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쉽고 효과적이다. 그래서 선거는 늘 진흙탕이 된다. 페미니즘도 마찬가지다.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남성이 여성보다 열등하다는 주장의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여성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이런 주장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여성은 남성의 경쟁상대조차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남성들이 여성 우월주의자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여성들이 실질적인 경쟁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일본의 반한감정도 일본인들이 한국을 진정한 경쟁상대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반증이라 볼 수 있다. 미국도 중국이 G2가 되기 전에는 지금처럼 중국을 대하지 않았다.) 따라서 양성평등으로 가는 길에 성별 간 권력투쟁의 진통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권력투쟁에서 남성들 간의 진흙탕 싸움을 지겹도록 보아 왔다. 만약 여성들이 그들이 원하는 지위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네거티브와 폭력 없이 뜻한 바를 이루어 낸다면, 합리와 협력 아래 주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나는 누가 뭐래도 양성평등이 아니라 여성 우월주의를 힘차게 부르짖을 것이다. 그것은 인류가 탄생한 이후 남성들은 한 번도 도달해 보지 못한 절차상의 가장 중대한 업적이기 때문이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5747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