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갓 도정한 햅쌀을 씻지 않고 정성스레 밥을 지었다. 제사상에 올린다 해도 어머니에게 합격점을 받을 만큼 윤기가 흐르는 밥이었다. 초밥은 속도가 관건이다. 그는 일본 장인의 능숙한 솜씨마냥 재빠르게 밥을 빚어내고 앙증맞은 크기의 고추냉이를 다섯 차례 올렸다. 신경 써서 손질한 후 상온에서 3일간 숙성했다가 다시 얼린 생선을 꺼내며 생각한다. 얼어붙은 생선의 비릿한 차가움, 혀가 데일 정도로 뜨거운 밥의 이질감, 지독하리만큼 강한 고추냉이의 알싸함, 이것들을 그 사람이 충분히 느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 주제: 교묘하게 복수하고 싶다 (저 인간 커피에 침을 뱉고 싶다)
앉아있는 그의 모습은 항상 위압적이었다. 그는 자신감에 넘쳤고 의자 뒤로는 어둡고 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원탁회의 석상에서 들리는 그의 굵고 낮은 목소리는 위에서 들려왔기 때문에 듣는 사람들을 더욱 주눅 들게 만들었다. 회의실에서 그가 껄껄 웃을 때면 모두가 따라 웃었지만 그보다 더 크게 웃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자신도 모르게 즐겼다. 그는 가장 먼저 회의실에 들어가 안쪽 의자를 차지했고, 모두가 떠난 뒤에야 회의실을 나왔다. 빈 회의실에 홀로 서 있는 그의 모습은 이상하게도 앉아 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주제: 숏다리
별다를 것 없는 날이지만 날씨가 너무 화창하다. 마트에서 집으로 가는 길은 발걸음이 가볍다. 여름이 다가오기 전 봄기운이 남아 있는 동네 길은 풀과 나무들이 한층 생생한 기운을 뿜어낸다. 좀 빠르게 걸으면 땀이 날 듯 말 듯 하지만, 조금만 천천히 걸으면 그늘에서는 봄기운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기분이 좋으니 오늘은 딸아이가 좋아하는 쿠키를 구우려고 한다. 시간을 잘 맞추면 학원 보내기 전에 갓 구운 쿠키를 먹여서 보낼 수 있다. 저 멀리서 하교하는 딸이 보인다. 먼발치부터 나에게 배꼽인사를 한다. 풋, 웃음이 나왔다. 웬일이람? 학교 들어가고 나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땀이 좀 나겠지만 사알짝 달려가 볼까? 딸의 웃는 표정이 조금은 어색하다.
>> 주제: 성적표 나온 날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한 친구가 있다. 내가 걸음마를 시작하고 옹알이를 할 때부터 늘 함께였다. 다른 이들은 자라면서 그 친구를 곧 잃어버렸지만 나는 도무지 그 친구를 놓아줄 수가 없었다. 이 친구는 늘 부푼 마음을 안고 산다. 그리고 자신을 옥죄는 것들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덧 이 친구와 함께 지낸 지 40년이 넘었다. 다른 이들은 그 친구가 필요 없다고 했지만 어느덧 모두들 그 친구가 돌아왔음을 자각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옛 친구와의 재회에 다른 이들은 부담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한 번도 이 친구를 배신해 본 적이 없다.
>> 주제: 똥배
주의!) 이 글은 취향이 명료하고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이 읽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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