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퇴사는 자유를 얻는 것이다.
2011년.
나는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 나의 제2의 인생을 맞이하게 되었다. 부모님 그늘 뒤에서 보살핌을 받아오던 막내아들이 자신의 가정을 꾸리게 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일에 파묻혀 살아가면서도 연예를 하고 결혼도 했다는 것이 참 신기하고도 기특한 일이다. 창원과 부산을 새벽이슬 맞아가며 이동하고, 그 바쁜 일정에도 여행을 가고 추억을 쌓아 놓았기에 지금의 우리 부부를 만들어 놓은 게 아닌가 싶다.
결혼. 처음에 나는 그냥 한 여자와 같이 살고 싶은 것뿐이었다. 하루가 지나기 전에 헤어지는 것이 너무 싫었고, 연예를 위해 소비되는 감정, 돈, 시간들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결혼을 결심하였고, 그녀와 함께 한 가정을 꾸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결혼은 내가 생각한 것과 달리 같이 산다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같이 산다는 것이 아닌, 누구와 어떻게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가 삶의 숙제로 내려진 것이다. 그리고 결혼한 ㅜ에서야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하였다.
나는 창원과 부산을 매일 출퇴근하였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와이프가 깰까 봐 조심조심 준비하고, 어둠이 가시지 않은 고속도로를 달리며 하루를 맞이 하였다. 선배들이 말하듯이 새벽 일찍 출근하여 나의 업무를 처리하면 조금더 빨리 퇴근할 수 있을까라는 착각 속에서 아침 업무를 남들보다 빨리 시작했었고, 매일 되는 일상의 업무는 남들보다 더욱 집중하여 처리했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물에 밥 말아먹듯이 하는 새벽 퇴근 뿐이었다. 분명 어제 새벽에 출근했는데 오늘 새벽에 퇴근해야 하는 눈앞의 현실에 또 한 번 좌절감을 느끼게 되었다. 오늘 새벽에 퇴근하면 또 오늘 새벽에 출근해야겠지. 그럼 또 내일 새벽에 퇴근하고, 또 내일 새벽에 출근하겠지... 그 당시 나는 걸어 다니는 새색시보다 누워있는 새색시를 더 많이 봤던 것 같다.
매일 똑같은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며 지겨운 삶을 살고 있을 때, 불현듯 내 가슴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내 삶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도대체 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가슴부터 시작하여 머릿속으로 옮겨지더니, 계속해서 내 주위를 맴돌았으며, 찌들고 지쳐있는 나의 일상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고 있었다. 나는 그 자극을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생각했다. 먼저 내가 결혼을 선택한 이유와 목적에 대해서 나 자신과 깊은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너는 왜 그녀와 결혼을 했니?'
'같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결혼이란 것을 선택했지'
'그럼 지금 행복하니?'
'아니, 전혀 행복하지 않아. 평일에는 와이프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대화한지도 오래된 것 같아.'
'그럼, 계속해서 이렇게 살 꺼니? 네가 원했던 결혼생활, 행복한 가정이 이런 거였어?'
내면에 있는 나 자신은 지금의 내 모습이 정말 한심하고 못나 보였나 보다. 하긴 무채색 군단에 포함되어 아무 색깔이나 개성 없이 하루하루를 반복하여 살아가는 삶이 썩 보기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남들 다 참고 지내는 조직을 나만 힘들다고 떠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낙오자로 찍히는 것이 될 것이고 나에게는 그런 낙인을 극복해낼 용기와 의지가 없었다. 아니, 그 두려움이 너무 커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것 같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계속해서 굴러가는 쳇바퀴 위에 올라섰다.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커다란 조직에 한 몸 바쳐 일하는 노예와 같이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 돌아올 수밖에 없는 직장. 정말 지긋지긋했다. 뒤를 봐도 앞을 봐도 막막하고 답답했다. 1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나는 이 쳇바퀴 위에서 계속해서 발을 굴려야 할 것이고 가족이라는 따듯한 단어는 잊은 채 회사라는 딱딱함에 익숙해질 것이고, 그렇게 나의 인생은 단순하고 의미 없으며, 수동적이고 끌려가는 삶으로 채워질 것이다. 정말 그랬다. 저기 위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들만 보아도 나의 미래가 보였다. 회사에서 10년을 넘게 충성을 해왔어도 항상 똑같은 퇴근과 똑같은 보상. 남들 다 가진다는 주말의 여유도 가지지 못한 채 일에 치여 퀭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모습. 나는 정말 저렇게는 살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저녁이 있는, 주말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더 많은 연봉, 더 많은 인정, 더 많은 성과를 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행복이라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내 삶에 부여받아 활용하고 싶은 것뿐이었다. 그때의 삶은 최소한의 시간마저 뺏아가 정말 노예처럼 일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었다. 30년은 어영부영 어떻게든 살아왔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은 내 삶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인생을 살아가 보고 싶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내가 더 이상 이 조직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성과와 보상이 아닌 시간임을 확신하게 되니 여기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너무 괴로웠다. 벗어나고 싶었다. 이 불편하고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내 발과 손에 묶여있는 사슬들을 벗어던지고 싶었다. 그토록 안전할 것 같았던 조직이, 내 생각이 바뀌고 마음을 비우니 어느새 가시밭처럼 불편한 존재가 되었다. 떠나고 싶어 지니, 없었던 용기와 의지가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차오르는 용기와 의지는 이직이라는 행동지침으로 승화되었고, 매일매일 새로운 직장을 찾는 일에 집중하였다. 목표는 더 높은 연봉이 아니었다.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저녁 퇴근이 보장되는 그런 직장을 찾아 헤매었고 2개월 간의 노력 끝에 나의 조건과 맞는 회사를 찾게 되었다.
이직이라는 목표가 세워졌으니 이제는 주변 사람을 설득시키는 일만 남았다. 아무도 모르게 준비한 이직이었기에 와이프에게 조차도 선뜻 입이 떼어지지 않았다. 내가 이직하고자 하는 곳은 우리의 터전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였기에 생활환경이 많이 변화될 상황이었다. 우리는 맞벌이 부부였기에 와이프 역시 열심히 일하는 직장이 있었으며 정년이 보장된 그런 조건의 회사였다. 나의 이직으로 인해 와이프의 경력을 단절시켜야 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기에 더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하지만 나만 좋자고 하는 것이 아닌, 앞으로의 태어날 우리 2세를 포함하여 우리의 가정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소신있고 진실되게 와이프를 설득하고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로써 우리는 새로운 삶을 위한 계획과 다짐을 함께 할수 있었으며, 서로의 조력자가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에게 들려온 새로운 직장에서의 합격 통보.
드디어 벗어나게 되었다. 새벽부터 새벽까지 일만 하던 그 생활에서 탈출하였다. 9시에 출근하여 6시에 퇴근하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너무나 간절했던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평일에는 퇴근하여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며 행복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고, 주말에는 어디로 여행을 갈지 고민을 하고 어떤 추억을 쌓아갈지 기대하는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땐 몰랐었다. 내가 원했던 시간의 일부만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을. 더 나은 회사로 온것이지 노예란 계급은 그대로란 것을. 나에게 필요한 것은 좀 더 나아진 노예생활이 아닌 진정한 자유였다. 경제적 자유, 시간적 자유, 공간적 자유. 이 모든 것을 가지기 위해선 나의 손발이 묶여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직이라는 행동을 통해 조금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그러인해 더 많은 시간을 갈망하게 되었다. 시간을 가지기 위해선 경제적인 자유가 필요했으며, 그러기 위해서 나를 가둬두는 공간에서의 자유가 필요했다.
나의 첫 번째 퇴사는 만족스러운 퇴사가 아니었다. 다만 그 회사가 싫어 다른 회사로 옮기는 행동이었을 뿐이었다. 수면 위로 떠오른 불만과 불평을 해결하는 수단이었을 뿐, 수면 밑에 있는 원천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자유.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단순한 퇴사만이 답이 아니다. 퇴사를 통해 시간적, 공간적인 자유를 얻겠지만, 그것은 서울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노숙자들도 가진 자유이다. 우리가 원하는 자유는 히피적 요소가 아닌 성장을 위한 발전적 요소의 자유이다. 시간과 분리된 소극적 소득으로 인해 공간과 시간의 자유를 얻어, 모든 것의 우선순위를 가족의 행복으로 둘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고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나의 꿈과 목표는 확고하다. 그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알차게 사용하고 있다. 어느 날은 도전으로 채워질 때가 있을 것이고 , 어떤 날은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간들이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과 추억이 될 것이기에 이렇게 글로써 남겨보고자 한다.
나는 1년 뒤 퇴사를 할 것이다. 아닌 1년보다 더 빠를 수도 늦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나의 꿈과 목표가 너무나 크기에 여기서 주저앉아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의 새로운 삶을 위한 준비와 자취를 여기에 남겨보려고 한다. 단순히 일기장에 남겨 우리만 볼 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과 공감을 나누며 우리 또한 힘을 받기 위해 브런치라는 공간을 통해 나누고자 한다. 새로운 도전을 할 때는 많은 응원을, 실패를 겪었을 때는 위로를, 행복함이 가득할 때는 같이 나누는 공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앞으로는 하나씩 도전해가며 이루어가는 것을 위주로 현재형으로 글을 써나 갈 예정이다. 많은 응원과 관심이 우리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별사냥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