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중독자의 단상(斷想) #6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른 상태로
오랜 기간 서비스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날의 일입니다.
문제를 수정하면서 부정적인 감정들이 점점 커지더니
심박수가 빨라지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날 데일리 스탠업에서 구성원들에게
이러한 상태를 공유하면서 감정이 조절되지 않는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고 말았고
한동안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업무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었습니다.
분명,
이 감정이
'문제 자체' 또는 문제가 되는 부분을 '작업한 사람'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런 상태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세 시간 정도 흘렀을까요.
고요하지는 않지만 장마 비 정도로 감정이 추슬러졌을 때
슬랙을 통해 멋쩍은 사과를 구성원 모두에게 전하고
이래저래 업무를 하다가 퇴근하였습니다.
'왜 그런 문제를 내가 발견하지 못했지?'
'이것 때문에 지금까지 구매한 사용자들의 만족도에 악영향을 준 걸까?'
'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지 못했지?'
솔직하게
아직도 자신이 없습니다.
다른 중요한 문제가 생겼을 때 이런 감정적인 반응
알레르기적 발작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못하겠습니다.
원인은 그 문제, 현상을 받아들이는 저에게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고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 저와 제품팀 전체에 굉장히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정도로 덮어둔 기분입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고
그래서 성장할 여지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장중독자입니다.
2023.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