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테슬라에서 인생주행법을 배웠다> 서평
넷플릭스, 구글, 아마존, 그리고 이젠 테슬라까지.
나는 평소에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스타트업에 다녔을 때도 그랬고,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지금에도 여전히 실리콘밸리 문화를 배우면서 도입하려고 시도했다. 직접 회사를 다녀본 경험은 없으니, 참고할 수 있는 거라곤 책 밖에 없었다. 구글에서 일하는 방법,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 그리고 아마존의 올웨이즈 데이원까지 회사를 직접 운영했거나 직원으로 다녀본 사람들의 경험을 담을 책을 여러 번 읽었다. 그러다 문득 테슬라나 스페이스 X는 어떻게 일하길래 혁신을 이루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 문화를 담은 책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영상으로만 접하다가 우연히 <나는 테슬라에서 인생주행법을 배웠다>라는 책을 찾았다.
이 책의 저자는 국내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해외 대학 MBA를 거쳐 애플, 테슬라에 입사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서두에도 나오는 저자의 가치관이다. 저자는 친환경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전기차에 대해 흥미를 가졌다. 그 흥미를 발전시켜 실제 친환경에 기여하고자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최선을 만들기 위해 과감하게 도전하기도 했다. 예컨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해외 MBA를 가기도 했고, 테슬라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배움을 위해 애플을 선택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스킬 셋을 각종 경험에서 이루었다. 책에는 그 과정에 대한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여기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바로 일론머스크가 이야기한 제1원칙 사고이다.
제1원칙 사고란 기존의 사고방식이나 경험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본질과 근본적인 진리에서부터 사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1원칙 사고에 기반하면, 우리는 문제를 접근할 때 우리가 근본적으로 알고 있는 진리부터 시작해야 한다. 근본적인 원리와 진리로부터 사고를 확장해 나가면 기존에 경험적으로 가두었던 한계를 넘어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 만약 반대로 기존의 경험으로부터 해결책을 찾아나간다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제1원칙 사고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대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개인적인 경험상, 국내 회사들은 레퍼런스와 경험에 상당히 의존적이다. 예컨대, 어떠한 솔루션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질문하는 게 다른 회사의 유스케이스이다. 물론 유스케이스를 통해 적합성을 검토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다. 다른 회사에서 이미 성공 혹은 실패한 사례가 있다면, 그 경험을 통해 솔루션을 도입하기 전에 발생할 수 있는 이슈나 개선사항을 미리 점검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다른 회사 혹은 팀의 경험에 의존하여 해결책을 찾다 보면 업계의 리더가 되기 어렵다.
때론, 근본적인 진리로부터 시작해서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방법이 유용하다. 그러다 보면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시도해 볼 만한 창의적인 해결책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나 프로세스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도 있다. 하지만 혁신하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이러한 시도를 막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제1원칙 사고는 경험에 기반한 해결책보다 문제를 다방면으로 접근할 수 있는 창의력을 끌어내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실패하면 어떤가. 그로부터 배우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내면 그만이다. 실패하면 책임질 거냐는 논리로, 기존의 성공 사례만을 찾아서 도입하는 문화는 결코 혁신할 수 없다. (나는 대기업 직원으로서) 많은 국내 대기업들이 이러한 혁신적인 사고방식을 실현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문화를 만들어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저자는 한국 대기업과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을 모두 경험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그 두 기업의 문화를 한마디로 비교했다. 나는 그 비교가 마음에 와닿았고, 밑줄까지 치면서 감탄했다.
"한국 기업은 제로섬(Zero-Sum) 게임을, 미국 기업은 윈윈(Win-Win) 게임을 한다"
물론 모든 회사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최근 잘 나가는 스타트업을 보면, 국내에서도 윈윈 게임을 하는 회사들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아직 국내 대기업에는 이러한 문화가 팽배해 있다. 국내 대기업은 대체로 직급이 올라가면서 연봉이 오른다. 매년 주어지는 평가에 따라 직급이 올라갈지 말지 결정되는데, 대체로 한국은 상대평가를 사용한다. 문제는 진짜 실력으로 상대평가를 하지 않고, 돌아가면서 성과를 나눠갖는 문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승진을 앞두고 있으면 그 사람에서 높은 점수를 몰아준다. 그러다 내 차례가 오면 그때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평가를 양보하는 것이다. 즉, 누군가 높은 점수를 얻으면 누군가는 낮은 점수를 얻을 수밖에 없다. 또한, 팀 간에도 평가는 상대적이다. A팀이 B팀보다 월등하게 잘해도, A팀 꼴찌보다 B팀 1등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설령 A팀의 꼴찌가 성과를 더 많이 내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제로섬 게임을 해서는 회사에 대한 의지를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내가 속한 팀에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있다고 가정해 보자.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실력이 있어서 배우는 게 많지만, 성과평가가 되면 다른 팀 동기보다 평가가 나쁘게 나온다. 그러면 누가 그 회사에서 더 일하고 싶어 하겠는가. 실력이 있고, 좋은 성과를 많이 가져왔다면 그만큼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다. 이러한 기본적인 성과 프로세스조차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면 대기업들이 혁신하기 어려운 것이다.
구성원들이 스스로가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회사를 혁신시키기는 사실상 어렵다. 테슬라의 기업 규모는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보다 크다. 매출 규모나 직원 수를 보더라도 거의 대부분의 회사를 압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직원은 자신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일한다. 너 일, 내 일 구분하지 않는다.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와주고, 도움이 필요하면 절실하게 요청한다.
반면, 국내 대기업에서는 회사는 그저 월급을 주는 곳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회사를 다닌다. 내 일이 많든 적든 월급이 똑같으니 적은 쪽을 선택한다. 누군가 내 일에 간섭하면 성과를 뺏어간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묻는다.
"회사의 일원으로 일할 것인가, 아니면 주인으로 일할 것인가?"
요컨대, <나는 테슬라에서 인생주행법을 배웠다>는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갖기 위해 우리가 가지면 좋을 자세나 사고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최근 핫한 기업 하면 빠지지 않는 테슬라에서의 경험을 마치 옆에서 이야기해 주듯 자세하게 설명했다. 책을 읽으면서, 현재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회사에 도입하면 좋은 사례는 뭐가 있는지 생각하면서 읽으면 더 진지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비즈니스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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