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가 가져다준 소소한 메시지
어느 한 인어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사람이 사는 세상을 동경하고 그들의 물건을 수집한다. 꼬리가 아닌 다리로 춤을 추는 상상을 한다. 포크로 머리를 꼬아가며 즐거워한다. 하지만 과정이 순탄치 않다. 가장 큰 장애물은 아버지다. 딸을 격하게 아낀 아비는 주변에 울타리를 친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감시하면서도 혹여나 잘못될까 노심초사한다. 자식의 일탈을 마주하는 날에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지른다. 딸은 그런 아빠를 이해하지 못한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으랴. 결국 이기적인 선택을 하고 마는데...
위 이야기의 주인공은 인어공주이다. 어렸을 때 동심의 마음으로 한 번쯤은 보았을 내용이다. 최근 영화로 개봉했는데, 다른 관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디즈니는 이례적으로 흑인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업계의 편견을 깨기 위함이었을까, 아니면 단순한 캐스팅이었을까. 어떤 목적인지는 내겐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우습게도 나는 만화영화를 보지 않았기에, 원작이 어떤지 알지 못했다. 나는 그저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궁금할 뿐이었다. (여담이지만, 디즈니 덕후인 여자친구는 플라운더가 광어가 되었다고(?) 마음 아파했다.)
만화영화를 보면서 디즈니가 그린 세상이 현재와 그리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인어가 사람이 되는 만화적 요소와, 게와 물고기가 영어를 구사하는 비현실적 요소를 빼면 말이다.
인어공주는 우리처럼 꿈이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한다. 자신이 누리고 있던 모든 걸 포기하면서. 아니,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이 희생하는 상황까지 견뎌가면서.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주변에서는 다 안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135분짜리 대장정의 끝은 우리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우리도 늘 마음속으로 갈망하는 꿈이 있다. 때론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도 마음을 움직이는 그 무언가가 분명 있다. 그 실체를 찾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노력한다. 공부를 멈추지 않고, 일을 쉬지 않는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반드시 통곡의 벽을 마주한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경제 상황, 늘어나는 은행 빚, 지칠 줄 모르는 물가상승, 그리고 턱없이 부족한 내 월급. 우리의 의지를 부수기 위해 칼이 사방에서 날아온다. 무릎 꿇으라고 소리치면서.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
무릎 꿇으면 어떤가. 그냥 꿇은 채로 걸어가면 된다.
다시 일어서면 그만이다.
견뎌라. 벽을 마주했다면 부딪혀라. 튕겨 나와도 계속 부딪혀라.
그 벽 너머의 우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