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용해지니 가족들이 시끄러워졌다

나의 일상에서 배운 한 가지

by 이옥겸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는 날이면 나는 늘 미리 준비했다. 가볼 만한 펜션을 찾아보고, 근처 맛집을 정리하고, 일정을 짰다. 가족들 앞에 앉아 하나씩 설명하면 "응, 좋아" 정도의 반응이 돌아왔다. 아이들은 휴대폰을 보고, 아내는 고개만 끄덕였다.나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알아서 정하면 가족들은 편하고, 그게 책임감 있는 가장의 역할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는데, 왜 아무도 신나 하지 않을까.

그러다 친구 가족과 함께 여행 계획을 세울 기회가 있었다. 친구는 거의 말이 없었다. 아이들이 가고 싶은 곳을 말하면 고개만 끄덕였고, 아내가 의견을 내면 "좋지" 정도만 대답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집 분위기는 시끄러웠다. 모두가 자기 의견을 내놓았고, 금방 계획이 정해졌다.나도 한번 해보기로 했다. 다음 주말 외식 메뉴를 정할 때 의식적으로 먼저 말하지 않았다. "오늘 뭐 먹을까?" 물어보고, 그냥 기다렸다.


침묵이 흘렀다. 평소 같으면 내가 바로 식당 이름을 댔을 텐데, 나는 참았다. 정말 불편했다. '그냥 내가 정하는 게 빠른데'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그런데 조금 지나자 큰아이가 입을 열었다. 파스타가 먹고 싶다고 했다. 작은아이가 피자를 외쳤다. 아내가 웃으며 둘 다 있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평소엔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날 저녁, 아이들은 자기가 고른 메뉴라며 더 맛있게 먹었다. 다음에 가보고 싶은 곳도 스스로 이야기했다. 나는 깨달았다. 내가 모든 걸 정해주는 게 편한 게 아니라, 가족들이 말할 기회를 빼앗고 있었다는 것을. 그 이후로 조금씩 바뀌었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도, 주말 일정을 정할 때도, 나는 먼저 물어보고 기다렸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가족들이 점점 자기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요즘 우리 집 거실은 예전보다 시끄럽다. 누군가 계획을 꺼내면 모두가 한마디씩 보탠다. 나는 대부분 듣고 있다가, 마지막에 정리만 한다. 아직도 가끔은 답답하다. 침묵이 흐를 때면 내가 빨리 정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빨리 끝내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조용해질수록, 우리 집은 더 시끄럽고 행복해졌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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