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린 게 아니라, '도망친' 거였다

나의 실패수첩 두번째이야기

by 이옥겸

오늘도 4분을 채우지 못했다.

정확히는 2분 10초. 멈춘 순간, 다리는 멀쩡했다. 숨도 가빴지만 견딜 만했다. 그런데 머릿속에서 누군가 외쳤다.

"멈춰!" 그래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아침 6시, 이어폰을 끼고 집 밖으로 나섰다. 오늘의 계획: 4분 뛰고 2분 걷기, 세 번 반복.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내게는 매번 실패하는 루틴이다. 그래도 오늘은 된다고 믿었다.

처음 30초는 이상하리만큼 괜찮았다. 발이 가볍게 땅을 밀어냈고, 호흡도 일정했다. '어? 오늘은 되겠는데?'

1분이 지났다. 숨이 조금 가빠졌지만, 아직 통제 가능했다. 페이스를 조금만 늦추면 될 것 같았다.

1분 30초. 가슴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목이 좁아지는 느낌. 그런데 발은 아직 괜찮았다. '조금만 더.'

1분 50초쯤, 예전 발목 부상이 떠올랐다. 아주 짧게, 그러나 정확하게.

'괜히 무리했다가… 또 다치면?' 그 순간부터 모든 게 달라졌다.

눈앞의 목표가 바뀌었다. '4분 완주'가 아니라 '지금 안전하게 멈추기'로. 몸은 아직 달릴 수 있었다. 그런데 마음은 이미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 2분. 숨이 더 거칠어졌다. 아니, 거칠어졌다고 생각했다.

2분 5초. '지금 멈추면 안 다쳐. 내일 다시 하면 되지.'

2분 10초. 멈췄다.

숨을 고르며 걸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오늘은 컨디션이 별로야.' '무리하지 않는 게 현명한 거야.'

그런데 이런 말들이 너무 익숙하다는 게 더 속상했다. 나는 매일 이 자리에서 멈춘다. 매번 다른 이유를 붙이지만, 본질은 같다. 두려움이 먼저 승리한다. 진짜 웃긴 건, 나는 '달리기 실패'조차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원했던 실패는 이게 아니었다. 끝까지 달려보다가 지쳐서 쓰러지는 것, 더 도전하다가 한계에 부딪히는 것. "해볼 만큼 해봤다"라고 말할 수 있는 실패.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 실패조차 시도하지 못한 채 스스로 멈춘다.

실패가 아니라, 포기다.

그래도 내일 또 신발끈을 묶을 것이다. 이번엔 다르게 해보려고 한다. 안전이라는 명분으로 욕심을 줄이는 대신, '완주'라는 약속을 지키는 것. 4분이 너무 길면 3분. 그것도 안 되면 2분.

중요한 건 거리가 아니라, 끝까지 가본다는 것이다.

내일의 실험: 멈추고 싶을 때, 딱 10초만 더 버텨보기.


[오늘의 레슨]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두려움을 구별하기. 몸이 보내는 진짜 신호와 마음이 만드는 가짜 신호는 다르다. 진짜 한계를 경험하기 전까지는, 그게 한계인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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