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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프로젝트 매니저의 인생 터닝포인트

Day17

용산에 위치한 한강의 랜드마크 프로젝트. 규모는 34개월, 3000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 3동 이었다. 그 프로젝트에서 나는 원가, 대관, 계약 업무를 담당했다. 소장님의 비서실 같은 역할로 중요한 자리였고, 업무에 대한 부담도 컸다.


그런데 정작 날 힘들게 했던 것은 사람이었다. 매일 나를 감시하는 듯한 상사가 있었다. 물론 업무를 잘하나 못하나에 대한 감시였지만, 편히 숨쉬기 힘든 시간이었다. 건설현장이다보니 아침 해뜰때부터 해질때까지 사무실에 있었는데 하루종일 그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었다. 다른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 상사의 지시에 못 이겨 부서를 옮기거나,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심지어 다른 현장의 동기들은 가끔 안부를 물을때 "아직 살아있냐"고 걱정했다.


그 안에서 개인 생활은 없었다. 현장 근무라 주말도 일을 했었다. 일과 삶의 경계가 무너졌다. 처음엔 그런 상황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내 인생은 어디로 가고 있지?' 스스로 자문했다. 나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몇번이고 났었지만, 내가 맡은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싶은 마음에 꾹 참고 했다. 그리고 사실 그 상사는 업무의 정확도나 성과는 대단한 사람이었어서 배울점이 많은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생각을 고쳐먹기로 마음 먹었다. 이 과정을 이겨내면 그것 만으로도 인정을 받을 수 있고, 나도 많이 발전할 거라 생각했다. 결국 참고 일에 집중했다. 오히려 더 열심히 일했다. 3000억 프로젝트 성공이라는 목표를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고, 큰 성과와 함께 준공까지 마무리를 잘 하고 본사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다. 그때 그 상사도 프로젝트 성공과 나의 성장을 위해 그토록 신경 써 주셨다는 것을. 지금은 그때가 감사하다. 대형 프로젝트 관리의 모든 것을 디테일하게 배웠고, 엄청난 압박 속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자신감을 얻었다. 매번 한강 근처를 지날때마다 멀리서도 잘 보이는 그 건물은 내가 평생 가져갈 자랑거리가 되었다는 것도 알수 있었다. 중간에 포기했다면 평생 나의 오명으로 남을 뻔 했던 것이다. 이런 경험은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고통이 될 수도, 성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요즘 퇴사를 고민하는 힘든 직장인들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당장은 고통스러울지 모르지만, 이 경험을 잘 이겨냈을때 나에게 어떤 발전을 가져다 줄 것인지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잘 이겨낸다면 그걸 계기로 더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지금의 고난이 훗날에는 값진 자산이 될 수 있다. 나도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더 큰 프로젝트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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