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센 아이와 갈등 없이 밥 먹기
요즘 부모들은 이전 세대보다 학력이 높고 사회생활을 해본 뒤 육아를 경험할 확률이 높다. 그간 쌓인 경험치가 많은 부모는 아는 만큼 더 주려다 '일방적인 가르침'에 빠지기 쉽다. 더군다나 유행처럼 번지는 엄마표, 아빠표라는 말은 부모에게 묘한 압박감을 준다. 평생을 가르쳐본 적 없는 사람이 아이에게 가르치려 하기 시작한다. 나의 첫 제자는 그렇게 쌍방 합의 없이 아이의 탄생과 함께 시작한다.
특히, 편식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모두 약간의 불안이 있다. '너무 안 먹어서 건강한 아이로 크지 않으면 어쩌지?', '영양부족으로 키가 작으면 어쩌지?'등 아이에 대한 신뢰나 확신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불안이다. 불안은 나에게서 출발한다는 것을 깨닫고 아이의 '선택'으로 방향을 돌려보자.
의지가 강한 아이, 감정적 대립 예방을 위한 우리 집 행동 매뉴얼
첫째 아이는 의지가 강한 기질에 속한다. 때문에 부모와 강한 감정적 대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즉, 아이를 키울 때 그만큼 에너지를 더 써야 한다는 의미다. 큰 바위를 옮기는 것과 조약돌 하나를 옮기는 에너지가 어떻게 같을 수 있는가? 그래서 우리 집만의 규칙을 완성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아이에게 허용할 것과 허용해서는 안 되는 것을 정한다.
위험한 상황인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가?
함께 지켜야 하는 규칙인가?
위의 세 가지 상황에서는 아이에게 절대 허용되지 않는 것임을 단호하고 일관되게 가르쳐야 한다.
두 번째, 아이에게 선택권을 준다.
'배를 만들게 하려면, 만드는 법을 가르치지 말고 바다를 동경하게 하라.'는 말이 있다.
가장 잘 가르치는 방법은 주어진 바른 방법이 있다 해도, 서툴고 실수로 보이더라도 본인 의지로 실행하는 자세다. 아이를 움직이는 것은 '강요'가 아니라 '선택'이고, '통제'가 아닌 '신뢰'다.
신중한 아이에게 낯선 음식은 작은 위기다. '강요'는 위기를 키우지만, '선택'은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는 감각을 준다. 결국 먹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라는 관계의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즉, 부모가 가르쳐야 할 것은 '방법'이 아닌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다.
세 번째, 떼쓰지 않으면 칭찬하기
고집을 부리던 아이가 떼를 쓰지 않았다면, 있는 그대로 설명하며 칭찬해 준다.
"네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엄마는 알고 있어!"
"너도 뿌듯하겠다."
칭찬 스티커* 같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나는 더 멋져지는 중’인 것을 일깨워준다.
네 번째, 역할놀이와 규칙 있는 게임으로 아이의 욕구 조절 능력을 키워낸다.
오늘도 식판 앞에서 아이는 얘기한다.
"오늘은 새 음식이 없네요?"
조용히 오른쪽칸에 시선을 두었다. "어 아니네, 두부가 아니고 연두부네요."
"앞에 양념장도 두었으니까 같이 먹어봐도 좋아."
작게 한입을 넣더니, 손모양으로 멈춤을 표현한다.
"엄마 저는 물컹한 게 별로네요. 바삭바삭 아삭아삭한 게 좋아요."
"그래, 콩나물은 아삭하고 연두부는 말랑했지."
오늘도 아이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시간이었다.
하브루타 식탁 2일 차: 질문은 한 번에 하나씩이지만 단계별로 확장하기
(3화 본문내용참고:https://brunch.co.kr/@growwithnote/9)
이럴 때 가볍게라도 질문을 하나씩 던져준다. 되비추기를 통해서 가볍게 어른의 말로 정리해 준다.
1단계 – 관찰·느낌
“연두부가 입에 닿을 때 어떤 느낌이었어? 미끌? 말랑?” / “설렁탕 냄새를 맡아보면 어떤 느낌이 들어?”
2단계 – 비교·대조
“연부두랑 깍두기랑 뭐가 달라?” / “수박이랑 비교하면 어떤 게 더 시원해?”
3단계 – 이유 찾기
“왜 오이는 시원하다고 느꼈을까?” / “왜 멸치는 짭짤하다고 느낄까?”
4단계 – 확장·응용
“다른 시원한 채소에는 뭐가 있을까?” / “아삭한 음식 또 뭐가 있었지?"
아이가 스스로 정한 그 한 번의 자기 결정이, 다음번의 호기심과 그 다음번의 용기를 예고한다.
선택은 아이를 어른으로 만드는 연습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안전하게 자라게 하는 약속이다.
나는 오늘도 되뇐다. '결과는 어른이 책임지고, 시작은 네가 결정해.'
그리고 식판의 오른쪽 위를 바라본다. “이건, 네가 선택했어.”
경험의 무게는 각자 다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오늘 한 번 아이에게 선택을 맡겨보는 것이다.
TiP 칭찬스티커 설정하기(보상)
(TMI: 아이이름칸에는 아이가 스스로 지은 예명을 쓰는 중이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스티커 설정단계부터 아이와 함께 의논해서 보상 부분을 조율한다.
우리 집은 처음엔 다이땡 오천 냥 사용권 획득이었다.그리고 5칸마다 작은 보상 옵션을 넣었다. 이 것은 아이가 완주를 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할 수 있게 이끌어줘야 한다.
엄마의 사랑이 고픈 첫째 아이는 '엄마랑 뽀뽀하기'를 택했다. 그렇게 스스로 엄마랑 닿고 싶은 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또한 보너스 점수로 스티커를 준다. 아무 조건 없이 그냥 너무 좋은 너라고 사랑을 표현하고 싶을 때 보너스형식으로 스티커를 주었다.
아이는 사랑의 충만을 느끼며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