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싫은 아이, 기질 탓일까?

식탁 위의 탐험가, 신중한 아이의 도전

by 까만콩



입맛이 남달랐던 아이가 힘들었다.

정성스레 가족을 위해 차린 밥상이 그대로 음식쓰레기로 엎어진다.

‘이게 왜 싫다는 거야? 그냥 시도라도 해보면 되잖아…’

우리가 흔히, ‘그냥’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아이의 입장에서는 다른 것일까?


기질이란 타고난 것이다. ‘좋은 기질이 뭔가요?’ 하면서 기질을 고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기질을 아는 것은 내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가족 전체의 기질을 아는 것은 가족이 서로 더 잘 이해하고, 대화가 잘 이루어지는 가정을 만드는 방법을 찾는데 중요한 길라잡이가 된다.


성장은 이해에서 비롯된다.


환경조성가 엄마가 꾸리는 '예측이 가능한 식탁설계'


신중함은 고집이 아니라 예측을 통해 안전을 만들려는 기질이었다. 새 음식이 어려운 건 ‘맛’보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는 낯선 음식 앞에 주저하거나 한두 가지 음식만 반복적으로 먹으려 했다. 같은 자리, 같은 순서로 먹는 것을 선호했다. 아이는 자신의 기질에 맞는 방식으로 세계를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맛 사다리 4단계: 보기 → 냄새 → 혀끝 → 한입


아이들이 집에 도착하기 전 보기 좋은 위치에 화이트보드로 글씨를 써두었다. 우선 새로운 것이 보이면 아이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묻는다. 나는 아이들에게는 '음식 맛 사다리 게임 규칙'이라고 안내했다.

새로운 음식이 나오면 도전해 보는 게임이고, 언제든지 뱉거나 먹지 않아도 된다 얘기했다.

순서는 '눈, 코, 입'순으로 서서히 내려온다.


얘기를 할 때는 엄마가 좀 신나 보여야 아이들도 더 흥미롭게 따른다.

"우아 재미있겠다."아이들의 얼굴은 신나 보였다.


첫 번째, 메뉴를 미리 알려준다. “오늘은 할머니가 가지를 보내주셨어. 가지전이 나올 거야. @@가 좋아하는 보라색채소네.”, 아이들에게 에피소드 형식의 한마디는 재료에 흥미를 더한다.

두 번째, 새 음식은 항상 오른쪽 위에 배치한다. 아이가 ‘여기엔 낯선 게 오는 것’을 기억하면 불안이 줄어든다.

세 번째, “맛이 너무 낯설면 휴지에 뱉어도 돼.” 먹기 싫으면 빠꾸 할 출구가 있어야 도전할 용기도 생긴다.


격려할 때도 과장되지 않게 주의하고, 담담한 태도로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혀끝으로 확인한 용기가 기특하다.”

"엄마도 어릴 때 가지를 안 먹었는데, 엄마는 네가 못 먹을 줄 알았거든. 멋지다."


억지로 삼키는 한입보다 중요한 것은 작은 성공의 경험치다.

아이는 오이팩사건 이후 오이나물은 혀끝에서 멈췄다. 겉으론 실패 같아 보여도, 아이의 사다리는 올라가 있다. 그다음 주엔 아이의 말이 달라졌다. “엄마, 오이나물 먹고 싶어요.”


어제는 콩나물밥을 했지만 늘 먹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에게 물어보고 따로 콩나물을 무쳐주었다.

물론, 콩나물무침도 먹지 않는다.

가족들이 다 같이 비벼 먹는 콩나물밥을 모델링하며 양념장에 손이 간다. 양념장을 맛보더니 기분이 좋았는지 갑자기 "나도 먹어볼래" 용기가 생긴다.

"음~ 엄마! 콩나물밥이 맛있네요. 아삭아삭해요.",

"오늘 유치원에서도 두 그릇 먹었어요." 본인도 신이 났는지 식탁 위에 웃음이 피어오른다.


감각 단어가 생기면 아이의 두려움은 호기심으로 바뀐다.

이렇게 환경을 바꿔주고 관계를 가다듬자, 자신의 속도로 한 걸음씩 성장한다.

때로는 '언제 편식을 했었나?' 싶을 만큼 스스로 내달리기도 한다.


우리 가정은 지친 엄마의 깊은 감정선과 아빠의 정확함이 식탁에 함께 얹히기도 했다.

때론 작은 한 입은 아이에게 작지 않은 숙제가 되기도 했다.

아이의 기질을 알고 난 뒤 끊임없이 알려줬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아. 네가 먹든 안 먹든, 엄마아빠는 너를 사랑하는 것에 변함이 없어.”


<첫째 아이에게 주의해야 할 말>

“시도조차 안 하면 실망이야.” → 사랑과 성과를 연결 짓는 말이다.

“그게 뭐가 이상해?” → 아이의 감정을 지운다.

“한입만 먹으면 아이스크림 사줄게.” → 도전이 거래가 된다.

“그것 봐, 먹어보니 괜찮지?” → 아이의 판단을 뺏는다.


부모는 아이의 속도를 바꾸는 사람이 아니라, 지켜주는 사람이다.

오늘 저녁은 같은 자리·같은 순서로 신중한 아이에게 예측가능한 식탁을 준비해 보시기를,

반찬은 가벼워도, 대화는 꼭 올리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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