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한 칭찬'은 독, 감각 언어로 말 걸기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by 까만콩


“오이가 별거 아니게 맛있네. 이렇게 맛있는 건지 몰랐어” 오이를 맛있게 먹고 있는 아이를 보며 터져 나오려던 환호를 나는 속으로 삼켰다.


참았던 환호를 삼키던 순간, "별거 아니게 맛있지?"그 낡은 패턴으로 다시 돌아가고야 말았다.

아쉬움이 오이의 쓴맛보다 더 오래 입에 맴돈다.


'칭찬'은 분명 좋은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잘했어!’ ‘맛있지?’처럼 결과만 칭찬하는 말은 때론 독이 된다. 그러한 칭찬을 여기서는 '과한 칭찬'이라고 하겠다.


<과한 칭찬이 놓치는 세 가지>

첫 번째, 감각 안테나를 꺼버린다.

“맛있지?”는 아이 스스로 맛에 집중하기보다 엄마의 반응에 초점이 간다.

두 번째, 탐색을 멈추게 한다.

아이는 더 이상 묻거나, 비교해보려 하지 않는다.

세 번째, 아이는 다음 시도에서도

“엄마를 기쁘게 할까?”기대하거나, 앞 서 포기할 수도 있다.




칭찬 대신, 감각을 묻다.


팩사건 이후, 나는 아이가 오이를 덥석 잘 먹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아이가 좋아하는 참기름과 들기름을 섞어 무친 오이나물을 식판에 올렸다.


둘째는 덜어준 양으로 모자라 거의 오이반찬통까지 들고 와 싹싹 다 먹는다. 그 모습을 첫째 아이도 같이 지켜보았고, 밥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첫째에게 가볍게 말했다.

"네가 좋아하는 참기름 넣었어.", "입에만 넣어봐도 좋아 도전해 보는 건 좋은 거야."


첫째는 유치원에서의 '도전 경험'을 스스로 이야기했고, 머뭇거리며 오이나물을 입에 넣었다.

곧 뱉었지만, “엄마 저는 팩 오이만 좋아요.”라며 웃었다. 표면적으로는 실패 같아 보이지만, 스스로 시도했다는 경험이 남았다.




감각놀이로 이어가기


며칠 뒤 주말 오후, 아이들의 간식 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수박 얼음, 치즈, 멸치볶음, 오이 조각을 준비하고, 헤어밴드로 눈을 가린 채 ‘음식 맞히기 게임’을 했다.


오이가 입에 닿자 아이는 재빨리 “오이!”를 외쳤다.

그 순간 물었다. “옴뫄야 빠른데, 흠... 그럼 좀 전에 먹은 멸치랑 느낌이 어떻게 달라?”

“음… “

“멸치는 짭짤한데, 오이는 아삭아삭해.”

맛의 차이를 말하려면 다시 한번 씹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아이 스스로 “시원해”, “아삭해” 같은 자기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그 짧은 대화는 결과에서 경험으로 초점을 이동시켰다.



오늘부터 1일 '하브루타 식탁' 시작하기

이스라엘식 토론 교육 하브루타의 핵심은 서로 묻고 답하며 생각을 확장하는 것에 있다.

식탁 위에서 적용할 예시를 살펴보자.


첫 번째, 한 가지 기준을 가지고 감각 질문을 던진다.

(예) “오이를 씹을 때 어떤 소리가 났어?”

두 번째, 답을 듣기 전, 아이의 표정·몸짓을 함께 보며 충분히 기다린다.

세 번째, “시원했구나.” “아삭한 게 재미있었어?”처럼 아이의 말을 한 번 더 정제된 언어로 되짚어준다.


이 루틴을 반복하면 아이는 '맛'을 단순히 좋고, 싫음으로 구분하지 않게 된다.

대신 “멸치 볶음은 짭짤해”, “핫케이크 반죽은 슬라임 같아",“ 사이다는 매워"와 같은

아이의 맛 사전을 채워나간다. 이런 경험들은 새로운 음식 앞에서 겁보다 호기심을 먼저 꺼낼 수 있다.


Tip: 질문은 한 번에 하나만. 질문은 길 필요도, 정답을 요구할 필요도 없다. "네 느낌은 어때?" 이 다섯 글자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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