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은 고집이 아니라 ‘안전’입니다
아침밥상을 차려줘도 늘 먹지 않는 아이.
잡곡밥의 냄새, 질감이 불편해 백미밥을 달라고 하고 밥보단 빵이 좋은 아이.
그 단조로운 식단은 내게 너무나 지루한 나머지 실패감 마저 올라왔다.
“엄마, 내일 아침 핫케이크요.”한숨이 올라오던 낡은 패턴을 삼킨다.
“그래, 그러면 그 옆에 과일과 삶은 계란반 개 정도면 좋겠구나!”아이에게 말한다.
반복하는 음식에 한끝변화와 도전과제 던지기
내겐 너무 지루한 핫케이크에 모양을 만들어서 주거나, 요리활동 수업처럼 아이들과 함께 반죽하고 굽는다.
핫케이크 반죽은 특히 아이들이 "별모양 해주세요. 토끼모양 해주세요. 하트모양 해주세요." 엄마에게 주문하면서 즐거워한다.
감정을 숨기는 게 아니라 다른 곳에 에너지를 쏟고 식탁 위로 감정을 올리지 않는다.
평생을 집에서 백미밥을 먹은 기억이 없는 나였는데 백미밥만 좋아하는 아이가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한 동안 아이 말처럼 백미밥만 주다가 잡곡가루를 사서 밥물을 앉히기도 하고, 잡곡을 조금씩 넣었다. 뺐다 하면서 키웠다. 처음에는 백미밥만 외치던 아이가 어제는 “오늘 유치원에서도 잡곡밥이 나왔는데 오예~! ”하면서 좋아하기도 한다.
밥 안칠 때도 다시마물 우리기까지는 귀찮아서 밥 위에 다시마 한두 조각을 던져 넣는다.
반복 섭취는 종종 ‘편식’으로 보이지만, 그것을 '아이의 취향'이라는 시선으로 돌렸다.
낯선 맛이 불안한 아이와 바쁜 아침에 예민이 부딪히는 엄마의 감정을 가라앉히는 안전한 식탁이다.
우리의 일상이 평온해진다.
같은 것만 먹는 건 성장의 한 구간일 수 있다.
어릴 적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억지로 먹게 한 '미역줄기볶음'을 기억한다. 억지로 먹은 한 젓가락을 전부 올려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동안 미역줄기는 냄새만 맡아도 헛구역질을 했다. 그 기억에 평생을 먹지 않을 음식으로 여기며 살다가 우연히 성인이 되고 먹지 않던 여러 음식을 경험하며 가능성을 만났다.
또한 평생을 그 음식을 안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사랑받고 있나요?”를 끊임없이 묻는 아이
첫째 아이는 타인의 표정을 잘 읽는다. “내가 잘 먹으면 엄마가 좋아하겠지?”하며 실패 위험이 적은 음식을 고른다. 그래서 메뉴보다는 아이 마음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먹고 싶다고 하는 음식을 당장 바꾸기보단 무언가를 더하는 방식으로 영양균형을 맞춰주는데 좀 더 힘을 쏟기로 했다.
“먹든 안 먹든, 엄마 사랑은 그대로야.”
이렇게 말해주면 아이는 ‘ 착한 아이 되기’ 대신 자신의 속도에 집중한다.
부모의 속도가 자칫 빨라질 때면 아이는 맛사다리를 보면서 외친다. "오늘은 '혀끝'이에요!"
반복하는 음식에 다가서는 전략: 한끝변화와 도전과제 남기기
같은 것만 먹는 시기는 지나간다. 내 아이의 기억에 그때 우리가 함께 했던 ‘식탁에서의 사랑’이 스며들어 성인이 되어서 그 넘친 사랑으로 아이가 힘든 날을 조금은 편안하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도 아이의 속도를 인정하자. 그리고 그 옆에 한 조각의 도전과제를 준비해 두자.
불안 대신 예측과 선택, 통제 대신 신뢰로.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