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의 본질을 다시 묻다.
저녁식사 후 우리 집은 늘 두 감정이 부딪친다.
아빠는 “시간 됐어. 잠잘 시간이야 불 끄자.” 규칙을 세운다.
첫째 아이는 “책 한 장만 더…” 엄마의 품을 파고들며 책 속 이야기를 붙잡는다.
아이들과 책 읽는 시간이 좋은 엄마는 '다른 집은 애들이 책을 안 봐서 고민하던데'
이러다 아이들이 정말 책에서 멀어질까 마음이 쓰였다.
아빠는 아이들이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게 십분 이십 분 아이들을 늦게 재우는 아내가 답답했다. 아이들이 자꾸 아빠보다 엄마만 찾는 것도 왠지 못 마땅하다.
이상하리만큼 아이들은 늘 자기 전에만 책을 읽고 싶어 했다. 잠자리 독서시간도 아이들은 엄마만 찾아 서로가 원하는 책도 달라 아이들이 집중해서 책 한 권 읽히는 것 자체가 내겐 어려운 과제였다.
밤이 늦어진 날 아침, 아이는 예민했고 아이는 이유 모를 트집만 잡았다. 오전 간식조차 없는 아이의 일과는 엄마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관점을 달리해보며 깨달았다. 잠은 내일의 시작이라는 것 그리고 아침식탁이 연결된다는 점이다. 먹는 일과 자는 일은 서로 다른 일이 아니었다.
아빠의 규칙 vs 엄마의 독서, 싸움이 아니라 역할 나눔
아빠는 집에서 시간 준수라던지 규칙에 단호하다. 그 규칙은 아이에게 안전한 레일이 된다. 엄마는 아이와 정서적으로 깊은 관계 형성을 하며 아빠의 의견을 듣고 조율했다. 불을 끄는 시간을 9시 30분으로 정했다. 최소 한 권을 볼 수 있도록 아이에게 시간을 미리 알려주고, 선택지를 준다. 선택지는 부모가 유도하는 바가 있는 것이 아니고, 어떤 것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아이가 어떻게 할 것인지만 스스로 정하게 했다.
아이의 에너지 리듬을 존중하면 식사가 쉬워진다.
핵심은 잔소리가 아니라 예측과 조정이다.
아이가 유난히 피곤한 날도 있고, 에너지가 충만한 날도 있다. 가족의 패턴을 함께 기록하고 존중하면, 일상에서의 충돌은 줄어든다. 아이 스스로도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
달력처럼 날짜를 기입하고 그날의 기분을 동그라미에 표현하면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지 않게 매일이 되지 않더라도 '슬퍼서 파란색 기뻐서 노란색' 하면서 아이는 자기의 서사를 펼친다. 일상이 바쁜 부모 또한 가볍게 하루를 기록한다.
추적 60분 "키 크는 주사 열풍"을 보며
성장클리닉을 다니는 아이들의 빈도수가 급증한 듯하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유명대학병원 소아내분비과에 예약부터 잡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실 성장클리닉은 과거에도 있었다. 고등학교 단짝이었던 친구는 부모님이 평균보다 신장이 작은 체구였다. 그래서 그 친구는 당시에 주사를 맞았었고,결과적으로 키가 166센티를 조금 넘었다. 하지만 부모님과 다르게 아래턱이 발달했던 친구의 외형이 묘하게 '혹시...'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최근 KBS〈추적 60분〉에서 다루었던 “키 크는 주사 열풍, 누구를 위한 주사인가”를 보면 성장호르몬 주사 남용과 이상사례 등을 보도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짚었다. 방송은 처방 건수가 2021년 13만 건에서 2024년 26만 건으로 늘었다는 수치를 제시했고, 해외 소아내분비 전문의들의 경고도 함께 전했다.
정부 역시 2024년부터 성장호르몬 치료·키 성장 광고의 과장·허위 표시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성장’을 미끼로 한 상업적 메시지가 '불안'한 부모 마음을 얼마나 쉽게 흔드는지 알 수 있다. 잘 먹이겠다는 나의 마음이 아이의 성장과도 연결된다. 아이의 키, 성장표의 Percentile, 남들보다 내 아이가 뒤처진 듯한 그 마음이 어떤지 모르지 않는다.
2025년 보도에 따르면, 국내 아동·청소년의 성장호르몬 주사 사용 중 60%가 ‘질병 치료’보다 ‘미용’을 목적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정상적 저신장을 우리는 왜 다름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가 되었는지 씁쓸한 마음이 든다. 양육의 본질은 ‘아이를 내 기준의 미래로 밀어 넣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몸과 리듬을 믿고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고액의 비용을 들여서라도 내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크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탓하기보단 이러한 욕망을 목적으로 한 치료에 정부가 깊이 관여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방송을 보며 ‘키’라는 단어에 흔들리던 내 마음이 조금은 잦아들었다. 주사든 젤리든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치료라면 전문의와 상의해야 하고, 욕망에 따른 선택이라면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
“이 선택이 아이의 안전, 자율,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