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PMF를 찾겠다며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라며 쓴 글
PMF를 아시나요?
PMF는 스타트업에서 'PMF를 찾아야 한다'거나 '빠르게 PMF를 찾았다' 라는 표현으로 사용되는 말입니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이 단어를 하루에 세번 이상 듣게 되곤 하는데요. 이 글을 읽으면 스타트업에서 중요하다고 떠들어대는 PMF가 뭔지 알게 되고, 왜 저는 PMF가 헛소리라고 생각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PMF는 Product Market Fit의 줄임말입니다. 한국어로는 '제품 시장 궁합'이라고도 번역돼요. 출시한 제품을 원하는 고객들을 충분히 찾아낸 상황을 말합니다. 이 설명을 들어도 잘 이해가 안 된다면 정상입니다. PMF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이 기존에 없던 제품을 내놓는 회사라는걸 알아야 합니다.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더 익숙한 사업, 음식점 예시 두가지를 통해 설명을 계속하겠습니다.
손님들은 가게에 들어오기 전부터 식당에서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분식집에서 판매하는 음식들과 그 음식들에 대한 평균적인 가격, 맛과 서비스에 대해서 어느정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식당에 찾아오는 고객의 기대보다 더 높은 만족도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가게는 잘 자리잡고 성장하고 성공할겁니다. 이미 근처에 자리잡은 분식점들, 앞으로 추가로 들어설 분식점과 경쟁에서도 살아남아야 하겠지만 그것은 내일의 고민이 되겠지요.
대부분의 사업 형태는 이런 식입니다. 세상에 없던 뭔가를 만드는게 아니라 이미 익숙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좀 더 개선해서 판매합니다. 더 튼튼한 핸드폰 케이스,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 더 고급스러운 만두집, 더 저렴한 자동차 대여업체... 고객은 제품을 사용하기 전부터 제품의 혜택을 예상할 수 있고 그 예상을 기준으로 제품에 대한 만족도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음식은 듣도보도 못했다고요? 당연합니다. 제가 적당히 지어낸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음식이니까요. 이 경우에 손님들은 가게에 들어오는 것 부터 망설여질겁니다. 사람들은 베트남식 부추 떡볶이가 뭔지도 모를테고 어떤 맛인지, 가격은 어떨지 예상할 수 조차 없습니다. 로제 떡볶이, 기름 떡볶이, 국물 떡볶이... 이미 안전한 선택지가 많은데 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까요? 하지만 바꿔 말하면 이 새로운 메뉴를 좋아해줄 고객들만 충분히 확보한다면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겁니다. 같은 메뉴를 팔고 있는 경쟁자는 없고, 메뉴가 성공한 뒤에 경쟁자가 유사한 가게를 개업하는 데에도 시간이 더 오래 걸리겠죠.
많은 스타트업이 이런 식입니다. 세상에 전혀 없던 뭔가를 만들어내죠. 지금은 크게 성장해서 익숙해진 회사들도 초기에는 굉장히 낯설고 어색한 서비스였다는 걸 생각해보세요. 문자 메세지가 있는데 왜 친구랑 대화하기 위해서 새로운 앱을 설치하고 가입해야 할까요(카카오톡)? 음식점에 직접 주문 전화를 하면 되는데 왜 번거롭게 앱을 다운받아서 주문해야 할까요(배달의민족)? 왜 호텔이 아니라 잘 알지도 못하는 다른 사람의 집에서 숙박해야 할까요(에어비엔비)? 왜 안전한 택시가 아니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나요(우버)? 지금은 일상이 되어 버린 서비스들도 초기에는 베트남식 부추 떡볶이 만큼이나 낯설고 어색한 시기를 거쳐서 대중에게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없던 어색한 것을 판매하는 스타트업이 생존과 성장을 위한 충분한 수요를 찾아내는 것을 PMF를 찾는다고 말합니다. 베트남식 부추 떡볶이를 꾸준히 소비할 고객을 충분히 확보하는 과정. 그 단계를 PMF 찾기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입니다.
PMF를 찾는다는 것은 스타트업의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베트남식 부추 떡볶이 가게 앞에서 사람들이 망설이기만 하고 들어오지 않는다면, 혹은 한번 먹어본 손님이 재방문 하지 않는다면 빠르게 망할테니까요. PMF를 찾았다는 것은 베트남식 부추 떡볶이를 좋아하고 자주 찾아주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 가게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정도가 된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세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음식점이 아니라 일반적인 웹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라면 PMF를 찾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매우 모호합니다. 회사에 따라, 혹은 제품의 성격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집니다. 단순히 매출이 늘어난다거나 손익분기점을 넘겼다는 것 만으로는 PMF를 찾았는지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PMF가 헛소리인 두번째 이유로 이어집니다.
PMF를 찾았다는 것은 낯선 제품이 시장에서 인정받아 고정적인 사용자를 확보해나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품의 생존이 곧 PMF를 찾았다는 의미는 되지 않습니다. 베트남식 부추 떡볶이를 재방문 하는 사람은 없지만 가게가 번화가의 좋은 위치에 자리잡았다는 이유 만으로 꽤 좋은 매출이 유지되고 있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전제 조건입니다. (이 내용은 다른 글을 통해 더 자세히 이야기 하면 좋겠네요.) PMF를 찾았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기준부터 모호하지만 제품의 PMF를 찾았다고 해도 이를 통해 시장을 더 확장해나갈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베트남식 부추 떡볶이 음식점의 분점을 확장해 나가것에 비례해서 고객이 늘어나지 않고 전체적인 수익률은 계속 떨어지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GTM(Go to Market) 핏'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PMF를 찾는게 서비스 초기에 제품을 사랑해줄 소수의 고객을 찾는 것이라면 GTM 핏은 더 큰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해나가기 위한 방법론입니다. '쓰는 사람만 쓰는' 작은 서비스가 아니라 세상을 바꿔놓을 넥스트 카카오를 목표로 한다면 GTM 핏 방법론을 참고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https://unlock.survivaltothrival.com/
GTM 핏을 찾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만 좀 더 도움이 되는 목표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GTM 핏에 대한 글은 따로 작성하겠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 서로 다른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 주장이 전부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읽는 사람의 시선을 좀 더 사로잡고, 기존의 통념에 도전하는 내용을 다루고 싶었기 때문에 단호한 어조를 취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우리는 제한된 예산과 인력으로 최대한 큰 변화를 이뤄내야 합니다. 최근에 다양한 스타트업 관계자와 이야기 할 기회를 가졌는데 'PMF를 찾는 것'이 사업의 성공에 필수적이고 결정적인 사건처럼 생각하는 분이 많은 것 같았고 그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이 글이 초기 사업자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