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과 육아는 한국사람의 김치다
필수였지만 현세대에겐 더 이상 필수가 아닌
한국사람에게 김치는 없어서는 안 될 음식으로 꼽힌다. 오죽하면 '김치 없인 못살아'라는 노래도 있을까. 한국사람은 김치볶음밥에 김치찌개에 김치를 반찬으로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한국에 있는 어느 식당에 가도(중국집, 파스타집, 쌀국수집, 일식집 등) 김치를 무료로 제공해 준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있어서 김치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음식 그 이상인 것이다.
하지만 현세대 즉 21세기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김치는 더 이상 필수가 아니다. 김치 없이도 밥을 먹을 수 있다. 세끼 밥과 반찬을 챙겨 먹던 기성세대와 달리 다양한 방식으로 한 끼를 챙겨 먹는다. 세끼를 먹지도 않는다. 간헐적 단식, 1일 1식은 대세로 자리 잡았다. 과한 나트륨이 건강을 해치며 한국인의 과한 나트륨섭취의 주범이 김치와 찌개 국물이라는 것이 정설이 되면서 김치와 찌개 국물요리는 멀리해야 할 음식이 됐다.
나 역시 그런 현세대, 요즘 유행어로 mz세대 중 하나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쯤의 뉴스에는 김치를 싫어하고 서구식을 좋아하는 세태를 비판하는 뉴스도 등장했다고 하는데, 그 대표가 나였다. 나는 김치를 싫어했다. 나는 항상 반에서 손꼽히는 편식쟁이였다. 그중에서도 김치는 정말 싫은 음식이었다. 그 시큼하고 꼬릿 한 젓갈과 마늘과 고춧가루가 뒤섞인 냄새부터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삭함과 흐물흐물함에서 아삭함에 가까운 그 어디쯤에 있는 배추의 식감도, 무의 식감도 싫었다. 그나마 조금 성인에 가까워져서부터는 김치로 만든 요리는 좋아하게 되었다. 열을 가한 요리에서 생김치의 꼬릿 한 냄새가 사라지고 식감이 좀 더 흐물흐물함에 가까워지면 그제야 맛이 있다고 느꼈다. 성인이 된 후에는 생김치도 먹게 되었다. 김치를 좋아하는 남편을 만난 후로는 더욱 잘 먹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내게 김치는 없어도 그만인 음식이다. '김치 없이 못 살아'라는 노래에 나는 공감할 수 없다.
나에게 있어 출산과 육아는 그런 김치와 같았다. 부모세대와 사회에서 결혼 출산 육아가 당연한 것처럼 말하니 그래야만 할 것 같지만 내심 속으로는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싫다는 생각이 강했다. 우리의 부모세대는 당연한 줄 알지만 우리 세대에게 더 이상 결혼과 출산과 육아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마치 한국사람의 김치처럼. 부모세대의 식탁에서 김치가 빠지는 일은 없지만 우리 세대는 김치 없이도 얼마든지 식사를 할 수 있다. 물론 우리 세대에서도 김치가 필수인 사람들이 많이 있다. 마치 우리 남편처럼.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김치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그 맛을 꼭 알려주고 싶어 한다. 겉절이부터 시작해 신김치로 만든 각종 요리들 그리고 묵은지 요리는 아주 기가 막힌다. 나도 김치맛을 알게 된 후로는 김치를 즐겁게 즐긴다. 짜파게티에 파김치라던지 칼국수에 겉절이 라던지. 너무 맛있다. 나도 이제는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강요는 하지 않겠지만 한번 먹어보라고 권유는 해볼 것 같다. 나도 싫어했는데 먹어보니 맛있더라고 말이다.
출산과 육아를 거부했던 내가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결혼한 친구들에게 "딩크가 아니라면 얼른 아기 낳아~"라고 말하는 것이 그렇다. 막상 해보니 좋은 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어떤 사랑과 벅찬 감정과 행복이 있다. 그렇다해도 권유는 할지 모르겠으나 강요할 생각은 없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그러니까 결혼과 출산과 육아는 더 이상 필수가 아닌 것이다. 현 mz세대에게 "무조건 세 끼니에 김치 꼭 챙겨 먹어"라고 말한다고 그렇게 먹겠는가. 아무리 "저출산이다. 애를 낳아야 좋다. 빨리 애 낳아."라고 말한들 그들은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장려하는 글보다는 아주 솔직한 현실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출산과 육아를 겪으신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이 되어도 좋겠다. 김치를 싫어했던 사람이 좋아하게 된 것처럼 출산과 육아에 부정적이던 사람이 어떻게 긍정적으로 되었는지 희로애락을 샅샅이 훑어보려고 한다. 출산과 육아는 생각보다 더 힘들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더 좋다. 참으로 신기하고 경이로운 과정이다. 힘듬은 분명 있지만 그 안에서 행복한 육아가 되기를 소망한다.
요즘엔 출산과 육아를 너무 "별 거"로 여기니까 더욱 낳기가 힘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부담감이 너무 커지면 하고싶던 사람도 하기 싫어지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