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프랑켄슈타인'을 드디어 접한 데 비해 머릿속 이미지는 지나치게 많다. 먼저,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이 아니라 창조자의 이름임을 알지만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먼저 몸이 이곳저곳 조각난 괴물의 형태가 떠오른다. 또한 인간의 연구로 태어난 괴물은 엄청난 힘에 비해 다소 아둔하며 유순하여 나쁜 창조주에게 이용당하며 고뇌당한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론, 그 괴물에 대해서 그 형태가 그렇게까지 흉측하고 쳐다보기만 해도 역겨울 정도라는 이미지는 없었다.
책을 보니 내가 접했던 내용들과 많이도 달랐다. 창조주는 비상한 두뇌와 행복한 가정을 가지고 있는 선한 마음의 소유자였고, 많은 연구를 해서 실험을 했으나 자신이 만든 존재를 통제하지 못했으며(성공한 기쁨보다는 당혹감과 두려움에 떨었다), 자신이 만든 존재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만다. 괴물의 경우는 어떤가? 엄청난 생존력과 힘,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동안 막연히 생각해온 것보다 훨씬, 몇 배나 더 흉측하게 생겨 누군가 지시를 할 수 있기는커녕, 그저 공존하기도 소름 끼쳐하는 존재였다. 그리고 주인에게 지시하고 명령하고 주인을 괴롭히기까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두 주인공은 꽤 입체적이었고 고뇌가 생각보다 깊고 어두웠다. 그러다 보니 가련한 운명을 가진 주인공의 우울함이 책의 대부분을 짓누른다. 끊임없는 두려움과 걱정에 떠는 프랑켄슈타인의 모습을 보면 고전 괴기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도 왕왕 들고(주인공에게는 미안하지만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마지막에 윌슨(프랑켄슈타인을 만나 괴기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인물)이 확실히 괴물을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아마 프랑켄슈타인이 악령에 씐 건 아닌지, 본인이 본인도 모르게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닌지 의심했을 것이다. 책 말미에 분노에 찬 프랑켄슈타인이 분노와 힘이 충만한 채 괴물과 결투를 벌이고 복수하는 장면이 나오길 기대했는데, 쇠하여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이 현실적이면서도 아쉽고 안타까웠다. 결국 프랑켄슈타인이 죽지 않으면 이야기를 맺기 어려우며, 프랑켄슈타인 자신에게도 삶이 더한 괴로움일 것이라는 걸 알지만.
괴물에게는 할 말이 많다. 저번 달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좋아하는 인간군상은 아닐지언정 공감은 할 수 있었다. 본인 입으로 서술하는 탄탄한 자기 서사 탓이다. 이번 책의 주인공인 괴물의 행동은 공감보다는 정죄하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크다. 공감하지 못하는 만큼 꼰대 같은 충고를 하고 싶어 지는 부분도 생긴다. 넌 고독한 많은 사람들을 못 봤구나, 새로운 여자가 창조된다고 그 여자가 널 좋아할까?(가장 중요), 누군가와 함께한다고 고독이 없을까? 너에게 필요한 건 자존감이구나, Love Yourself(물론 농담)! 나도 그의 달변에 흔들리긴 했지만 비교를 해 보면, 사회에서 버림받고 거절받았다는 이유로 묻지마 살인을 하는 사람이나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사람들,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과 같은 결로 이해할 수도 있지 않나? 원치 않는데 태어나 참혹한 모습을 해서 여기저기 버림받고 고독한 걸 내가 겪지 못해서 그에게 공감을 못 하는 걸까? 농가에 숨어있던 이야기를 들었을 땐 엄청 짠했지만, 사실 쥐, 모기 등 많은 존재들이 인간에게 혐오를 받으며 핍박받고 산다. 힘이 없으니까. 프랑켄슈타인은 인간보다 강하다. 원했다면 자기에게 악으로 대했던 사람이나 창조자에게 직접적으로 복수를 할 수도 있었다. 자기보다 약한 존재들에게 화를 풀고, 자신이 직접 대적해야 할 적이 아니라 그보다 약하고 선량한 존재를 공격한다. 아주 '쪼다'같은 행동이 아닌가? 프랑켄슈타인이 만약 힘없고 작고 못생긴 괴물이었다면 어땠을까? 노트르담의 꼽추가 엄청나게 힘이 세고 큰 꼽추였다면 이야기가 바뀌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두서없이 삐져나온다(물론, 내가 괴물로 태어났다면 나 또한 분노 탱천으로 여기저기를 파괴했을 가능성이 있다).
SF와 친한 편이 아니라 소설 <뇌>, 영화 <Her> 정도만 떠오르지만 우리보다 똑똑하고 강한 존재를 창조해내고 있는 지금,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며 그들의 입장은 어떨지 또한 궁금해진다. 앞으로 인류가 만들 많은 존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서늘한 기분이 든다. 내 생애에서 인간과 인간이 만든 존재의 공존을 어느 양상까지 보고 갈지, 앞으로의 발전도 두렵고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