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한 타카카우 폭포, 요호 국립공원, 캐나다
우리는 지금 캐나다 로키산맥 여행 중이다. 최종 목적지는 ‘밴프’라고 불리는 국립공원이지만 그 주변에 중요한 목적지들이 가득이다. 그중에서 ‘요호’ 국립공원은 로키산맥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이날은, 이 요호 국립공원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에메랄드 호수를 들른 후의 이야기이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서부터 무언가 강한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저 멀리서 작은 폭포가 보였다. 이렇게 먼데 저렇게 길게 보인다는 건 가까이 가면 엄청 큰 폭포라는 건데, 막상 멀리 서 있을 때는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다. 멋진 폭포라니까, 또 안 가 볼 수는 없지, 하는 정도의 마음으로 폭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나무와 함께 어느 정도 걷다 보면 오른쪽 물길과 같이 걷게 된다. 물빛은 좀 하얀 편. 걷다 보면 물줄기에 이어진 폭포가 보이기 시작하고 그러면 중간중간 개천 쪽 돌에 서서 폭포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폭포가 힘찬 만큼 오른쪽 물길도 힘차게 느껴진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폭포 소리도 점점 커지고, 선글라스에도 물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부드러운 유럽 온천수 미스트를 뿌리는 느낌이 나다, 점점 물발이 굵어지고 양도 많아지면서 비 오는 날 어딘가 잘못 서 있다가 물벼락을 맞는 기분까지 들면, 이제 눈앞에 엄청나게 큰 장엄한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소리도 크거니와, 높이도 높았다. 이 글을 쓰면서 검색해서 알았지만, 폭포 높이가 63 빌딩 높이인 270미터에 달하고, 가장 높은 높이를 잰다면 사실 370미터까지도 된다고 한다. 63 빌딩에서 내려오는 폭포라니, 나의 상상력과 경험을 뛰어넘는 규모가 아닐 수 없다.
며칠 전 여행 초입에서 본 브라이덜 베일 폴스가 우아하고 아름다운 폭포 같았다면, 이 폭포는 거칠고 자신만만하고 겁 없는 느낌을 줬다. 용암 대신 뿜어져 나오는 빙하수가 만드는 상서로운 물방울들. 타카카우 Takakkaw는 원주민 말로 ‘magnificent’, 즉 ‘감명 깊은, 훌륭한’이란 뜻이라 한다. 평범하지 않은 장엄한 대자연의 선물과 같은 폭포. 원주민들의 감탄을 나도 함께 나누며 웅장한 폭포와 폭포 소리를 한동안 감상했다.
여기서도 나는 그저 아름다운 폭포를 감상하고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여기 정도에서 멈춰야겠다, 싶어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더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거기까지 가면 거의 샤워 물줄기 정도 나올 것 같은데. 위험할 것 같은데. 그들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심지어 폭포 옆쪽 절벽 같은 곳에도 사람의 모습이 군데군데 보여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들은 자연을 그저 감상하는 데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직접 더 가보고, 물도 흠뻑 맞아보고, 절벽에도 좀 매달려 보고, 산도 제대로 올라 봐야 여행을 제대로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이렇게 활자로 타이핑하면서 보니 그들이 나보다 더 자연 친화적이며 말 그대로 자연을 끌어안고 여행한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내가 여행을 다시 가도 저렇게 야성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그저 행복하게, 신기하게 이 장엄한 모습과 옅은 무지개를 실컷 감상하고, 머릿속까지 젖고 선글라스가 녹이 스는 기분에 져서 이내 폭포를 돌아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폭포는 우리가 차에 돌아갈 때까지 그 웅장한 소리로 우리를 배웅해 주었다. 말 그대로 ‘대’ 자연을 내가 보고 있구나, 또 한 번 실감하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