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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타고 관광하던 빙하를 걷다 - 콜롬비아 아이스필드

by 정그루
SE-7be7709a-d311-414f-a20a-84839aad90ff.jpg?type=w773 한껏 보정 ㅎ


여행 중 가장 기대했던 곳 중 하나였던 콜롬비아 아이스필드!


고대의 빙하를 직접 걷고 만지고 또 맛볼 수 있는(!) 장소라고 해서 기대가 많았다.


작년 여름에 재스퍼에 큰 불이 나서 이곳 아이스필드까지도 폐쇄되었었는데, 우리가 밴프 여행을 가게 될 바로 그쯤부터 밴프에서 딱 여기 아이스필드 가는 길까지는 개방을 하게 되었다. 아이스필드 관광도 우리가 가기 이틀 전부터 재개되고. 감사한 마음으로 예약을 해서 방문하게 되었다. 우리는 특수한 사정으로 며칠 전에 예약해도 큰 무리 없이 자리가 남아 있어서 갈 수 있었지만, 가급적이면 예약은 여유를 두고 하는 편이 마음 건강과 원활한 일정에 이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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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banffjaspercollection.com/attractions/columbia-icefield/#


이곳에서 예약 가능한데, 영어가 불편한 경우에도 크롬으로 접속하면 주소창 오른쪽에 있는 버튼을 눌러 한국어로 전환하여 볼 수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 이 '밴프 재스퍼 컬렉션' 홈페이지에서 콜롬비아 아이스필드 말고도 밴프 곤돌라, 골든 스카이브리지, 미네완카 크루즈도 예약할 수 있으므로 만약 이곳에도 관심이 있다면 아예 패스로 구매하여 절약하는 것도 방법이 되겠다. 우리는 곤돌라와 스카이브리지 다 따로 예약해서 할인 혜택을 못 받았다.

흑흑.


( 이 사이트에서 레이크 루이스 가는 버스도 예약할 수 있는데, 이 버스는 좀 더 비싼 프라이빗 투어 느낌이라 가급적이면 공식 홈페이지(?)를 도전해 보다가 실패하면 이쪽으로 선회하기를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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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아이스필드의 경우 예약 시간을 보니 늦은 시간일수록 인기가 없는 듯하더라. 우리는 늦은 시간도 아무 문제가 없어서 오후 티켓으로 해서 조금 더 쉽게 그리고 더 싸게 예약이 가능했다.

해가 늦게 지는 밴프의 여름 만세!


밴프 숙소에서 일찍 출발해서 가는 길에 페이토 호수도 보고 보우 호수도 보면서 쉬엄쉬엄 아이스필드에 도착했다. 일반 관광객은 재스퍼까지 올라갈 수 없고, 딱 여기까지만 차로 올 수 있어서 여기 주차를 한 후 다 같이 셔틀버스를 타고 빙하 산으로 이동하게 된다.


관광 프로그램은 빙하 위에서 걷는 '컬럼비아 아이스필드 어드벤처', 절벽 위 유리다리를 걸어보는 '컬럼비아 아이스필드 스카이워크', 그리고 소인원 프라이빗 투어인 '아이스 오디세이'가 있었다. 보통 '아이스필드 어드벤처'를 예약하게 되고, 예약 안에 아이스필드 어드벤처와 스카이워크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도 그걸로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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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해서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고 있다. 아, 우리가 저 빙하에 가는 건가?



주차장에서 조금 걸어 올라가면 건물이 있다. 올라가기 전에 귀여운 설상차 앞에서 사진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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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 샵도 가야 하고 간식도 먹어야 하고 화장실도 가야 하고.. 하하!

이곳에서 빙하까지 1차로 이동하는 셔틀버스도 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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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 2층에서 사진 찍으면 산과 빙하(애써배스카?)가 제법 예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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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구경 다 하고 내려와서 뭐 먹자~ 고 했으나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줄 따라 결제를 하는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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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배가 많이 고프진 않더라도 점심 때도 한참 지났고, 시간도 남고... 하니 이건 안 먹어줄 수가 없었다.


그냥 관광지에서 파는 평범한 치킨이랑 감자튀김이긴 한데 치킨 튀김옷이 약간 두꺼운 듯하면서 빠작하니 왜 이리 맛있지? 이번 여행에서 느낀 건데 캐나다는 튀김을 참 잘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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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맞춰서 표를 내고 입장하면 이렇게 버스 앞으로 줄을 설 수가 있다. 빨리 타려고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조금만 이동해서 내려서 다른 차로 갈아탈 거고, 또 갈아타서도 금세 내릴 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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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차는 통제된 그 길

우리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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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도착지에서 내려서 요 차로 갈아타면 빙하를 걸으러 가는 것이고 다른 셔틀을 타면 다시 시작점으로 내려가거나 스카이워크에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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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면서 이런저런 설명을 듣는다.


자칭 이 회사에서 네 번째로 잘 생긴 사람의 설명을 듣고 올라가고 있다. 스카이워크 갈 때는 제일 잘 생긴 사나이의 설명을 들으면서 올라갔다. 이 회사는 영국 계열인 것 같았고 그래서 그런지 네 번째로 잘생긴 사나이도 영국 사람이었다. 멋진 영국영어로 이 투어와 빙하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내려서는 사람들 사진도 찍어주고 같이 셀카도 찍어준 영국 사나이.. 그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예전부터 이 회사를 만든 형제가 이 빙하의 아름다움을 일찍이 알아보고 이 빙하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예전에는 프라이빗 투어 형태로 몇 명이서 말을 타고 빙하를 구경하다가, 나중에는 이렇게 빙하를 많이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빙하를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차량을 마련하여 본격적인 투어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대단한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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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따로 가는 저 사람들은 아이스 오디세이를 신청한 부자 프라이빗 투어 하는 사람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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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한가운데쯤에서 하차!

시간을 조금 주고, 나중에 시간이 되었다고 다시 차에 타라고 하면 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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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리고 나니까 바람이 아주 강해서 추웠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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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만진 소감은?


'앗 차거!!!!'



여기 오기 전에 본 후기에서 빙하 물들을 많이 떠 드시길래 물통 하나를 비워 왔는데, 도대체 그 떠먹는 포인트가 어디인지 잘 보이지가 않았다. 보이는 물줄기는 주변이 좀 때탄 색이어서 구미가 당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어른께서 자기 텀블러에 그 물을 좀 담아 줄 수 있겠냐고 부탁하셨다. 찝찝한 물에서 물을 받아 드리고 나니 나도 용기가 생겨서 그 물을 한껏 담아 마셔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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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시원하구먼!

특별하게 거슬리거나 기억나는 맛은 따로 없었다. 다만 많이 먹으면 배탈 난다는 설명을 들었기에 적당히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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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안 걷는 길을 가다가 발이 젖기도 했지만 빙하에 젖어볼 경험은 흔치 않으니 마냥 좋았다. 거기에서 뭐 몇만 년 된 바이러스가 깨어나고 그런 거였다면... 지금 이 글을 못 쓰고 있겠지.


촤하하.


사실 이 빙하 부분 외에 산 부분도 다 눈으로 덮여있는 풍경을 상상했는데 바닥 부분 일부 빙하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흡사 발가벗은 산 같아서 조금 아쉬웠다. 그마저도 여행 다녀오고 나서 알게 된 것인데 이제 몇 년만 지나면 여기 있는 빙하도 다 녹아버릴 수 있다고 한다. 기후위기의 직접적 증거를 눈으로 보고 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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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친교를 다지고 ㅋㅋ 어느덧 우리를 부르는 외침이 들려 다시 차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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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도착한 곳! 이곳은 스카이워크. 정확히는 좌측에 있는 갈색 튀어나온 물체가 바로 스카이워크다. 여기에서는 조금 더 면적 넓은 빙하가 있는 산이 예쁘게 잘 보인다. 여행 당시에는 이게 큰 감흥이 없었는데 이제 와서 사진으로 보니까 왜 이렇게 예쁘지? 아마도 시간이 짧아서 빨리 사진 찍고 돌아와야 해서 마음 놓고 감상하질 못해서 그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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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스카이브리지도 아찔한 높이로 나를 힘들게 하더니, 이곳도 만만치 않았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일 수 있는데, 그야말로 절벽 바닥에 다리를 튀어나오게 만들어 놓고 그 바닥을 유리로 만들어 놓은 의도적인 고문 의도가 있는 다리라고 볼 수 있다. 엄청 낮은 바닥이 그냥 휑하니 보이는 그 길을 한 바퀴 걸어오는데 오금이 저렸다. 바닥이 아닌 고개를 들어 옆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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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를 가득 볼 수 있다... 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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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날것의 풍경이 주는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지금 보니까 안전장치도 조금 허술한데!


여기까지 와서 이곳에 몸을 던질 사람은 없을 거라 믿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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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보다 간단했던 투어는 끝이 났다. 안 와봤으면 두고두고 궁금했을 것 같은데 너무 바람 불고 정신없어서 그랬나, 우리가 경험할 빙하가 너무 한정적이어서 그랬나. 엄청나게 좋고 미쳤고 충격적이고 그런 경험은 아니었다. 그래도 궁금하실 테니까. 미래의 관광객들에게 이곳을 가지 마시라고 할 수는 없다.


어차피 가지 말라고 해도 다들 가실 테지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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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기념품 코너!

우리가 약간 늦은 시간에 예약을 하고 갔다고 언급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내려오고 나서는 건물 안에 인파가 확연히 줄어 있었다. 가게도 약간 파장 느낌이 나고. 이번에도 자석 취향이 맞지 않아 가위바위보를 했던가. 마지막에 극적으로 콜롬비아 아이스필드 로고가 마음에 든다는 의견 일치를 이루고 심플하고 큰 은색 로고 자석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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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설거지담당이 지금도 집에 너무 많다고 싫어하는 컵. 할인폭이 커서 법랑 컵 세트를 사고 싶었는데 사지 말라고 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또 보온보냉컵은 그냥 컵과는 다른 거라고 사라고 해서(그래?) 보냉컵을 냉큼 사 왔다. 지금도 아주 잘 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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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프 국립공원, 그리고 그 주변 재스퍼. 캐나다 서부는 진짜 자연의 최고봉이 아닐까 생각한다. 왔다 갔다 하는 길목에 있는 산들 하나하나도 범상치 않다. 비록 우리는 하이킹을 안 좋아해서 산에는 올라가지 않았지만, 하이킹까지 계획하고 오면 진짜 하루하루 할 게 너무 많아서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새삼 아름다운 자연을 실컷 보고 왔던 그 여름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언젠가 또 한 번 가 볼 기회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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