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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찬 등산 끝에 펼쳐지는 보석 같은 호수

그래시 레이크스(Grassi Lakes), 캔모어, 캐나다

by 정그루


[지금까지의 여정]


8/7: 버나비(밴쿠버)에서 차 타고 여행 시작, 브라이덜 폭포 보고 골든 도착

8/8: [골든] 골든 스카이브리지, 키킹홀스 보행자 다리, 세상에서 가장 큰 노, 에메랄드 레이크, 타카카우 폭포

8/9: [밴프] 밴프 도착, 다운타운 구경, 쇼핑, 안내소, 파크 뮤지엄, 보우 강 & 폭포, 캐스케이드 오브 타임 가든, 서프라이즈 코너 뷰포인트, Mount Norquay Lookout

8/10: [재스퍼 가는 길] 보우 호수, 페이토 호수, 워터파울 레이크스, 콜롬비아 아이스필드, 루이스레이크

8/11: [밴프+캔모어] 밴프 곤돌라, 그래시 레이크스 트레일, 밴프 스프링스 호텔 구경, 밴프 다운타운 야경



곤돌라를 타고 내려와서(지난 곤돌라 글 참조) 여유 있게 밴프 다운타운 맛집도 들르고(밴프 아라시 - 지난 '밴프까지 와서 라멘 먹는' 글 참조), 오후에는 캔모아 쪽에 가 보기로 했다. 여행 전에는 캔모아와 재스퍼 쪽 가자고 하면 바로 싫다고 하던 그였는데 그렇게 말해놓고 이렇게 여러 군데 잘 다니니까 너무 좋다.


핫 스프링스(온천) 대신 캔모아 간다면 완전 땡큐지!


내가 목표로 한 장소는 '그래시 레이크스(Grassi Lakes)'라고, 밴프 여행 전 구글지도를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게 된 곳인데, 물의 색깔이 너무나 신비로워서 꼭 꼭 꼭 가보고 싶던 곳이다.


SE-828f6702-83af-4199-b5a9-45f9814c4647.jpg?type=w1 미리 보기 하자면 이런 느낌!


물 자체가 너무 맑으면서도 명확하게 투톤으로 나누어져 있는 모습이 현실 같지 않았다. 후기를 보다 보니 호수까지 조금 걸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것도 개의치 않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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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모아 가는 길도 역시나 높고 아름다운 산의 향연. 며칠째 이동할 때마다 산을 계속 보니까 이제 풍경에 그림같은 산 보이는 게 너무 익숙하고 당연해지려고 한다. ㅋㅋㅋㅋ


그동안은 목적지를 찾아갈 때 주차장 생각을 따로 하지 않고 그 장소 자체를 찍고 갔기 때문에

그래시 레이크스를 갈 때도 똑같은 방법으로 내비게이션에 '그래시 레이크스'를 찍고 출발했는데...


막상 도착장소에 갔더니 포장도 안 된 흙길에... 오르막길 한참 오르고 나니 막다른 길이 나오고....

당황스러웠다.


그동안은 알아서 근처 주차장이 나왔던 모양인데 그래시 레이크스는 높은 산 위에 있는데 그게 그대로 찍힌 모양이었다. ㅠㅠ


이와중에 산양떼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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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프 와서 유일하게 본 야생동물이 다람쥐였기 때문에

산양 떼를 보고 처음엔 신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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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나오니까 좀 거슬렸다.


근데 눈 정면으로 마주치면 너무 무섭고... ㅋㅋ


알 수 없는 오르막길에 갔다 길이 막혀 다시 돌아오면서, 어딘가 차 댈 대가 보이면 어디든지 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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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이름 모를 호수마저도 너무 아름답고... 마침 햇빛이 반짝반짝 비추면서 윤슬이 가득했다.


어쩌나 싶을 즈음에 좌측으로 주차장이 하나 보여서 급하게 차를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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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그래시레이크스 겨냥한 노상주차장 맞는 것 같았다!


하... 햇빛이 매우 뜨겁다...


우리는 왜 햇빛이 가장 작열하는 2-3시쯤에 이곳에 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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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ㅏ.....


저어어 어기 입구조차도 아직 안 보이게 걸어가야 한다...


그러고 나서 산도 올라야 하는데....


저 차들은 어디로 들어와서 차를 댄 것일까..



(지금 보니깐 보이네.. 내비게이션에 Grassi Lakes Trail*** Parking이라고 찍고 오면 되겠네...)


칫....



보니까 그래시 레이크스 올라가는 입구까지 차도 오는 것 같았다. 대중교통으로도 올 수 있는 곳이란 말씀.



SE-02e88c65-666f-45fb-b806-ff1f761323fb.jpg?type=w1 난 이끼 같은 것 있어서 Grassi 레이크인 줄 알았더니 사람 이름 따서 지은 거네. 머쓱.


여행 때는 이런 부분은 빠르게 찍고 안 읽고 마는데 이렇게 글을 올리면서 한 번씩은 대충 보게 된다.


낙석 위험 때문에 북쪽에서 그래시레이크스 가는 길이 막혔다고 하는데, 내가 내비게이션 찍은 것이 그 주변이었을까? 싶기도 하고... 만약 그 길이 있었다면 오르막길 주변에서 차를 댈 수 있다면, 이렇게 아래로 길게 올라가지 않아도 금세 조금만 내려가서 볼 수 있을 텐데 싶고... 괜히 억울하고... 있지도 않은 길을 보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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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쪽에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좀 쉽다고 되어 있고 하나는 좀 어렵다고 되어 있었다. 어렵다고 되어있는 길이 입구에서 보기에는 그리 안 어려워 보였고, 쉽다고 되어있는 곳은 그냥 꾸준히 스키 초중급 슬로프만 한 경사가 계~~~~~~~속 이어져있는 스타일이었다.


나는 왠지 어려운 길이 생각보다 쉬울 것 같았는데 그는 쉬운 길을 가자고 했다. 그러면서 호수까지 엄청 걸어야 하는데 걸을 자신 있냐고도 했다. 본인은 자신 있다고 덧붙이면서...


당연하지. 하고 길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날은 덥고... 해는 쨍쨍하고... 경사는 계속되고... 많이 힘들었다....


중간중간 길 가생이(?!)에 조금이라도 그늘이 있으면 그렇게 반가웠다...


중간에 쉬고 싶었는데 쉬는 곳도 많지도 않았거니와 쉬려고 하면 누군가 앉아있어 쉴 자리가 없었던 것 같다...


캐나다에 와서 왠지 누워 있는 모습이 자연스레 연상되던 그는 물 만난 고기마냥 날 약 올리며 날쌔게 올라가고 있었다.


'아까 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너 너무 더워보인대'라는 말을 덧붙이며....


(아침에 곤돌라 타던 복장 그대로라 한 겹을 벗어도 보온이 잘 되는 회색 긴팔을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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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자고 했고 어차피 끝까지 갈 것이긴 했지만 정말.. 힘들었다...


거의 한 시간 정도는 계속해서 걸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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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이렇게까지 갔어야 했나..?라고 묻는다면..


단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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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여요~~~!!


대 감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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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자체는 크게 시원하지 않았지만 물이 너무 아름다워서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규모로는 이번 여행에서 본 호수 중에 가장 작은 아담한 호수였다.


두 개의 호수가 위아래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이다.


너무나도 맑은 물인데 멀리서 보면 보석같이 투명한 진한 청록색을 띠고 호수의 바깥쪽에는 이끼로 보이는 푸른 부분이 보이는데 그 둘이 이질감과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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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하며 연신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사진과 영상은 찍을 당시에는 뭔가 현장이 제대로 안 담기는 기분이 들지만 나중에 보면 그렇게 맘에 들 수가 없다. 호수 둘레에 앉을 수 있는 돌은 다 만석이었데 운 좋게 내가 걸어가던 곳 돌에 자리가 생겨서 앉아서 찬찬히 호수를 구경할 수 있었다.


행복이 따로 없다.


계속해서 언급하고 있지만 역시 물만 보이면 들어가는 캐나다분들은 여기서도 어김없이 물 주변에서 몸을 담그고 계셨다. 나는 이 물 너무 깨끗해 보이긴 하지만 쫌 찜찜하던데 말이다...




정상에서 호수도 보고 둘레도 한 바퀴 돌고 나서 이제 내려가는 길.


내려오는 길은 아까 안 내려왔던 다른 길을 타고 내려오기로 했다.



다른 길이 진짜로 더 힘든 길이었냐고?


그렇다.


경사가 매우 높고 돌도 많고 해서 만약 올라오는 길을 여기로 택했으면 욕이 많이 나왔을 것 같다.


대신에 나무가 울창해서 덜 더운 평지 오솔길도 종종 있었고 폭포도 볼 수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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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자체는 많이 크지 않아도 폭포 소리때문에 시원한 기분이 가득했다. 그래시레이크스를 타고 내려오는 물이려나.


우리가 차를 내려와 한참 걸어 내려온 아래쪽 뷰도 볼 수 있었고.

아래의 호수도 참 예쁘다. (화이트먼스 연못이라고 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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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이 길 자체가 큰 돌도 많고 경사도 좀 있고 다듬어져있지 않아 좀 힘들고 위험하긴 했지만 두 개의 길을 다 이용해(?) 봐서 아쉬움이나 궁금함이 없어서 좋았다.


올라가는 길은 저질체력인 나에겐 많이 힘들었지만, 그렇게 힘들게 올라갈 만큼


일생에서 다시 보기 힘들 아름답고 영롱한 호수였다.



힘들게 올라가는 것만 감수할 수 있다면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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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가실 분이 계시다면...


님아,


내비게이션에 그래시레이크스라고 찍고 가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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