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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Sep 21. 2022

아웃 오브 아프리카

삶과 사랑을 대하는 각자의 방식


한 여인의 내레이션으로 광활한 아프리카 풍경에 잔잔히 울려 퍼지는 모차르트 클라리넷으로 시작하는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고요하고 웅장한 자연의 모습으로 시작이 됩니다. 아이삭 디네센의 동명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아프리카 케냐를 배경으로 카렌(메릴 스트립)과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들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 원주민들과의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랑하진 않지만 남편과의 정략적 결혼을 통해 '남작부인'이라는 위치와 마음에 안정을 찾고 싶었던 카렌은 결혼식을 위해 아프리카로 가던 중 우연히 아프리카 지역을 자유롭게 오가며 상아 무역을 하던 데니스(로버트 레드포드)를 만납니다. 아프리카에 도착한 카렌은 자신의 재력으로 커피 농장을 운영하지만 시작부터 만만치가 않습니다. 남편은 농장 운영에 관심이 없고 사냥을 핑계로 밖으로만 떠돕니다. 열심히 바쁘게 살수록 외로움이 짙어가는 카렌은 가끔씩 만나는 데니스에게 서서히 사랑을 느낍니다.





우린 소유하는 게 아니에요. 단지 스쳐 갈 뿐이지...




데니스가 제국주의의 식민지 정책을 반대한 반면 카렌은 자신의 방식대로 원주민에게 하얀 장갑을 끼워 시중들게 하고, 추장을 방문해 원주민의 노동력 제공을 요구합니다. 백인우월주의와 노예제도, 일방적인 식민지 지배 방식을 일부 엿볼 수 있습니다. 다만, 카렌이 원주민들과 진심으로 소통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아프리카의 환경에 적응해가는 모습, 그 속에서 카렌이 원주민의 생활 터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변해가는 과정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영화의 배경인 아프리카는 무척 아름답고 거대합니다. 모든 생각을 압도하는 지연을 바라보며 한낱 지나가는 존재일 뿐인 인간의 오만한 행위와 어설픈 욕심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데니스가 말한, "우린 소유하는 게 아니에요. 단지 스쳐 갈 뿐이지..."  는 진실입니다. 사랑의 감정이던 자연의 모습이던 우리 모두 인생의 어느 한때, 그때를 살았던 삶의 모습 일부로 흘러갈 뿐입니다.






나를 다른 사람의 삶의 끝에서 발견하고 싶지 않아요




남편을 통해 매독이 걸려 잠시 아프리카를 떠났던 카렌은 다시 농장으로 돌아옵니다. 농장 운영은 더욱 어려워지고 파산에 이릅니다. 카렌은 데니스와 함께 살며 결혼을 원하지만 데니스는 거절합니다. 서로의 인생관이 달라 사랑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는 점에 안타까움이 크게 느껴집니다. 카렌은 결국 아프리카의 농장을 정리하고 덴마크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데니스가 배웅 약속을 하지만 갑작스런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게 됩니다.





결혼 제도를 통해 데니스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던 카렌과 평생의 짝으로 함께 현재를 살고 싶어 하는 데니스의 생각 차이는 간극이 커 보입니다. 다른 사람의 삶의 끝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싶지 않은 데니스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카렌을 사랑하는 마음 - 평생의 짝이 있다는 말 - 은 진심입니다. 카렌 역시 온갖 고급 도자기와 생활 집기들을 버리지 못하고 아프리카로 가져와 살지만, 마지막 모든 짐을 정리한 후 - 잘못된 방식이었다는 것을 알고 시중들던 원주민의 장갑을 벗겨줍니다. -  단출하고 홀가분하게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생각의 변화를 보입니다. 자신의 것을 강조하던 카렌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없습니다. 서로 다르지만 그래도 카렌과 데니스의 마음을 연결해주는 지점은 축음기와 모차르트였던 것 같습니다.






카렌에게 아프리카의 더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함께 사파리로 간 데니스가 들려주는 마사이의 이야기는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 그들을 길들일 수 없다는 것, 현재를 살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자신들이 온 것을 상관하지 않기에 그것이 그들을 죽일 것이라는 이야기는 데니스가 현재에 충실하고 싶어 하는 마음과 아프리카에서 자신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결혼을 요구하는 카렌에게 결혼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묻습니다. 함께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에 의존하는 카렌과 달리 자유롭게 자신의 현재 삶을 살고 싶은 데니스는 설사 그것이 큰 외로움으로 남더라도 자신의 선택이었기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자기의 삶을 자신이 책임지고 살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가끔씩 외롭고 고독하고 힘이 듭니다. 혼자 죽을지 모르지만 그게 공평하다고 말하는 데니스의 마음에 공감이 됩니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입니다. 결혼을 하던, 친구와 함께 하던 그런 순간들은 곧 지나갑니다. 결국 혼자 남게 됩니다. 그것을 간혹 잊고 살고, 때론 잊고 싶어 하지만 저 깊은 곳에서 자신만의 외로움과 고독함을 만나게 됩니다. 카렌도 데니스도 서로 사랑할 순 있었지만 소유할 수는 없었습니다.






카렌은 결국 자신이 원하던 안식처를 찾지는 못했지만 쓸쓸하게 남은 사랑의 기억과 함께 아프리카에서 보낸 자신의 삶 일부도 거기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느꼈으리라 추측해 봅니다.



그지없이 아름답기만 한 아프리카 평원의 풍경이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와 두 주인공의 삶을 대하는 방식, 그 안에 드러나는 외로움과 사랑, 쓸쓸함과 허무함이 잘 녹아든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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