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먹는 것에 대한 생각

그때그때 먹다가, 늦은 후회를 하게 될지도 몰라요

by gruwriting


<삼시 세끼>란 TV오락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산골 마을에서 혹은 어촌 마을에서 지내며 오로지 삼시 세끼를 해 먹는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예전 방식으로 약간의 향수를 자극하며, 조금 불편하지만 그렇게 식사 준비를 하고 맛난 아침과 점심, 저녁 세끼를 해 먹습니다.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 가마솥에 손질한 재료로 국도 끓이고 밥도 해서 푸짐한 한상을 차려냅니다. 보면서 ‘참 피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사실 예전의 모든 엄마들은 늘 그렇게 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하루 종일, 매일 하루 세 번씩 가족의 끼니를 위해!





정성껏 먹어요


엄마밥을 먹던 때 이후 매일 세끼를 해 먹지는 못하고 삽니다. 매일 세끼를 먹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벅찬 일입니다. 바빠서 시간을 내서 매번 식사 준비를 할 수 없기도 하고 빠른 배달 음식이 즐비해 음식을 만들지 않아도 생존에 지장을 받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소화력입니다. 공복감을 즐기는 입장에서 식사로 세끼를 챙겨 먹는다는 것은 꽤나 부대끼고 힘겨운 일입니다. 속이 비었을 때 머리의 맑은 느낌과 텅 빈 뱃속의 울림을 참 좋아합니다. 어릴 땐, 쉬는 날이던, 공부를 하던, 빆에서 놀던, 정해진 시간에 어김없이 밥을 먹어야만 했습니다. 그냥 습관처럼 사람은 세끼를 먹어야 한다고 익힌 것 같습니다. 아무 때나 먹지 않고 비슷한 시간에 계절에 맞게 먹어야 건강하다고 배운 것 같습니다. 아마도 부모 자신들은 잘 먹지 못하고 자랐기에 더더욱 세끼를 중요시한 건 아니었을까 생각도 합니다.



그런데, 이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었던 생각이 무엇을 먹던 조금이라도 정성껏 직접 해서 먹자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살다가 한 번쯤 크게 아파보거나 건강상의 이상 신호를 느끼게 되면, 모든 생각이 원점(시작점 혹은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몸에 좋은 것을 찾아 먹기도 하지만, 예전에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불편하지 않고 좋았었는지, 기억 속의 음식들을 하나씩 되새기며 해 먹어 봅니다. 몸에 맞게 음식을 조절하며 음식에 정성을 들여봅니다. 꼭 세끼가 아니라 한끼의 양이라도 제 몸에 맞게 적절히 나눠 먹기로 했습니다.






꾸준히 먹어요



먹는 음식만으로도 사람의 몸과 정신과 태도가 달라집니다. 무엇을 먹는지 언제 먹는지 어떻게 먹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생활방식이 바뀌고 인생이 바뀝니다. 먹는 것에 정성을 다해야 하는 이유를 뒤늦게 깨닫습니다.



몸이 힘들 때 회복을 하기 위해 약한 부분을 채우거나 과한 것을 덜어내기 위해 약 이외에 운동을 먼저 떠올리지만 경험적으로는 먹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량으로 정시에 비숫한 방식의 음식을 먹음으로써 실제 건강검진상의 지표(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의 안정화)가 좋아지고 몸에 반영되는 것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더욱 집중해야 할 분야가 음식입니다. 말 그대로 무얼 먹고살 것인가?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그 외 보강 차원에서 운동이 겸해지면 더 좋겠습니다. 음식에 대한 유혹과 운동에 대한 강박 중 어느 것이 더 견디기 어려울까? 가끔 생각해 보지만, 답은 꾸준함에 있습니다. 어떤 한 가지를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도록 하기엔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시간이 꽤 지나야 결과가 서서히 드러나게 됩니다. 하지만 함부로 태도를 바꾸면 뜻밖의 결과가 빠르게 드러나는 것 또한 음식입니다. 먹지 않던 것을 먹거나 함부로 먹으면 오랫동안 습관 들여온 것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고 몸도 빠르게 상합니다.



굳이 보양 음식을 찾아 먹지는 않지만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로 조리하고 속이 가장 편안하다고 느끼는 상태로 적당량을 먹으려 애씁니다. 가장 음식 섭취가 편한 시간에 삼시 세끼가 아닌 제 소화력에 맞는 만큼씩만 나누어 먹어봅니다. 아침 한끼 무엇을 먹을까? 그 습관을 들이기까지 1년 반 이상의 시간이 걸렸고 중간에 갈등의 순간도 있었습니다. 가끔 맛이 없다거나 단조롭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강한 맛과 자극적인 향이 머릿속에 느껴지는 유혹도 겪습니다.







주말이나 가족, 지인을 만날 때나 회식 등 모임에서 좀 색다른 것을 찾는 경우가 생기면 겨우 길들여 놓은 입맛이 방황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그런 색다른 시도가 있고 나면 그 이후엔 속의 더부룩함과 소화불량으로 며칠간의 불규칙한 식사로 동티가 납니다. 길들이기도 힘들지만 길들여진 틈에 익숙하지 않은 것을 끼워 넣기도 쉽지 않습니다.



역시나 먹고사는 문제란, 음식의 습관이 제일 어렵습니다. 그때그때 먹다가 뒤늦은 후회가 남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몸을 알아가며 맞는 음식을 찾아 즐거운 마음으로 먹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