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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Oct 12. 2022

'가족 공동체'의 의미에 대한 재설정을 위하여

건강한 관계의 유지를 위한 생각


추석 명절을 맞아 서울역에 사람들이 바삐 움직입니다. 짧은 연휴에도 내려가는 자식들, 올라오는 부모들 행렬이 코로나 발생 전과 비슷해 보입니다. 1년에 두 번 큰 명절이면 으레껏 보게 되는 풍경, 세상이 아무리 좋아져도 오고 가는 사람들의 손에는 커다란 선물들이 잔뜩 들려 있습니다. 가족을 만나는 마음이 그렇게 보입니다. 고향을 향한 행렬을 바라보며 부모 형제, 자매를 만나고 어떤 마음으로 돌아오게 될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와 관계는 어떤 것인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





가족끼리 뭘 그래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벌써 5년 이상 명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 명절이면 자녀들이 많이 다녀가는 곳입니다. 으레껏 그러려니 하지만 하루는 꼭 불편한 경험을 해야 합니다. 연휴가 시작되면 음식 만드는 냄새로 명절의 시작을 알립니다. 그 많은 세대가 공통으로 만드는 명절 음식, 비슷한 냄새가 한동안 배어있습니다. 그리곤 명절 당일, 공동 주택의 방음이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아침부터 두런대는 이야기 소리와 큰소리 몇 마디, 그리곤 문이 쾅! 닫힙니다. 매번 똑같습니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되어 예전처럼 원거리 가족들을 보기 힘든 것도 아니고 소통이 불가능한 시대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꼭 명절이면 똑같은 루틴(?)이 반복됩니다. 예전에는 명절이 지나고 나면 사건사고 뉴스에 꼭 부모 자식 간 혹은 형제 자매지간 싸움으로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는 가십이 일상처럼 등장하곤 했었습니다.


혈연에 의한 가족의 범위 외에도 다른 여러 유형의 가족들이 존재하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혈연에 의한 가족 구성원 간의 공동체에 대한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못한 듯합니다.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가족인데 뭘 그래‘ 혹은 '그깟 걸로 가족끼리 왜 이래?’ 우린 이 정도의 인식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저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변해 보려 하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다만, 이젠 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관계의 재설정이라고 해야 할는지...


사실 모두 감정적인 혹은 정서적인 근본은 자신이 자라난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태도들은 모두 각자 가족 구성원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이 듭니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아버지처럼 살지는 말아야지‘ 혹은 ’엄마처럼 살 수는 없어' 하는 식의 결심들은 어른이 되면서 흐려지고 자신도 모르게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우린 아마도 가족 공동체에 대한 착각을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가족은 무엇이던 함께할 수 있는 존재이고 한 사람의 가치관과 인생의 기본 바탕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의 서로에 대한 예의와 존중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감정의 소용돌이가 발생하는 사건이나 시간이 오면, 관계의 냉정함은 사라지고 감정에 휘둘려 서로에 대한 모든 관계의 방식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곤 합니다. 보이지 않는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어느 순간 '왜?'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서로 불편한 부분의 원인조차 찾지 못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만 그 보다 못한 관계임에도 가족관계는 유지하고 있습니다.





농경시대 가족 관계로는 위험하다





추석 비하인드 스토리들, 가끔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감정들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가족이지만 그 관계도 한발 뒤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가족 간 감정의 골도 세심히 살필 수 있습니다. 밖에서 바라볼 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조금은 냉정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사는 일이 바빠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가족의 심정을 서로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늘 그러려니, 늘상 그렇게 있는 사람이거니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 없던 일이 될 거라는 그런 착각들이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킵니다. 농경시대에 만들어진 가족의 개념 그대로 지금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 가족 관계가 머물고 있다면 바뀌어야 합니다. 우린 가족간 서로의 관계를 다듬어가는 노력에 대해 따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다만 보고 느끼며 성장하고 그대로 받아들일 뿐입니다. 가족에 대한 개념과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제라도 새로운 이해와 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는 것처럼 남들에게 하는 것에 반만이라도 ‘태도’를 바꿔 가족을 대할 수 있다면.어떨까요?







그 짧은 기간 동안 추석이라는 명절로 많은 사람들이 먼 거리를 오가며 가족을 만나고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우린 무엇을 나누고 무엇을 얻고, 또 잃고 돌아오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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