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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Oct 24. 2022

꿈과 다르더라도 계속 가야 하는 단 하나의 길

그때 그 순간, 내가 선택한 길이 나에겐 최선


어릴 때, 나중에 커서 어떻게 살지 무엇을 하고 있을지 꿈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보고 듣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10년 뒤 혹은 20년 뒤의 내 모습일 줄 알았습니다. 멋있게 성장하고 품위 있는 삶을 살고 있을 줄 알았지만 현실적으로 밥벌이 정도 할 수 있는 직업을 따라 진로와 학과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온전히 내 인생이지만 내가 선택할 몫은 거의 없었습니다. 다행히 대학을 갈 정도의 성적은 유지하고 있었기에 대학을 진학했고, 졸업 후 취업을 해 직장인으로 살아왔습니다. 밥벌이를 하고 살기에 무난한 삶이지만 한편으로는 지루하고 고요한 생활이었습니다. 평범한 시간을 지나온 어느 날 문득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드는 의문, 학교 진로 선택 시기에 혹은 직업 선택의 시기에 밥벌이가 다소 힘들 수는 있었겠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다른 길을 선택했었다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살아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은 늘 마음 속에 남습니다.





내가 선택한 길이 만든 행복과 후회


등산을 하다가 간혹 길을 잃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큰 산일수록 오랜 시간 동안 같은 높이의 산둘레를 빙빙 돌기도 하고 방향을 잘못 판단해 갑자기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길에 놓일 때가 있습니다. 커다란 미로 속에서 출구를 향해 나아갈 때 마지막 출구가 나타날 때까지 여러 번 수많은 갈래의 갈림길에서 한 길만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을 반복해서 만나게 됩니다. 미로에서 헤매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산속에서 비슷한 길을 헤매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린 불안에 빠집니다. 불안 속에서 정확한 판단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절박한 한 순간에 자신의 감을 믿고 순간적인 판단만으로 길을 선택하는 시간이 옵니다. 그 길은 '나만의 선택'이 만들어낸 길입니다.



가끔 그때 선택하지 않았던 다른 길을 갔더라면 어땠을까? 잠시 상상해보지만, 가보지 않은 길에 관한 상상의 한계는 금방 드러납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서 하고 싶은 공부와 직업을 선택했었더라면, 아마도 기질상 금방 힘이 떨어져 포기하고 또 다른 길을 찾아 헤맸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지금보다 조금 더 여유로운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는 있었겠지만,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의 건조한 생활을 하면서 숫자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또 어쩌면, 내 욕심만으로 무리하게 만든 길을 갔더라면 무엇보다 지금의 가족을 만나지 못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까지 가족과 보낸 소소한 추억과 행복을 놓치고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내 인생이 갈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길을 선택한 것


 지금 내가 지나온 길,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러는 상처와 흠집도 있었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길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내가 선택하고 지나온 길은 내 인생입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었던, 기간을 충분히 두고 신중히 결정한 것이었던 결국은 스스로 선택한 길을 살고 있습니다.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은 오롯이 자신의 선택입니다. 결국 인생은 자신의 선택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일 뿐입니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아서 그 누구도 동시에 두 길을 갈 수는 없습니다. 내가 선택한 길은 내 인생이 갈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길을 선택한 것이라 믿습니다. 지금의 선택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그 방향에서 나는 행복할 수 있고 가끔은 후회도 하게 될 겁니다.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 로버트 프로스트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만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아,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아직 길 위에 놓인 나는, 가보지 못한 길에 미련을 두기보다 지금 내 앞에 놓인 길에 집중하려 합니다.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을 오랜만에 다시 읽으며 그 의미를 곱씹어 봅니다. 시 구절을 반복해서 되뇌며 두 길을 함께 갈 수 없는 인생의 아쉬운 다른 한 면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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