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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Nov 16. 2022

‘열심히’ 대신 ‘멍’ 때리기

마음의 찌꺼기를 가라 앉히기 위한 시간을 지나며


한의원에 가면 진료 중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온몸이 너무 경직되어 작은 충격에도 크게 다칠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스트레스일 수도, 다른 요인일 수도 있겠으나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조금만 어깨에 힘을 빼고 지내길 권유받습니다. 이미 오랜 사회생활에 익숙하고 시큰둥할 줄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몸은 정직하게 아니었다고 말을 해 줍니다.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면서 얼마나 쉬고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졌던가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조금만 어깨에 힘을 빼고



운동선수들을 보면 컨디션이 좋을 때 경기력도 향상되면서 경기 결과도 지표로 확인이 됩니다. 하지만 지표가 늘 좋지는 않습니다. 야구를 보면 매일 하는 야구에서 어제와 오늘 같은 선수의 자세나 경기력이 현저히 다른 경우를 많이 봅니다. 심리적인 요인인지, 환경적인 요인인지, 그 외 다른 요인인지 알 수는 없지만, 1년이라는 긴 시즌으로 보면 별 문제 아닐 수도 있는 것이 차곡차곡 쌓이며 하나의 지표를 만들어갑니다. 경기력이 떨어진 선수에게 하나같이 하는 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는 겁니다. 힘을 빼야 하는 순간입니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목소리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면 목소리가 거칠게 들리고, 악기를 연주할 때도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면 악기의 소리가 조화롭게 나오지 않습니다. 축구 선수도 너무 힘을 주면 똥볼을 차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예민한 상태에서 앞만 보고 나아가다 보면 모르는 사이 호흡조차 하지 못한 채 자신이 다른 곳에 가 있을 때가 있습니다. 연속된 긴장과 그 반복이 만들어내는 '열심'의 결과입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름의 생활 신념(?)으로 지켜온 것은 어떤 경우라도 '내 마음대로 살자'는 것이고, 생각하되 어느 시점에서는 그냥 '놓아버리자'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는 '대충 살지 머' 그런 마음입니다. 누구나처럼 보통의 모습으로 살기가 가장 어려운 것처럼 내 맘대로 '대충 놓아가며 살기'도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까다로운 사회적 기준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필살기, 놓아버리는 순간 '멍 때리기' 시간을 자주 즐깁니다. 뇌에 과부하가 발생하면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고 이성적인 판단도 어려운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컴퓨터를 포맷하듯 뇌도 포맷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휴식할 때 뇌는 오히려 무의식 상태에서 자유로운 사고를 가능하게 합니다. 충분히 휴식한 뇌는 간혹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신기한 경험도 만들어 줍니다.



사람들은 바쁜 생활을 뒤로 하고 잠시 템플스테이를 찾거나 명상을 하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가장 힘든 것은 '멍'을 맞기까지라고 합니다. '멍'을 내 안에 맞기까지도 연습이 필요한 것입니다. '멍 때린다'는 것은 정신이 나간 것처럼 자극에 대한 반응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런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 채 넋을 잃은 상태입니다. 서서히 긴 호흡과 함께 나른하게 '멍'을 기다려야 합니다.




단순하게 처음으로




우린 지나치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삽니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면서 조금씩 스스로 타들어갑니다. 번아웃 증후군에 빠질지도 모르는 순간이 옵니다. 생활이 바쁜만큼 대화 상대도 줄어들고, SNS의 발달로 소통은 활발한 듯 하지만 아니러니 하게도 정작 마음을 주고받지는 못하고 삽니다. 삶은 긴 여정입니다. 긴 여행에서 우린 잠시 잠깐의 쉼, 호흡이 필요합니다. 나의 여행이 어디까지 가능할지 알 수 없지만 스트레스와 긴장만으로 시간을 보낼 순 없습니다.




힘을 뺀 유연한 동작일수록 발레의 아름다움은 더욱 화려하게 드러납니다. 타고난 천재적 능력을 가진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린 처음에 아무것도 갖지 않고 태어납니다. 단순하게 처음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긴 호흡을 하며 내면의 깊은 지점을 읽고 잠시 멈출 필요가 있습니다.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행위조차도 휴식이 아니라 정보를 얻는 행위가 돼버린 요즘, 보다 깊고 긴 호흡으로 자신을 가라앉히기 위해 '멍'한 고요함 속에 머무르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짧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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