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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Nov 28. 2022

숨겨진 멘털 맷집 키우기

가끔은 넘어질 때도 있겠지만 그럴 땐 잠깐 멈췄다가 다시 일어서면 돼



예측이 불가능해서 몰입하기 좋은 스포츠 경기를 자주 봅니다. 특히 야구는 스포츠 경기 시간으로는 제법 긴 시간이지만 이닝마다의 변화무쌍한 순간들의 대처가 갖고 오는 효과와 게임의 흐름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팀대 팀의 대결, 투수와 타자의 대결, 그 근본에는 자신과의 대결이 있습니다. 공을 던지는 투수는 자신의 공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있어야 이길 수 있습니다. 반면 타자는 공을 보는 선구안과 어떤 공이 오더라도 쳐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타석에서 여유 있게 타격할 수 있습니다. 서로 목표는 '승리'지만 이 과정에서 미세한 심리와 기술적인 포인트는 모두 다릅니다.





멘털이 약하다는 건 게으름인가? 멘털이 강하다는 건 타고난 것인가? 모두 훈련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인가? 한창 잘 흘러가던 게임에서 갑자기 투수가 흔들릴 때, 투수에 최적화된 체구와 지표상 좋은 수치를 갖고도 위기관리가 안되거나 스스로 무너져버리는 경우 멘털이 흔들린다고 표현합니다. 멘털 때문에 강력해 보이던 선수가 한순간 초라해지지만 그것은 이미 이해의 영역이 아닙니다. 냉정한 승부의 끝에 이르면 스스로 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멘털 붕괴의 상태에 놓이고, 그로써 승패가 결정되면 오롯이 비난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당당하게 실패하면서 배우기




멘털은 무엇인가? 멘털 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우린 그런 것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특수한 직업이나 선수, 유명인들에게 주로 붙어 다니는 단어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일반인들도 멘털이 무너지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방향으로 삶이 바뀌곤 합니다. 멘털 관리가 학습될 수 있는가? 우린 어려운 일이 닥치거나 어떤 상황을 극복해야 할 때 막연하게 '이 정도는 해야지.', '이런 걸 못하면 안 되지.' 이유 불문하고 그렇게 지내왔습니다. 무슨 일이 되었건 어떤 상황이었건 관심 두지 않고 '무조건 다 해야 하고 그냥 극복'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살아왔습니다. 결과만 중요했기에 왜, 무엇이 어려웠는지, 안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과정의 하나'로 인식하는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여러 번 실패할 수도 있고 스스로 조금씩 극복하는 과정에서 격려를 받거나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려주는 마음을 사회적으로 용인하지 않았습니다. 실패하면 나 혼자만 실패한 것 같고 나만 둬 쳐진 것 같고, 내 능력은 그것밖에 안 되는 것 같은 자괴감에 빠지게 합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 경기에서도 패할 경우 패배의 이유로 항상 '뒷심 부족'을 탓하곤 합니다.



어릴 때였지만 집안에 어떤 특별한 일이 생기거나 특별한 결정이 필요할 때, 아버지는 어린 자식들까지 모아놓고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설명하고 듣게 했습니다. 어른들의 이야기라 어렵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가 놀아야 할 시간에 답답하기 그지없을 때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상을 하나 사거나 집에 전화를 처음 놓을 때, 집에 처음으로 TV를 하나 장만하는데 구구절절 모든 식구에게 몇 시간을 설명하고 결정을 내리는데 같이 자리하게 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엔 왜 그랬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몸애 밴 습관, 태도




나중에 부모가 되고서 한참 뒤에야 아이들을 기르며 알게 되었습니다. 절대 화부터 내는 법이 없던 부모님의 모습 그대로 아이들을 훈육하고 있었습니다. 다행인 건 덕분에 무조건 윽박지르거나 어른의 말이라고 따라야 한다는 생각은 애초에 해 본 적도 없었지만, 나름 합리적인 의견을 주고받는 연습이 되어 중요한 어떤 순간이 와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대응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생각에 대한 '반응과 태도'가 몸에 밴 '습관'이 된 것입니다. 가족 내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왜' 그런지를 먼저 묻고 서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이야기하곤 합니다. 모든 상황과 문제엔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덕분에 아이들 역시 작은 일에 쉽게 흥분하거나 어려운 일이라고 함부로 포기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도전을 적당히 즐기기도 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전혀 생각지도 못하던 순간에 문제 해결을 하기도 합니다. 어릴 때부터 연습한 결과가 살아가는 태도를 결정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세상과 호흡해가는 구체적인 태도가 삶의 모양을 만들어갑니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태도를 갖기까지, 우린 '가끔' 오는 성공보다 '더 자주' 찾아오는 실패를 대하는 과정을 의식적으로 연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첫걸음을 뗀 놀라운 순간부터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끝없이 반복한 후에야 비로소 달릴 수 있습니다. 항상 실패에서 더 큰 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과 위기의 크기는 그 어느 순간이라도 각자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란 것을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가끔은 까마득히 잊고 지내던 호연지기도 불러내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다듬어간다면 설사 멘털이 왕창 깨지는 나락의 순간이 오더라도 잠시 '자신만의 쉼 호흡'으로 평정심을 유지할 맷집 정도는 갖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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