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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Nov 21. 2022

노바디 Nobody

찌질한 가장이라도 괜찮아, 행복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


허치 맨셀(밥 오덴커크)은 귀여운 아들과 딸,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가정을 꾸리고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갑니다. 가장으로서 매일 자신의 건강을 돌보며, 회사에 출근을 하고, 분리수거를 하고, 나름의 최선을 다하며 지냅니다. 하지만, 막내딸을 제외하고 아들은 어쩐지 아빠를 무시하는 느낌이고, 사랑하는 아내와 관계도 전과 같지 않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어느 날, 문단속을 잘못해서 집에 강도가 듭니다. 제대로 된 싸움조차 시도하지 않고 강도를 보내는 허치의 태도에 가족들과 이웃은 무능하다며 비웃고 비난합니다. 무능하고 찌질한 가장으로 공식화된 허치의 삶은 딸의 고양이 팔찌를 찾으러 나서면서 180도 달라집니다.     







월화수목금, 월화수목금, 월화수목금,,,  한 가정을 꾸리는 가장이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고, 가정을 돌보는 허치의 똑같고 뻔한 1주일이 너무 공감돼서 같은 장면을 몇 번이고 돌려봤습니다. 허치는 최선을 다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가라앉은 가족들 분위기, 서로 데면데면한 구석들이 보입니다.




난 아무것도 아냐  



강도를 당한 후 딸이 고양이 팔찌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 강도를 당하고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싶었던 허치였지만 자신의 집에 쳐들어와서 소중한 가족을 건드렸다는 것에 분노를 느끼고 직접 문제를 해결하러 갑니다.   






정부기관의 감찰관이었던 허치는 은퇴 후, 새롭게 평범한 삶의 행복을 찾기 위해 베카 맨셀(코니 닐슨)과 결혼합니다. 강도가 그의 분노를 자극하기 전까지, 허치는 최선을 다해 가정을 꾸리고 생각보다 훨씬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루하던 반복적인 일상은 작은 계기로 순식간에 깨집니다. 버스에서 만난 불량배들과의 싸움을 계기로 러시아 마피아 옵샤크의 자금을 관리하는 율리안(알렉세이 세이브리아코프)과 엮이게 됩니다. 갑자기 막내 동생을 잃은 율리안은 허치를 찾아 나섭니다.   

 


난 알고 있었어, 내가 가면을 쓰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보다 오래 버틴 거지.

  


무능하고 찌질하던 가장이었으나 싸움을 끝내고 싶었던 허치가 폭탄을 들고 율리안을 찾아간 모습은 왠지 자신감과 여유가 느껴집니다.  버스 싸움 장면 중 '선 뒤에 서시오' 문구 뒤에 서서 싸움을 시작하는 허치, 회사로 율리안을 유인하면서도 '지정 정차'를 지켜 차를 주차하는 허치, 폭발물을 설치하고 터지기 직전, '무사고 204일'을 지우는 허치, 사소해 보이지만 섬세한 행동 하나하나가 허치의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싸움에 뛰어든 밥 오덴커크의 과하게 단호한 태도와 너무 진지한 표정이 오히려 군데군데 허당 같아 웃음을 유발합니다.




은퇴한 아버지와 대런의 도움으로 율리안까지 날리며 모든 싸움은 끝이 납니다. 경찰이 도착하고 러시아 마피아까지 관련된 사건으로 허치는 수사를 받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현장은 있으나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 미 국방부에도 허치의 신원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강도에게 끝까지 결혼반지를 주지 않았던 허치의 성격상 아무도 가족을 건드리지 않았다면 아마 무료하더라도 그대로 일상과 가정을 유지했을 것 같습니다. 우연한 강도 사건으로 허치는 자신의 본능을 다시 깨닫게 되었고, 새로 집을 구하는 장면에서 지하실을 물어보는 아내 베카도 이제는 좀 더 남편을 이해하는 듯합니다.  




  


신이여, 저 문을 열어 주소서  




허치의 양면성은 FBI 요원이었던 아버지 데이비드 맨셀(크리스토퍼 로이드)의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은퇴한 삶도 나름 좋았어. 점심 먹고 낮잠 자고 수영하고,,, 하지만, 솔직히 이 삶이 더럽게 그리웠다.







세련된 면은 없는 좀 투박한 중년의 액션이지만 가정을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탓인지 뒷부분으로 갈수록 허치의 연기에서 프로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고양이 팔찌를 찾기 위한 작은 시작이 생각보다 큰 문제로 번졌지만, 허치는 점차 자신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무기력하던 가장에서 든든하고 자신감 넘치는 가장으로 변신합니다. 덕분에 아내와도 예전처럼 가까워지고 다시 한번 행복한 가정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니다.  




한동안 이 영화의 첫 장면과 음악, 마지막 장면과 음악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많은 영화를 봐 왔지만 노바디만큼 영화 장면과 영화음악이 딱 들어맞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1950~1970년대의 올드 팝송이 흘러나오는 전환 장면, 장면들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버스 싸움 장면에서 스티브 로렌스 & 이디에 고르메의  I've Gotta Be Me 가 나올 때는 어쩐지 허치의 짠한 모습에 눈길이 갑니다.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가 시작되며 지하실을 불 지르는 장면은 싸움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립니다. 특히 율리안과의 자동차 추격 장면에 나오는 팻 베네타의 Heartbreaker는 영화의 속도감을 한껏 끌어올립니다. 삽입한 영화 음악이 마치 액션을 뒷받침해 주는 것 같은, 스토리를 보완해 주는 것 같은 강한 느낌을 줍니다. 무엇보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에 나오는 니나 시몬의  Don't Let Me Be Misunderstood는 허치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합니다.




It's answer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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