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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Jun 14. 2023

쇼생크 탈출 1995

갓털이 너무 찬란해 새장 안에 갇혀선 살 수 없는 새들이 있다


교도소 생활을 소재로 만든 영화의 대부분이 그렇듯 <쇼생크 탈출> 또한 비인간적인 교도소에서의 자유에 대한 갈망과 인간적인 삶, 그리고 우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잘 나가던 은행 부지점장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이 아내와 아내의 애인을 살해한 혐의로 누명을 쓰고 쇼생크에 수감되며 영화는 시작합니다.






강력범들이 수감된 악명 높은 쇼생크에서의 탈출은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고 대부분의 수감자들은 인간성이 말살된 채 길들여져 지냅니다. 간혹 간수 눈에 잘못 들면 가혹한 체벌과 죽음까지도 각오해야 하는 곳입니다. 적응이 어려워 보이던 앤디는 엘리스 보이드 레드 렌딩(모건 프리먼)과 친해지면서 조금씩 적응해 가지만 불량한 수감자들에게 강간을 당하며 힘든 날들을 겪습니다. 그렇게 앤디는 감옥에서 어느덧 10년 세월을 지냅니다. 그 사이 많은 동료들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만들어지고 앤디의 수감 생활은 점차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처음엔 싫지만 차츰 익숙해지지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전문 지식을 이용해서 교도관의 세금 문제(탈세, 돈세탁)를 해결해 주면서 동료들에게 시원한 맥주를 쏘는 앤디, 흡족함일까요? 아니면 자신의 계획에 좀 더 가까워진 희망 때문이었을까요? 묘한 미소를 짓습니다. 덕분에 동료 수감자들은 기억도 나지 않는 평범했던 시절로 돌아간 듯 잠시나마 일상적인 행복을 경험하게 됩니다.




브룩스와 만나면서 교도소의 도서관 기금 마련을 위해 노력하는 앤디는 비로소 약간의 자유를 얻게 됩니다. 앤디의 고집스러운 노력 끝에 교도소로 수많은 지원 물품들이 도착합니다. 문득, 쇼생크에 울려 퍼지는 모차르트의 음악(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 불고>). 멍하니 확성기 너머를 바라보던 수감자들의 무표정한 얼굴과 울려 퍼지는 음악을 배경으로 한 앤디의 여유 부리던 대조적 장면에 웃음 짓게 됩니다. 회색의 무미건조한 공간을 꽉 채우던 클래식 음악, 그것이 무슨 음악인지 알 필요도 없고 고급스럽게 감상하지 않아도 좋았습니다. 모두에게 낯설지만 또한 모두에게 충분히 감동을 주던 그 광경을 잊을 수 없습니다. 영화를 보는 사람조차 교도소에 울려 퍼지는 음악을 귀 기울여 듣게 만듭니다. 그 누가 피가로의 결혼을 교도소에서 듣게 할 수 있었을까요!






레드의 말대로 처음엔 싫지만 차츰 익숙해져서 세월이 지나면 벗어날 수 없게 된다는 교도소이지만 앤디는 어느새 교도소의 풍경을 앤디만의 방식으로 바꿔 놓고 있었습니다. 사소한 에피소드들이 반복되면서 앤디는 교도소의 모든 수감자들에게 '함께'라는 든든한 생각을 갖게 만들며 동료들과 신뢰를 쌓고 인간적인 우정을 쌓아갑니다.






저기, 화장실 좀 가도 되나요?




쇼생크를 벗어났지만 사회에서 살아갈 방법을 모른 채 불안한 시간을 보내던 브룩스가 감당하지 못할 자유 앞에 'Brooks was here'를 새겨두고 보호감호소 생활 중 자살하는 장면은 가장 슬픈 장면으로 기억됩니다. 레드 역시 가석방으로 감옥을 나오지만 아직도 습관적으로 화장실 가는 것조차 허락을 구하고 있는 자신의 슬픈 현실을 마주합니다. 길들여지면서 얻을 수 있는 편안함과, 자유로 인한 막연함이 더 두려울 수 있다는 대조되는 느낌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레드가 '교도소 안에선 위험하고 아무 쓸모가 없다던 희망'이었지만 앤디는 여배우의 브로마이드 뒤 구멍을 통해 탈출합니다. ’자신의 희망‘을 실현하며 빗속에서 절규합니다. 40여 년 기간을 쇼생크에서 보낸 레드는 마지막 가석방 심사를 맞아 비로소 젊은 시절의 레드에서 벗어납니다. 앤디의 치밀한 계획 아래 준비된 쇼생크 탈출과 레드와의 재회 장면은 레드가 영화 내내 부정했던 '희망' 바로 그것의 증명입니다.


기억해요, 레드.
희망은 좋은 거예요.
모든 것 중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당신이 이 편지를 찾길 바래요.

                                 - 당신의 친구 앤디로부터





앤디가 긴 시간 쇼생크에서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탈출에 성공하리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쇼생크에서의 탈출은 교도소라는 닫힌 공간에서의 완전한 자유(레드)와 죄 없이 무고한 사람(앤디)이 교도소 생활을 끝냈다는 안도와 쾌감을 함께 느끼게 합니다. 오래된 영화의 명장면들은 시간이 지나도 볼 때마다 매번 새로운 느낌과 감동을 주는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의 희망, 우리 모두에게 좋고 소중해서 사라 지지 않아야 할 것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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