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도 넘어, 배운 기억도 가물가물한 영어에 새삼스레 발을 담그다
갑자기 왜 영어를 배워야겠다고 생각을 했는지 뚜렷하지는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지하철 광고 덕분입니다. ‘미래를 잊을 줄 몰랐어요’라는 카피를 보고 뭐지?... 영어로 미래에 'm'이 각각 적절한 위치에 몇 번 들어가 있는지, 'r'이 연속으로 들어가는지, 'o'의 위치는 어디쯤 놓여야 맞는지 헷갈리는 중년을 표현한 광고였습니다. 웃으며 지나갈 광고였지만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습니다. 아... 저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외국인들이 배우는 한국어의 어려움을 우연히 접하다가 내가 영어를 배우면 어떤 상태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처럼 말할 수 있을까? 영어를 잘하게 되면 새로운 정보를 접할 기회도 많을 테고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왜 한 번도 영어를 다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지 스스로도 의아합니다. 대입 시험을 치른 이후 영어를 접해 볼 일이 전혀 없었던 기나긴 시간, 일단 해본 적 없는 듣기와 말하기부터 접근해 보기로 했습니다.
하... 헛웃음이 납니다. 굳이 교재를 갖추고 시작하기엔 오히려 부담이 될 것 같아 유튜브를 전전하며 흥미 있을 법한 콘텐츠를 찾아봅니다. 그런데, 분명히 무슨 소리가 나는데 안 들립니다. 뭐라고 말을 하는데 안 들립니다. 학교 때에도 듣기 연습을 따로 해 본 적이 없어서(당시엔 듣기 수업 자체가 없었고 시험은 항상 비슷한 발음 기호를 구별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었습니다.) 몇몇 아는 단어만 들릴 뿐, 무슨 소린지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당시 학교 수업 시간에 카세트테이프에 의존해서 들은 것이 전부였던 세대, 참 시작부터 막막합니다. 듣기가 잘 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어디까지 들리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문장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키워드만 듣고 문맥을 이해할 수 있는 단계란 뜻인지... 처음부터 일단 좌절 모드에 놓입니다.
당황해서 유튜브를 전전하다 괜찮은 유투버를 발견합니다. ‘당신의 삶에 변화를 가져다 드린다.’는 이 말이 주는 의미는 달변가 영쌤 유튜브를 보고 나서야 이해하게 됩니다. 처음엔 뭐지? 이 과한 자신감? 그랬다가 아... 그러네!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달변가 영쌤' 유튜브와 스픽 어플을 함께 해 보기로 결정합니다. 혼자만의 일방적인 흡수 방식이 아니라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영쌤의 짧은 비디오를 보며 가물거리는 문법도 다시 떠올려보고 무한 반복해서 보기로 합니다. 두 가지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한다면 재미와 함께 나름의 성과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조금은 희망을 보태봅니다.
저는 제가 한국어 발음이 질 안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영어 발음 연습을 하면서 어떤 언어도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다시 한번 좌절하게 되는 포인트입니다. 글로 보는 발음 기호를 따라 하며 배웠었던 발음이 직접 소리를 들으며 따라 해도 같은 발음이 아니라고 합니다. 어쩌다 얼떨결에 일치한다는 알림을 받아도 뭐지? 뭘 다르게 발음했었나? 그러면서 녹음된 발음을 들어봐도 별 차이를 발견지 못합니다. 그저 입모양의 크기를 달리하며 소리가 조금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한국어가 입 모양을 상하로 그 크기와 혀의 위치를 달리해서 발음하는 것에 비해 영어는 입을 좌우로 그 크기와 혀의 위치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는 것을 소리로 배웁니다. 근본적으로 발음하는 방식의 차이를 익혀갑니다.
일단 소리를 듣고 자동차가 지나간다는 걸 알고 반사적으로 피합니다. 자동차가 지나며 물을 튀면 앗! 소리를 내게 됩니다. 그것부터 시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일정한 조건에 반응할 수 있도록. 학교 공부로 단지 성적만을 위해 필요했던 영어! 생뚱맞지만, 전공도 아니고 심지어 배운 기억도 가물가물한 영어를 50대 중반이 넘어 처음처럼 시작해 봅니다.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 일단은 유튜브와 어플을 이용해 -듣고 말하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때때로 좌절을 반복하더라도 매일 조금씩 연습을 해 보려고 합니다. 혀가 굳어서, 현실적으로 바로 쓸 일이 없을지라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새로 익혀가는 즐거움을 느끼길 바랄 뿐입니다. 하루 1~2시간(출근 후 40~50여분, 퇴근 후 1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으로 말하기와 듣기 연습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