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모든 것이 다 마찬가지지만 특히, 영어를 다시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크게 느낀 것은 언어는 무조건 어릴 때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혀가 굳어서 발음하지 못하는 소리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선생님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달변가 영쌤을 보면 볼수록, 선생님의 교습 방법이 언어 습득에 굉장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다시 느낍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실은 학교에서 배운 영어는 성적을 위한 도구였기에 당시엔 선생님들도 성적을 얻는 방법을 알려주기 바빴던 것 같습니다.
소리만큼이나 발음에 미세한 어려움이 순간순간 드러납니다... 한국어를 발음할 때의 입모양과 영어를 발음할 때의 입모양이 서로 달라(머리로만 이해중)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한국어와 다른 방식으로 발음을 해야 하는 언어다 보니 입모양을 잡아줄 근육부터 풀어줘야 그나마 미세한 발음들을 비슷하게 흉내라도 낼 수 있게 됩니다. 스픽의 발음을 따라 하다 보면, 비슷하게 들리는데 발음이 따라가질 못해서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날그날 과정을 무한반복하고 수정하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들과 같은 발음을 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한국인이라서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인종이 각각의 인종마다 사용하는 언어 조건이 다르고 그에 따라 다른 언어 환경으로 만들어진 구강 구조와 발음은 태생적인 것이라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스픽의 실전 대화에서도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고 그들 모두 발음은 천차만별입니다. 그러니 비원어민으로서 조금 편하게 생각하고 너무 발음에 민감하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가 원어민이 아닌 이상 원어민스러운 발음(?)은 아예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하는 발음이 틀렸다기보다는 한국인의 특성상 조금 다를 뿐입니다. 최대한 표준 발음에 가깝게 해 보지만 똑같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어조차도 안 되는 발음이 있는데 뭘... 그런 마음입니다. 언어는 결국 소통을 위한 도구이니 그보다 억양과 끊어서 말하는 부분에 집중해 봅니다.
어디서 숨을 쉬어야...
스픽은, 1월 말부터 매일 한 시간씩, 아무리 바빠도 최소 30분은 입을 풀어본다는 기분으로 왕초보 레벨부터 시작했습니다. 제가 기웃거려 본 어플들 중 스픽은 저 같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어플 광고 아님) 책 페이지를 처음부터 넘기듯, 왕초보 레벨부터 시작을 해서 한 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꾸준히’ 한다는 것이 언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스스로 정한 시간만큼은 꼭 지켜서 스피킹 연습을 합니다. 처음엔 아무리 그래도 학교에서 배운 게 있는데 맨 처음부터 해야 하나 싶었지만 몇 단계를 지나고 처음부터 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문장이지만 문법이 녹아 있어서 과거의 기억(가물가물합니다.)을 억지로 끌어올려서 이해하며 발음해 보려 애씁니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오래된 우스개 소리지만 제가 지금 영어 어디쯤에서 끊어 읽고 말해야 하는지 혼돈의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다, 슬쩍 숨 쉬고 싶은 데서 끊으니 어랏??... 이게 됩니다. 대략 이해하기로는, 숨 쉬는 곳에서 끊어가며 말하는 게 들리면 숨을 쉬어가며 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저 원어민의 발음만 신경을 쓰다 보니 빠르게만 느껴지던 것이 끊고 연결하고를 좀 조절하니 훨씬 수월합니다. 언어를, 말을 한다는 것은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니 숨을 쉬고 주고받는 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아무렴, 숨을 쉬고 해야지.
그동안 도대체 영어를 어떻게 배웠던 것인가! 애초에 그저 문자 그대로, 보이는 대로만 읽고 외우고 하는 반복 대신 그들의 문화와 생활을, 소통을 위한 도구로 배웠더라면 훨씬 더 흥미를 갖고 재미를 느꼈을 것 같습니다. 그 또한 당시 영어학습의 시행착오였겠지만, 아쉬움은 있습니다.
학교 때엔 지금과 많이 다른 방식으로 영어를 접했었습니다. 말 그대로 ‘접하다’ 그렇습니다. 그냥 구경만 한 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카세트테이프 음질에 의존해 답답한 발음을 듣고 따라 하는 것이 당시의 듣기와 말하기의 전부였습니다. 주로 문법책과 단어 빽빽이(지금도 학교에서 하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엔 아침 자습시간에 의무적으로 정해진 개수의 단어를 무조건 외우고 하교 전 매일 쪽지 시험을 봤었습니다.)를 통해 피곤하게(?), 그저 해치워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학교 진학 시험 외 쓸 일이 없었고 더욱이 전공과도 무관했기에 더더욱 관심 둘 일이 없었습니다.
곳곳이 지뢰밭입니다. 그럼 또, 좌절부터 하고 다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