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살면서 한 번도 안 해 본 건 무척 많습니다. 직접 해 본 것은 자라온 환경이나 선택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누구에게나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 조금 더 낯선 시도를 해 보려고 합니다. 살아가는 재미를 좀 더 풍성하게 해 볼 예정입니다. 시작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은 시작하는 데 대한 설렘보다 작을 때라 그전에 시작해 보기로 합니다. 어쩌면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두려움과 걱정이 더 커질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면 엄청 후회가 남을 것 같습니다. 살면서 되도록이면 후회는 줄이고 싶으니까요.
4월 운 좋게도 스케이트 강습을 받게 되었습니다. 스케이트 자체를 신어본 적도 얼음 위에 서 본 적은 더더구나 없었기에 생소한 경험입니다. 심지어 겨울만 되면 빙판에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사람이 강습을 제대로 받으면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질 것도 같아서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자리가 없었지만 대기 순번으로 강습 시작 직전 연락을 받고 등록했습니다. 감사한 기회가 왔으니까 일단 시작합니다.
모두 13명, 주로 30~40대였고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사람은 딱 두 명(저 포함)이었습니다. 강사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고 슬며시 웃음이 납니다. 전, 모든 스포츠가 몸으로 기초를 정확하게만 배우면 누구나 다 익힐 수 있다고 믿는 편이라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실제로 크게 걱정을 하진 않습니다.
겨울 종목은 처음 해봅니다. 얼음 위를 걷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발로 걸어야 하는데 상체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발은 허공에 뜬 것처럼 버둥거립니다. 결국 넘어졌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미세하게 방법적인 것을 익혀갑니다. 다른 수강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각자의 건강 상태가 달라 같은 걸음으로 갈 수는 없어 보였습니다.
어찌어찌 1개월의 마지막 즈음, 겨우 혼자 양팔을 날개처럼 펴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면 기우뚱, '정직하게' 넘어집니다.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거나 잠깐 집중을 못하거나 욕심을 부리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걸 몸으로 익히는 중입니다. 반복된 동작을 하면 할수록 의외의 상황이 발생합니다. 전혀, 익숙하지도 않으면서 괜스레 욕심이 앞서고 다른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비슷하게 흉내를 내고 있는 제 모습을 봅니다. 나름 자신의 속도와 폼으로 가야 하지만 아직도 마음속의 무리한 욕심만 좇고 있는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몸으로 움직이는 것이기에 더욱더 미세한 부분까지 심리적인 부분이 그대로 반영이 되곤 합니다. 몸은 무의식적으로도 작동을 하는 면이 있으니까요.
몸을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서 생각보다 코어를 사용할 줄 몰랐습니다. 코어가 없다기보다 몸을 움직일 때 코어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몰랐습니다. 몸을 사용해 본 적이 없으면 자신의 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자신의 몸 중 어떤 기능이 잘 작동하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그저 몸이란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들에게만 유용한 것처럼 생각하지만 평범한 사람도 몸으로 잘 익힌 것은 절대 잊지 않습니다. 마치 컴퓨터 비밀번호나 현관문의 도어록 비밀번호를 머리로 기억해 내기 전에 손가락이 먼저 누르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살짝 몸에 멍도 들긴 했지만 뭔들 시작이 만만할까요? 신기하고 낯선 경험의 시작이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서 요령을 익히면 재미있는 취미가 될 것 같습니다. 다음번에는 조금 더 자신에 집중하면서 스스로에게 맞는 자세와 속도를 만들어 가기로 마음먹습니다. 제 나름의 속도를 찾는데 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스케이트를 벗고 가벼워진 발과 다리 덕분에 당분간은 흥미진진한 주말을 보내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