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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Mar 15. 2023

콜레트 Colette

절망에 빠질 때마다 파국이 아닌 행운을 기다린다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미묘한 남녀의 사랑과 욕망을 묘사하는 심리 소설로 유명한 프랑스 문학사상 최고의 여류 작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이야기를 다룬 실화 바탕의 영화 《콜레트》!






19세기말 무렵 프랑스 생 소뵈르 작은 마을의 소녀 콜레트(키이라 나이틀리)는 파리에서 온 소설 편집자 윌리와 사랑에 빠져 결혼합니다. 여성편력이 있는 윌리는 당시 파리의 퇴폐적이고 화려한 사교계에서 유명세가 있었던 터라 시골의 처녀와 결혼한 것은 의외였습니다. 윌리는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지만 글은 대부분 대필에 의존해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대필 작가들을 함부로 무시합니다. 반면, 콜레트는 윌리를 따라 파리에 왔지만 기대만큼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윌리는 유명세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사교계 생활을 유지하느라 돈을 물 쓰듯 해 늘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여야 했습니다. 우연히 콜레트의 일기를 보게 된 윌리, 콜레트의 글을 읽고 작가로서 가능성을 확인합니다. 결국 대필 작가에게 돈을 지급하기 어려워지자 콜레트에게 그녀 자신의 경험을 녹인 소설을 쓰도록 합니다.





목줄을 느슨하게 맸다고 목줄을 안 맨건 아니지




콜레트의 소설 <학교에서의 클로딘>이 남편 윌리의 이름으로 출판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릅니다. 윌리는 콜레트가 작가로서 소질이 충분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아직 쓰지도 않은 <파리의 클로딘>의 돈을 먼저 받고 시골 한 저택을 구입합니다. 클로테는 글쓰기에 점점 지쳐가지만 윌리는 콜레트에게 글쓰기를 강요하며 밖에서 문을 잠급니다. 책은 나오기가 무섭게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수입은 계속 늘어났지만 클로테는 그저 글만 쓸 뿐입니다. 큰돈을 벌게 된 윌리는 여전히 흥청망청 돈을 뿌리고 다닙니다.






두 번째 소설도 인기를 끌며 급기야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을 딴 브랜드까지 론칭되고, 모든 상품들을 완판 시키며 신드롬을 일으킵니다. 윌리와 클로테는 패션, 헤어스타일까지 유행을 이끌며 최고의 인플루언서가 되지만 모든 성공과 명예는 남편 윌리에게 돌아갑니다. 점차 한계에 다다른 콜레트는 지쳐가고 더 이상 행복하지 않습니다. 윌리는 여성편력으로 다른 여자를 찾아 나서고 클로테를 클로딘으로 만들려고 하자 콜레트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로 결심합니다.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지만 윌리의 뒤에서 더 이상 무의미하게 희생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클로테는 자신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섭니다.


당시에는 파격적이었던 바지를 입은 여성, 미시를 만나며 클로테는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콜레트는 우연히 남편 윌리가 모든 판권을 팔아 큰 이익을 챙겼다는 사실을 알고 배신감에 분노하며 이혼을 합니다. 극장 공연에 관심을 갖고 마임과 연기를 공부하며 극장 공연까지 합니다. 남편의 그늘이 아닌 클로테 자신을 그대로 세상에 보여줍니다. 뮤직홀 공연의 경험을 바탕으로 콜레트 자신의 이름으로 <방랑자>를 써서 큰 호평을 얻습니다. 클로딘의 원고를 다시 찾은 클로테는 저작권 소송에서도 이깁니다.







내 삶은 근사했어요. 그걸 좀 늦게 깨달았지만




실제 클로테는 세상에 대한 굉장한 애정과 에너지를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30여 권의 단편들을 발표하는 등 소설을 쓰는 작가로서의 활동 외에도 공연의 연출과 안무까지 폭넓은 예술 분야에서 활동을 합니다. 전쟁 때는 보도기자로 활동하기도 하고 프랑스콩쿠르아카데미 최초로 여성 회원이 되면서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19세기말 20세기 초의 시대적 배경임에도 당시 시대를 앞서갔던 클로테의 세상을 향한 도전은 무척 대단해 보였습니다. 자신의 인생이 남편 윌리의 이기심 때문에 '사랑'이라는 적당한 포장 속에서 통째로 빼앗기고 희롱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클로테가 자신의 삶을 살아나갈 수 있었던 바탕엔 그녀의 말처럼 행운과 희망을 향한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절망에 빠질 때마다 파국이 아닌 행운을 기다린다.
일상의 작은 기적들이 반짝이는 연결고리처럼 내 삶을 다시 이어 줄 것을 기대하며...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재지만, 아직도 사랑이란 이름으로 구속하고 강요하는 행위들은 여전하고, 한 세기가 지났지만 당시의 젠더나 페미니즘을 대하던 태도도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진정한 자신'을 찾는 일은 무척 중요합니다. 자신의 꿈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벽을 깨고 용기를 낸다면 우리 모두의 삶도 클로테가 말년에 자신의 삶을 표현한 것처럼 나름 멋지고 근사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때때로 삶이 힘겹고 지지부진해서 혹은 새로운 시도가 망설여질 때 용기를 주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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