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자연과 사람에게서 배우는 모든 공부를 대하는 마음의 변화
대개 어릴 때부터 공부에 관심을 두는 경우는 드뭅니다. 더러는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들이 있고 그 호기심이 충족되는 기쁨을 맛보면 조금 더 체계적으로 알아보거나 책을 찾거나 합니다. 부모에게서 교육을 받고 학교 과정을 마치면서 얼마나 공부에 관심을 가졌었는지 되돌아보면, 전 별로였습니다. 그저 학교는 친구들과 재미있게 노는 곳이었고 그다지 배울 것도 별로 없었던 곳이었습니다. 모르는 것을 배우는 곳이라지만 실제로 질문을 하면 답이 돌아오지 않거나 타박이나 꾸지람을 들어야 했으니까요.
생각해 보면, 공부에 대한 생각은 자라면서, 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또한 그 중요성을 이제서야 조금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10대엔, 학교 공부와 학원공부 중 하나만 하고 싶어 합니다. 지금 아이들은 둘 다 해야 하는 것일 테고 제가 자랄 때는 둘 다 안 해도 좋았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평가는 했었고 서열은 존재했습니다. 공부를 하는 이유는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한 것이거나 출세해서 돈을 많이 벌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어른들은 늘 입버릇처럼,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아이들 공부는 시켜야 한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당시엔 당연히 학교를 가는 것이 훌륭한 사람(부자로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한 관문처럼 여겨졌고 그래야만 가족들과 잘 살 수 있다고 신앙처럼 믿었습니다. 그저 공부는 성공을 위한 수단일 뿐 궁금증이나 호기심을 일깨워 주는 어른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엔 정말로, 어른들이나 선생님들은 충분히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게 맞을까? 감히, 의아해했었습니다.
그러다 20대엔, 대학을 진학하고 졸업 후 직장을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학교 공부와 현실은 너무나 다르고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수년간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공부가 쓰일 일이 거의 없습니다. 회사에서 하는 정해진 일은 생각보다 단순했고 지루하기까지 합니다. 창의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업무 시간을 제외하고는 따로 새로운 관심거리를 찾아 기웃거리게 됩니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을 따로 찾아 배워야 하는 '투자의 시간'이 필요해집니다. 어떤 새로운 것이 있는지 찾아보면서도, 더 나이를 먹기 전에 시작해도 좋은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나이가 애매한가?' 자꾸 반문하기도 합니다.
30대엔 나름 꽤 사회생활에 익숙해져 고인 물이 되어갑니다. 빠르게 적응한 탓에 새로운 풋풋한 20대들에 살짝 치이며 더 늦기 전에 '자기 계발을 해서 성공하고 싶은데?'라는 뜬구름 같은 희망을 품어봅니다. 그동안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확장해서 공부하거나 전혀 다른 분야(사회적으로 유망한 분야)에 발을 내밀어 봅니다. 자격증 시험을 위한 기술적인 공부로 스스로를 자극하며 기회를 만들어봅니다. 언어도 단련을 하고 기회를 찾아 - 왕성하게 책을 찾고, 사람들도 만나고, 기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바쁘게 시간을 보냅니다.
40대엔 공부라는 단어가 벌써 아득하게 멀어진 상태입니다. 학문을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 평범한 생활인이 된 사람들이 다시 공부를 하기엔 정말 ‘엄두’를 내야 합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공부하기 늦지 않았을까?'를 먼저 생각합니다. 주저앉을 것인지 새로 시작할 것인지 기로에 놓이며 갈등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실제 공부에 대한 막연한 집착을 갖지만 실행에 옮기기엔 생활인으로서 여러 가지 제약과 한계가 있습니다. 생활에 인정이 찾아오면 안정감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 불안정하면 불안한 대로 마음을 잡지 못해서 본격적인 공부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50대엔 이젠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중반기를 넘어선 때라 대부분 해 오던 것들이 1차 마무리가 되거나 범위가 조금씩 좁아질 시점입니다. 더욱이 이때의 공부란 관심 있던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반면, 시작하기도 전에 '그걸 이제 와서 뭐하러 해?'라는 반응이 더 익숙한 때입니다. 친구와 가족 모두 같은 반응이고 무엇보다 스스로도 그런 질문을 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살아온 경험이 충분해 공부를 시작하기 가장 좋은 때이기도 합니다. 기억력은 다소 떨어져도 공부를 대하는 자세는 그 어느 때보다 본격적이고 진지합니다. 식상한 말이지만, 경험상 무엇을 배우는데 늦은 시기는 없습니다.
아직은 50대라, 60대 이상은 어떨지 알 수 없지만, 어떤 마음이 들지는 그때 가 봐서...
하지만 분명한 건, 공부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습관이 된 사람이라면 나이를 먹고도 그 방식이 유지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새삼스레 공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진 않습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스스로 철이 드는 것이 아니듯 끊임없이 배워 나가고 새롭게 마주해 가는 경험의 연속성이 필요합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책과 사람과 세상과 자연과, 무수히 숨어 있는 그 많은 것들을 하나씩 경험하고 배워 나가는 행위입니다. 무언가를 배우는데 애매한 나이는 없습니다. 배운다는 행위에 그 끝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