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잘 지내온 자신의 삶에 가끔씩이라도 '선물'을 해 보세요
살다 보면 선물을 주고받을 일이 어느 시점 이후 점차 줄어듭니다. 대부분의 대소사들이 지나고 혼자 남게 되는 순간들이 점점 늘어나고 희로애락에 대한 감정도 덤덤함으로 변할 때가 옵니다. 세상을 향하던 관심이 안으로 돌아서며 생애 주기중 특정 순간을 맞게 되면, 크던 작던 기념이 될 만한 것으로 ’ 나에게‘ 선물을 합니다.
우린 주로 누군가에게 친근감의 표시나 감사의 의미로 혹은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는 한 방식으로 선물을 합니다. 그동안 선물의 대상은 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나 자신에게도 선물을 하곤 합니다.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때가 되면 필요에 의해서 무언가를 사는 단순 소비의 행위가 아니라 나중에 돌아봤을 때 스스로 자신을 토닥여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좋겠습니다. 아~ 그때 그거 참잘 했었다, 내가 나에게 고마워할지도 모를 것이 꼭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것으로 찾습니다. 마치 누군가를 떠올리며 고르고 고르던 선물하기 전의 설레던 시간처럼 자신의 선물을 고르기 위해 꽤 많은 고민과 시간을 쓰면서 좋은 기분을 꽤 오래 유지합니다.
조금 더 미리 이런 생각을 했었다면 좋았겠지만, 뭐 아쉬운 대로 지금이라도 괜찮습니다. 마흔 중반이 될 즈음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그렇게 스스로 중요한 순간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현재까지 실천하고 있습니다. 당시엔 마음도 경제적으로도 꽤 여유가 없을 때였지만 어느 날 문득, 한 사람의 삶에서 '오십'이란 시간은 굉장히 길고도 꽤 중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십이 되면, 나를 위해 멋진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었습니다. 제법 길게 '혼지 해외여행 다녀오기!' 별 무리 없이 건강할 때 해보고 싶었고 조금씩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긴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해 보겠습니다.
처음 시작은, 한창 일하느라 바쁠 때고 직장인이 연휴를 꿀맛같이 쓰기엔 턱없이 부족하던 때라 명절을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젠 명절 연휴를 이용해 혼지 여행하는 사람들이 제법 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명절과 관계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제외하고는 따로 시간을 내서 여행을 다니는 여행객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처음엔 정말 내가 귀경 행렬인지 여행자인지 헷갈릴 정도의 풍경 속에 있었습니다. 마치 귀경 행렬을 체험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지만 이젠 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덧 시간은 연말로 향하고 있습니다. 거리엔 벌써 화려한 불빛들이 넘치기 시작하지만 사람들의 표정에서 우리 마음은 아직 조금 어두워 보입니다. 내가 필요한 것을 사는 행위는 사실 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생필품을 구하듯 하는 범위에서 조금만 벗어나서 나의 마음과 시간들이 위로받거나 휴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잠깐 짧은 여행을 해도 좋고, 보고 싶었던 영화를 실컷 보거나, 책을 한 다발 사서 지칠 때까지 읽다가 잠들어도 좋습니다. 아니면 밤새 깔깔대며 전화 수다를 떨거나, 맛있는 음식과 음악에 흠뻑 취해보기도 하고 잊고 지내던 오랜 친구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휴식하며 한가로이 발길 닿는 대로 산책을 해도 좋고 방법은 찾으면 얼마든지 있습니다.
아직 한 달 반정도 시긴이 남아 있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어떤 선물이 좋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천천히 매일을 보냅니다. 어쩌면 자칫 쓸쓸할 수도 있는 시기지만, 나름의 행사로 잘 견디며 흐뭇해지는 때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기에, 어떤 것이 어떤 모습으로 '나의 시간'안으로 들어올지 궁금해집니다.
그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더 나이 든 얼굴의 표정이 어떻게 변했는지 여전히 따듯한 눈빛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 안부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습니다. 잘 살았구나! 거창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 스스로 자신에게 조금은 더 다정하게 -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