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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Nov 08. 2023

계절 소감

어느 계절을 살고 있나요?


지금 어느 계절을 살고 있을까요?



11월, 단풍도 들고 욕심을 버리듯 바람에 낙엽도 떨어뜨려 보내고, 나무에 남은 양분으로 다음 계절을 위해 자신을 돌봐야 하는 계절 가운데 서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미련이 남아서 더 앞서가질 못합니다. 이젠 길에 뿌려진 낙엽이 되어 다음에 올 이들에게 작은 낭만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쉴 새 없이 이리저리 밟히겠지만, 그 또한 할 일이고 운명일 테지요. 살아 있으면서 한 번도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는 잎은 없습니다.



한때는 싱그러운 여름의 푸르름도 있었지만 가끔은 폭풍이 휘몰아쳐 모든 것을 쓸어버리기도 했습니다. 폭풍을 견디고 허물어진 자리에서 그래도 아직은 푸른 계절인터라 다시 싹을 틔우고 처음부터 자랄 수 있었습니다.



시커먼 웅덩이를 건너긴 싫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폭풍이 휘몰아치면 과감하게 웅덩이에 발을 담급니다. 그 깊이를 견뎌야 다음을 밟을 수 있기에 두려워도 성큼 내딛습니다.



마지막 한 잎으로 혹한 칼바람과 눈발을 못 견뎌 휘날려갈지 아니면 다음의 어렴풋한 따스한 빛을 받고 조금 더 무지개를 보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그 또한 무슨 상관일까요?



분명한 건 지금,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는 것과 구부려 숙인 허리의 고통을 약간씩 감내하며 벼를 다 베고난 논 바닥에서 숨은 나락을 하나씩 모으고 있지만, 다가올 혹한에는 그래도 곳간이 넉넉하리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어쩌면, 한라산의 고사목이 되어 길 잃은 이들의 방향이 되어줄 작은 리본 하나 매달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다들 자신의 계절에 잘들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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