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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Nov 01. 2023

뭐든 열심히 하면 중요해진다고?

엉성한 것들을 깎아내고, 걷어 내면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의미와 가치들

무엇을 열심히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무조건 무엇을 열심히 한다고 그 무엇이 중요해지진 않는다




학교 때 미술 수업 시간에 비누로 조각을 하거나 무로 조각을 할 때 그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마음은 무척 설렜지만 조각칼을 들고 있는 손은 막막하기도 했었습니다. 부드러운 비누향을 맡으며 또 때로는 촉촉한 무의 향과 느낌을 즐기면서 마음속으로 그리던 어떤 형체가 그 안에 있기를 바랐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완성한 것은 마음먹은 것과 많이 다르고 심지어 전혀 다른 것이 놓여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럼, 선생님의 평가 점수와는 달리 스스로 놀라기도 혹은 실망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의미를 가질 때 중요해진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들은 항상 뭐든 열심히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그러면서 잘하는 것을 스스로 찾기 바랐던 것이겠죠? 그런데, 그렇게 매 순간 열심히 살다 보니 자주 지치곤 했습니다. 뭐든 열심히만 하면 그것이 저한테 중요하게 남을 줄 알았지만, 결과적으로 아니었습니다. 뭐든 열심히 한 덕에 싫든 좋든 삶의 일부로 작은 흔적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그것은 중요도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스스로 중요해서 집중하는 분야가 있고, 열심히 하지만 나와 맞지 않거나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대개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인생에서 어떤 식으로든 소용이 될 순간이 있겠지만 스스로 중요하다고 인식하지 않는 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그런 것들은 말짱 사라져 버립니다.



‘중요한 것’은 때때로 중요한지 아닌지에 대한 구분이 당장 명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생각의 방향이나 시점에 따라 중요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 때 죽을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어느 순간 이유도 없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될 때가 있습니다. 이때 판단이 필요합니다. 가끔 집 곳곳에 숨어있는 물품들을 정리하다 보면 과연 나에게 이것들이 중요한가? 질문을 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일입니다. 특히 계절 옷을 정리하다가도 언젠가 살을 빼고 꼭 입겠다고 다짐했던 옷이 수년간 묵혀진 채 밖에 나와본 적이 없어도 과연 내게 중요한가? 경험에서 알 수 있습니다. 주기적인 자기 관리와 주변 정리는 자신에게 집중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추억의 기록이나 물건들도, 또 입지 않는 의류와 책들도 오히려 나눔에서 더 귀하게 쓰일 수도 있습니다. 내게 중요한 것은 내게 의미가 있을 때입니다. 반면, 자기 자신이 아닌 것 -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들은 결국 떠나갑니다.







중요한 것을 열심히 하며 가치를 만들다


청소를 좋아합니다. 집중할 수 있고 결과가 항상 좋기 때문입니다. 청소를 열심히 해서 정말 청소의 달인이 될 수도 있고, 청소를 열심히 하면서 몸의 움직임으로 내면의 마음을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거나 손쉽게 기분을 전환시킬 수도 있어서 저에겐 청소 행위가 매우 중요합니다. 엉성하게 버티던 물건들과 어정쩡한 마음들을 덜어내기 위해 애쓰며, 내게 중요한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은 온전히 '나에게' 의미가 있고 조금씩 나를 강하게 만듭니다. 남들 눈에는 그저 청소일 뿐이고 하찮아 보여도 그 안에서 새로운 공간에 놓인 자신의 가치를 또 만들어냅니다. 어제의 묵직하던 식탁과 뒤죽박죽이던 책들, 우중충하던 가구들이 오늘 다른 모습으로 반짝이면, 집안 곳곳까지 말끔해진 공간에서 마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듯 살아갑니다.



주기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볼 자투리 시간을 습관적으로 갖다 보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고 불필요한 것을 걷어낼 기회가 자주 생깁니다. 대개 우린 자꾸 부족한 것을 채우려고 집중하지만 반대로 너무 많이 엉켜있는 생각과 물건과 마음들을 다른 한편에 나눌 줄 알게 된다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고 물욕도 많이 줄어듭니다. 마음의 여유는 저절로 따라오고 매사 크게 조급하거나 안달하지 않고도 매 순간순간들을 잘 견뎌낼 수 있게 됩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모든 걸 알지도 못하지만 마음의 여유도 세월이 지난다고 누구에게나 그저 주어지는 옵션이 아닙니다. 볼품없고 투박한 원석이지만 스스로 자신의 보석 같은 면을 깎고 다듬어갈 때 따라오는 것일 뿐입니다. 어릴 때의 욕심은 살면서 버릴 기회가 자주 있지만 노욕은 인생의 마지막 골목에 이르러 더 이상 퇴로가 없습니다. 그래서 노욕(老慾)이 더 추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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