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당겨 '오늘'을 살면 좀 더 폼나게 살아지나요?
내가 나의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내가 알맞은 상태에 있는지, 잘 지내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기분이 좋으면 잘 지내는 걸까요? 아니면 감정적으로 가라앉고 몸이 피로하고 지치면 잘 못 지내는 걸까요? 딱히 측정의 방법을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밖을 바라보며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듯 자신에 대해서도 안으로 자세히 들여다봐야 찬찬히 알 수 있습니다.
물리적인 것을 포함해서 뭐든 미리 당겨 쓰면 탈이 납니다. 그것이 시간이던 몸이던 돈이던, 그 어느 것도 대가 없이 결코 그저 지나가지를 않습니다. 저는 숙면하지 못하는 '잠'이 늘 문제가 되어 왔습니다. 깊은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생각과 적어도 남들 자는 것만큼의 양에는 모자라더라도 70~80% 수준 정도는 자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깊은 잠도, 충분한 잠도 자지를 못합니다. 병원에 가면 항상, 너무 잠을 못 자서 나중에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말을 듣습니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을 너무 미리 당겨 쓰고 있다는 말을 듣습니다.
처음엔 이 말의 의미를 몰랐습니다. 어릴 때부터 깊은 잠을 자 본적이 거의 없고 해야 할 것이 있으면 잠을 미루고 하던 버릇이 남아 있어서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러다 나이를 먹고 어느 순간, 몸이 이유 없이 피곤해서 아무리 집중해 생각을 하려고 해도 더 이상 생각할 수 없고 머릿속에 진전이 없는 답답한 순간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시간을 너무 당겨 쓰고 있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래, 내가 그렇게 시간을 함부로 당겨 쓰느라 ‘지쳐있구나’ 하는 걸 그제야 깨닫습니다. 돈을 쓰는 방식 중 '가불'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런 용어를 사용하는지 모르겠지만 - 지금처럼 계좌가 아니라 직접 월급을 현금으로 주고받던 시절에는 월급 생활을 하는 사람이 궁할 때 회사에서 미리 얼마간 급여의 일부를 당겨 쓰는 방법, 가불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가불로 당장의 곤란함은 순간 벗어날 수 있지만 실제 급여기 지급되는 시점이나 이후의 생활은 더욱 궁핍해집니다. 그만큼 모자라는 범위에서 움직이니 운신의 폭은 좁아지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같은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시간과 몸도 가불 해서 당겨 사용하느라 월급날이 되면 또 빈털터리가 되곤 하는 상태처럼 무기력하게 녹초가 되곤 합니다.
이젠 스스로 아껴가며 살아야 하는데 버릇이 들지 못한 걸 하자니 벅찹니다. 무언가 새로 하려다가도 아, 쉬어야 하는데... 조금은 답답한 시간을 견뎌야 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릅니다. 깜빡 잊고 지내다가 스스로 환기하지 못하니 계절이 혹은 뇌의 작용이 쉬어가라고 가끔씩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자신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살펴볼 시간이 되었습니다. 미련하게 굼뜬 채 내버려 두지 말고 스스로에게 무탈한지 -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 한 번쯤 인부도 물어봐줄 필요가 있습니다. 부족한 것이 채워질 때까지 생각이, 몸과 마음이 새싹을 낼 수 있는 상태인지 보살펴서 필요한 양분과 거름도 챙겨주고 해야겠습니다. 그럴만한 좋은 계절이 오고 있으니까요. 부지런히 다정하게 바라보고 챙겨주도록 해야겠습니다. 설사 방전이 되었다 하더라도 양분이 충분하다면 남은 힘으로 또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천천히 살아보겠다고 했지만 실제 적용하기까지 너무 많은 욕심을 내려놓지 못해 새삼 반성을 하게 됩니다.
건강도, 시간도 저축하지 않으면 우리 몸과 정신은 빈털터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것 보다 자신을 소중하게 돌보는 마음이 가장 우선할 수 있도록 꼭꼭 마음에 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