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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Oct 25. 2023

라스트 홈 99 Homes2016

방주에 탄 한 명과 물에 가라앉은 나머지 99명의 이야기


우린 모두 가족과 함께 오손도손 살 수 있는 집, 안락한 거주지가 필요합니다. 그곳에서 나고 자라서 마음 편히 가족들과 추억을 만들어가는 공유 공간,  소중한 가족이 함께하기에 그 거주지는 사람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런 집을 하루아침에 잃고 길에 쫓겨난다면, 아무 갈 곳이 없이 모든 살림과 추억을 뒤로하고 낯선 곳으로 가야 한다면, 막다른 길에 도착한 삶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영화 <라스트 홈 99 Homes>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 우리들의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승자의, 승자를 위한, 승자에 의한 나라


파산한 건물주에게 돈을 받지 못해 집 대출 이자가 연체되고 실업자가 된 데니스 내쉬(앤드류 가필드)는 집을 차압당합니다. 법은 있으나, 힘도 돈도 없는 사람들은 법의 형식적 항소 기간이 주어져도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결국 법의 강제 속에 집에서 쫓겨납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숨 쉬듯 일어나고 있는 일들입니다. 하루아침에 내 집에서 내가 무단 침입자가 되어 있는 현실,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연방저당권협회와 은행과 법원, 그 사이에서 돈을 좇아 이익을 챙기는 부동산 브로커 릭 카버(마이클 섀넌), 법과 시스템의 구멍을 찾아 이렇게 비워진 집들을 통해 배불리 잇속을 챙깁니다. 집을 물건처럼 수집합니다. 당장 일이 필요했던 데니스와 자신의 뒷수습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릭. 릭은 데니스에게 일거리를 제안하고 데니스는 집을 되찾기 위해 현금 50달러를 손에 쥐며 수락합니다. 릭의 제안이 데니스에겐 신기루 같지만 꼭 잡고 싶은 것이었고 그 마음을 이용하는 릭의 교활함은 그 끝을 모르고 달립니다.  




비워진 집의 가구와 조명, 샹들리에, 대리석, 캐비닛, 레인지, 싱크대, 와인고까지 탈탈 털었다가 다시 돈을 받고 설치합니다. 그리고 매물로 내놓는 집들. 이 모든 비용은 정부의 돈으로 처리됩니다. 합법적으로 나랏돈을 꿀꺽합니다. 릭과 손을 잡은 데니스는 한 번도 벌어보지 못한 큰돈을 손에 쥐게 됩니다. 가짜 서류를 꾸며 세입자를 만들고 퇴거를 하고 돈을 챙기고, 이들의 사업은 점점 확대되고 큰돈을 벌 빅딜의 기회가 눈앞에 놓입니다. 데니스도 드디어 방주의 한 끝을 잡은 걸까요?  






데니스는 홈리스들이 모여사는 모텔촌에서 자신이 퇴거 명령을 집행했던 가족을 만납니다. 릭과 함께 일을 하며 큰돈을 벌게 되었지만 가족에게도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던 데니스는 사람들과 실랑이 끝에 모텔촌을 떠납니다. 새 집으로 옮겼지만 소중한 엄마와 아들, 그 누구도 번듯하고 큰 집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돈이 없어서 집을 잃었고, 이젠 돈을 벌었지만 가족이 떠나갑니다






1%에 먹힐 것인가! 99%를 빼앗을 것인가! 


릭과 함께 올랜도 전역의 집 1,000채를 매매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빅딜을 앞두고 데니스는 프랭크 그린의 퇴거에서 제동이 걸립니다. 일의 성사를 위해 반드시 30일 안에 모든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 뺏기지 않으려는 프랭크가 자신의 이전 모습이지만 뺏으려는 릭의 모습이 또한 현재 자신의 모습이 되어 데니스는 혼란에 빠집니다. 프랭크 재판에 위조문서를 전달하며 데니스의 양심은 크게 요동칩니다. 릭이 그저 상자에 불과하다고 말하던 집을 잃지 않기 위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총을 든 프랭크에게 마침내 데니스는 자신의 잘못을 고백합니다.




착잡한 건 2016년 영화가 지금 2023년 우리 현재의 현실이란 점입니다. 시스템과 법을 알고 그 허점을 이용해 범죄는 저지르지 않으면서 혼자만의 부를 축적해 가는 임대사업자들! 교묘하지만 돈을 벌 수만 있다면 괜찮은가요? 자신이 당해 본 현실을 똑같이 다른 누군가에게 해야 한다면 과연 몇이나 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그 이유가 자신의 집을 마련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집에서 내몰아야 하는 일이라면! 양심의 가책을 접어두더라도, 삶의 터전에서 사람들을 쫓아내며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입장이라면 깊은 갈등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데니스의 양심이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망설이는 이유입니다.






100명 중 한 명만 방주에 올라탈 수 있고 나머지는 물속으로 가라앉습니다. 어쩌다 방주 끝을 잡고 다리만 올리면 되는데 다리가 올라가질 못해 방주 언저리에서 힘만 쓰며 매달려 있습니다. 큰 힘에는 큰 양심이 따른다는 데니스의 말과 함께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는 릭과 데니스의 대화를 보며 의문이 듭니다.



"정말, 그럴 가치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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